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정수미 기자] 금융당국의 제2금융권 중금리 가계대출 총량 관리 전액 제외 조치에 대해 정작 상호금융과 저축은행들이 크게 웃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과 연체율 관리에 집중해온 탓에 실제 대출 확대에는 신중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서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상호금융·저축은행·여신전문금융회사 등 제2금융권 가계대출 담당자들과 만나 8월 이후 순증하는 민간 중금리대출을 금융회사별 가계대출 총량 관리 실적에서 전액 제외하기로 했다.
중금리대출은 신용점수 하위 50%에 해당하는 중·저신용자에게 업권별 금리 상한 이내에서 공급하는 상품이다. 저축은행의 경우 기존에는 중금리대출 취급액의 80%를 총량에서 제외했지만 이달부터 제외 비율이 100%로 확대된다.
당국이 인센티브를 확대한 것은 가계대출을 관리하면서도 중·저신용자에 대한 자금 공급이 위축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금융사 입장에서는 중금리대출을 늘려도 일반 가계대출 한도를 소진하지 않는 만큼 규제상 공급 여력이 커지는 셈이다.
실제 지난 4월 저축은행 중금리대출의 총량 제외 비율이 80%로 확대된 이후 취급액도 반등했다. 올해 2분기 저축은행의 민간 중금리대출 취급액은 2조7496억원으로 1분기보다 27% 증가했다.
다만 상반기 전체로 보면 여전히 지난해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올해 상반기 취급액은 4조9080억원으로 전년 동기 6조3272억원보다 22.4% 감소했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총량 규제에서 제외되면서 대출 영업의 선택 폭이 넓어진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하반기 경기와 차주 상황을 살피면서 신중하게 늘려나갈 필요가 있다”이라고 말했다.
규제상 여유가 생겼다고 중금리대출을 무작정 늘리기도 쉽지않다.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연체 가능성과 이에 따른 대손비용을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PF 부실 정리 이후 건전성 회복에 집중해온 저축은행으로서는 대출 확대와 리스크 관리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야 한다.
수신금리와 예금보험료 인상에 따른 비용 부담도 변수다. 저축은행은 예·적금으로 조달한 자금을 대출 재원으로 활용하는 만큼 조달비용과 대손비용을 감안한 수익성을 따져야 한다. 인터넷은행과 카드사 등 다른 금융권의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에 따른 경쟁도 부담 요인이다.

상호금융의 사정은 더 복잡하다. 새마을금고와 신협, 농협 등은 지난해 가계대출 관리 실패로 올해 순증 목표를 0~1% 수준으로 제한받는 등 강도 높은 총량 관리를 받아왔다. 그러나 과거 승인된 집단대출이 순차적으로 집행되면서 올해 들어 가계대출은 이미 큰 폭으로 늘어난 상태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올해 1~7월 상호금융권 가계대출은 10조6000억원 증가했다. 농협이 7조원 늘어 증가폭이 가장 컸고 새마을금고와 신협도 각각 2조1000억원, 1조6000억원 증가했다.
정부가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를 기존 1.5%에서 3%로 높였지만 금융회사별 하반기 한도는 상반기 대출 실적과 경영상황 등을 고려해 차등 배분할 예정이다.
상호금융업계 관계자는 “이미 총량을 넘어 있는 상태라 이번 조치 이후에도 일반 가계대출 영업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대신 이주비·중도금·잔금 등 집단대출을 금융회사별 총량에서 제외해 별도로 관리하기로 한 조치는 상호금융에 상대적으로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상호금융의 가계대출 증가분 가운데 기존에 승인된 집단대출 집행이 상당 부분을 차지했던 만큼 앞으로 해당 대출이 총량을 추가로 소진하는 부담을 덜 수 있어서다.
반면 중금리대출 전액 제외의 체감 효과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수 있다. 상호금융에서 중금리대출이 전체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은 데다 중·저신용자 대출에 따른 신용위험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상호금융업계 관계자는 “중금리대출이 총량에 잡히지 않는 것은 도움이 되지만 전체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아 효과가 아주 직접적이지는 않을 것”이라며 “당국이 공급 확대를 요구하는 만큼 역할을 해야 하지만 현장에서는 신용위험을 고려해 보수적으로 취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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