시사위크=김지영 기자 K-소비재가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가는 가운데, 미국 대형 주류 기업 ‘사제락 컴퍼니(Sazerac Company)’가 자체 소주 브랜드 ‘달호(DALHO)’를 선보였다. 현지 유통망을 갖춘 대형사의 참전으로 글로벌 소주 시장에서의 경쟁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달호, 브랜딩에 한국적 이미지 활용
미국의 식품 전문 매체 푸드다이브는 지난 19일(현지 기준) 미국 증류주 기업 사제락 컴퍼니(이하 사제락)가 소주 브랜드 ‘달호’를 출시한다고 보도했다. 1850년 미국에서 설립된 사제락은 버팔로 트레이스, 파이어볼 등 500여개의 위스키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사제락의 소주 브랜드명 ‘달호(DALHO)’는 달과 호랑이를 뜻한다. 한글 고유명사를 영문 발음 그대로 표기한 것인데, 이는 한국적 이미지를 활용한 브랜딩 전략으로 풀이된다. 패키지는 소주에 가장 많이 쓰이는 초록색 병이며, 라벨에는 브랜드명 ‘달호’를 한글로 병기한 것도 눈에 띈다. 또 공식 홈페이지에는 한국의 음식점과 길거리를 표현한 이미지도 포함했다.
해당 상품은 △오리지널 △복숭아 △딸기 △리치 4종으로, 일반적인 소주병 용량(360ml)보다 많은 375mL와 소주 한잔에 해당하는 50mL 소용량으로 구성됐다. 가격은 현지에 유통되는 국내 주류 기업과 비슷하게 책정됐으며, 알코올 도수는 4종 모두 17도로 타사 제품들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다.
앞서 미국 증류주 유통 기업 E&J 갤로는 2023년 롯데칠성음료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그 다음해부터 미국 시장에 순하리·처음처럼·새로의 유통을 확대한 바 있다. 그 외에 미국 스타트업에서 만든 ‘토끼 소주’와 같은 현지 생산 브랜드는 소규모 업체가 대부분으로, 사제락과 같은 대형사가 자체 브랜드로 소주를 선보인 것은 이례적이다.
◇ 사제락 참전한 글로벌 소주 시장, 판도 바뀔까
사제락이 ‘달호’를 론칭한 데는 전세계적으로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소주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것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또 다른 배경으로는 미국 소주 시장의 성장세가 지목된다. 글로벌 주류시장분석기관 IWSR에 따르면 2024년부터 2029년까지 미국에서의 소주 판매량은 연평균 16%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지만 같은 기간 증류주 판매량은 연평균 2% 감소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주의 인기가 많아지고 있는 만큼 이런 브랜드는 계속해서 생겨날 것”이라며 “동남아 지역 등에서는 이미 현지 생산 소주가 많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 기업의 경우, 물류비를 절감해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특히 사제락은 오랜 기간 주류사업을 지속해온 만큼, 기존 유통망과 영업·마케팅 역량이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그러나 이전에 현지 시장에 진출한 국내 기업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만큼 후발주자인 사제락이 소주 시장에서 즉각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은 쉽지 않으리라는 예상도 나온다. 하이트진로는 하반기에 진로(JINRO) 글로벌 앰배서더인 뷔와의 글로벌 캠페인을 전개하는 등 해외시장 공략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롯데칠성음료 역시 미국 프로축구단 LA갤럭시 홈구장에서 순하리 바를 운영하는 등 글로벌 소비자들을 겨냥한 마케팅을 지속하고 있다. 향후 미국 전문 크리에이터와 협업해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하는 등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광고도 검토 중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명욱 교수는 25일 시사위크에 “사제락의 소주 출시는 전세계적인 한류 바람, 저도수 열풍, 버번·위스키 품목의 성장 정체 등 복합적인 상황에서 이뤄졌다”고 말하며 “사제락의 시장 진입이 국내 소주 기업에 위협이 될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소주를 더욱 세계화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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