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이태양의 난조가 없었다면 이의리의 참사도 없었다?
KIA 타이거즈 마무리 이의리의 23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 만루포 허용 대참사. 결과만 놓고 따져볼 때, 7-2로 앞선 9회말 시작과 함께 곧바로 이의리가 투입됐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다. 이의리는 1사 만루서 마운드에 올라와 맷 데이비슨에게 2타점 우전적시타, 2사 만루서 김재현에게 끝내기 좌월 그랜드슬램을 맞았다.

KIA가 4-2로 앞선 상황서 7회에 돌입했다. 전상현, 성영탁이 8회까지 책임졌다. 필승조로 가는 흐름이었다. 마무리 이의리가 갑자기 몸을 풀고 등판했을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이범호 감독이 9회말 시작과 함께 올린 투수는 우완 베테랑 이태양이었다.
5점차였고, 세이브 상황이 아니었다. 이의리를 최대한 아껴가며 기용할 요량으로 이태양을 넣은 것으로 보인다. 충분히 이해가 된다. 단, 이의리는 아무래도 마무리 경험이 아직 적어서, 기왕 몸을 풀었다면 이닝 시작과 동시에 들어가는 게 1사 만루 위기서 들어가는 것보다 나았을 순 있다.
그렇다고 9회초 시작과 함께 투입된 이태양을 탓할 수도 없다. 이태양은 올라가자마자 권혁빈에게 우전안타를 맞았다. 이형종을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했으나 서건창에게 우전안타를 맞았다. 포크볼을 바깥쪽에 잘 넣었지만, 서건창이 기 막히게 잡아당겼다. 최근 타격감이 매우 좋은 선수다. 그리고 추재현에게 우전안타를 맞고 만루 위기를 조성하고 말았다. 슬라이더를 몸쪽으로 잘 넣었다.
결과적으로 이태양의 실투는 별로 없었다. 키움 타자들의 대처가 좋았다. 아무래도 이태양의 구위나 스피드가 그렇게 압도적이지는 않다. 그렇게 5점차라고 해도 1사 만루가 되자 부랴부랴 이의리가 올라올 수밖에 없었다.
이태양이 이날 아웃카운트 3개를 깔끔하게 막았다면 참사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태양은 지난 겨울 2차 드래프트로 입단한 뒤 23경기서 1승5세이브 평균자책점 3.46으로 준수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어깨 이슈로 잠시 쉬긴 했지만, 올해 KIA에 입단한 뉴 페이스 투수들 중에서 가장 좋은 활약을 펼쳐왔다.
이태양은 롱릴리프와 추격조다. 어떻게 보면 가장 어려운 보직이다. 언제 나갈지 모르고, 갑자기 몸 풀고 나가기 일쑤다. 필승조가 연투라도 하면 갑자기 중요한 상황에 나가기도 한다. 컨디션 관리가 정말 쉽지 않은 보직이다. 스코어가 벌어진 상황서 등판하면 누구라도 집중력이 떨어진다. 잘 하면 티 안 나고, 조금만 부진하면 티가 확 나는 보직이기도 하다.
한화 이글스와 SSG 랜더스에서 이 역할을 많이 해본 베테랑이다. 그럼에도 간혹 난조를 보이는 날이 있다. 그날이 바로 이날이라고 보면 된다. 이 경기만 보면 이태양의 난조가 대역전극의 씨앗을 뿌렸던 건 맞다.
하지만, 이태양이 그동안 이 팀에서 티 나지 않게 해온 역할이 있다. 이태양이 있어서 KIA 불펜이 불안하지만 그럭저럭 돌아갔던 측면을 분명히 고려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 한 경기로 이태양을 과도하게 원망하면 안 된다.

그날 그 경기는 야구의 신이 키움을 향해 웃을 운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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