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포인트] 가온전선, 북미 수주·증설 맞물린 이익…’실적 성장’ 가속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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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온전선 군포 사업장 전경. /LS전선
가온전선 군포 사업장 전경. /LS전선

[포인트경제] 가온전선의 북미 사업이 수주와 생산능력 확대라는 두 축을 동시에 확보하며 실적 성장 속도를 높이고 있다. 미국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투자가 늘면서 전력케이블 수출이 증가하는 가운데, 미국 자회사 LSCUS의 버스덕트(Busduct) 사업까지 빠르게 성장하면서다.

외형뿐 아니라 영업이익 증가율도 매출 증가율을 웃돌아 고부가 제품 중심의 사업구조 변화가 숫자로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4일 증권업계와 공시 자료 등에 따르면 가온전선의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은 1조6330억원, 영업이익은 64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27.3%, 41.8% 증가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반기 기준 역대 최대다. 2분기만 보면 매출 8694억원, 영업이익 361억원으로 1분기보다 성장 폭이 확대됐다.

단순 외형 확대보다 눈에 띄는 것은 이익 증가 속도다. 전선업은 원재료인 구리 가격 변화가 매출에 영향을 주는 특성상 매출 증가만으로 실적 개선을 판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가온전선은 상반기 영업이익 증가율이 매출 증가율을 14%포인트 이상 웃돌았다. 미국향(向) 고부가 전력케이블과 데이터센터 전력망의 핵심 인프라인 버스덕트 비중 확대가 제품 믹스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 북미 수주가 매출로…LSCUS 중심 성장 구조 뚜렷

변화의 중심에는 가온전선이 지분 100%를 보유한 미국 생산·판매법인 LSCUS가 있다. 지난해 북미향 전력케이블 매출은 5165억원으로 전년보다 8배 이상 늘었고, 이 가운데 LSCUS 매출이 4176억원을 차지한 것으로 키움증권은 분석했다. 올해 들어서는 기존 전력케이블에 AI 데이터센터용 버스덕트가 더해지면서 사업 포트폴리오가 한 단계 넓어졌다.

실제 수주도 장기계약에서 개별 프로젝트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LSCUS는 지난 20일 미국 AI 클라우드 사업자의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 총 2000억원 규모의 버스덕트를 공급하는 계약을 확보했다. 250MW급 AI 데이터센터가 포함된 프로젝트로 2027년까지 순차 공급한다. 기존 글로벌 빅테크와 생성형 AI 기업에 이어 AI 클라우드 사업자까지 고객 기반도 넓어졌다.

앞서 6월에는 생성형 AI 기업과 약 600억원 규모, 글로벌 전기차 업체와도 약 6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를 확보했다. LSCUS가 확보한 버스덕트 장기 공급계약은 5조원을 웃돈다. 다만 이들 장기계약에는 고객의 데이터센터 투자에 따라 개별 발주가 이뤄지는 프레임 계약이 포함돼 있어 전체 계약액을 확정 수주잔고로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결국 최근 2000억원 계약처럼 실제 프로젝트 발주가 얼마나 빠르게 이어지는지가 향후 실적을 가를 핵심이다.

증권가의 실적 눈높이도 올라가고 있다. 조재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 7월 처음 가온전선의 북미 사업 성장성을 본격적으로 분석한 데, 이어 상반기 실적이 나온 뒤인 이달 7일 전망치를 다시 높였다. 올해 연결 매출을 3조2287억원, 영업이익을 1263억원으로 추정해 기존 전망보다 각각 10%, 19% 상향했다. 지난해 3.1%였던 영업이익률도 올해 3.9%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상반기 LSCUS를 포함한 북미향 매출은 약 3600억원, 버스덕트 매출은 약 1300억원으로 키움증권은 추산했다. 특히 지난해 약 800억원 수준이던 버스덕트 매출이 올해 3200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봤다. 기존 전력케이블보다 수익성이 높은 버스덕트 매출 비중이 커질수록 외형 확대 이상의 이익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수주 증가와 증설 시점이 맞물린다는 것도 긍정적이다. LSCUS는 5000만달러, 약 760억원을 투자해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타보로 공장의 AI 데이터센터용 송전케이블 생산능력을 기존의 두 배로 늘리고 있다. 신규 생산라인 두 개 가운데 1차 라인은 오는 10월, 2차 라인은 내년 4월 순차 가동된다. 1차 증설 물량 상당 부분이 이미 예약돼 있어 수요를 확인하지 않은 선제 투자와는 성격이 다르다.

△ LS전선 생산망까지 활용…성장 지속성은 ‘현금흐름’이 관건

가온전선의 또 다른 강점은 LSCUS의 미국 현지 판매망을 LS전선의 생산능력과 연결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버스덕트는 이 구조가 비교적 분명하다. 미국 고객과의 장기 공급계약 및 개별 프로젝트 계약은 LSCUS가 확보하는 반면 수주 확대에 대응해 LS전선은 경북 구미와 멕시코에서 버스덕트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말 멕시코 공장이 가동되면 LS전선의 버스덕트 생산능력은 현재의 약 3배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가온전선 입장에서 자체 미국 생산능력 확대에 더해 LS전선의 글로벌 생산망까지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 LS전선 생산 제품 중 LSCUS가 계약·판매 주체로 공급하는 물량이 증가할 경우 해당 판매 매출과 이에 따른 이익은 LSCUS를 통해 가온전선 연결 실적에 반영될 수 있다. 가온전선이 미국 현지 생산뿐 아니라 LS그룹 전선 공급망의 북미 판매 채널이라는 두 가지 역할을 동시에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가온전선이 LSCUS를 통해 북미에서 확보한 사업 경험은 향후 시장 다변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미국 빅테크와 생성형 AI, 전기차·AI 클라우드 기업으로 고객군을 넓혀가며 글로벌 데이터센터 공급 레퍼런스를 축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 전력기기 업체들이 강한 버스덕트 시장에서 LSCUS가 공급업체로 자리잡기 시작했다는 점도 향후 유럽시장 진출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가온전선이 직접 유럽에서 대규모 매출을 확보한 단계는 아니지만 LS전선의 유럽 생산·판매망과 북미에서 쌓은 고객 레퍼런스를 활용할 경우 다음 시장을 개척하는 교두보가 될 수 있다.

남은 과제는 현금흐름이다. 빠른 매출 확대는 원재료 선구매와 재고자산, 매출채권 증가를 동반한다. NICE신용평가는 올해 1분기 운전자본 증가에 따른 현금 유출을 1779억원으로 추정했다. 실제 가온전선은 북미 사업 확대와 LSCUS 인수 이후 차입 및 운전자본 부담이 커진 상태다.

다만 이 역시 향후 이익창출력이 얼마나 빠르게 높아지느냐에 따라 부담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 키움증권은 올해 EBITDA를 1371억원으로 추정했고 신용평가업계도 고수익 제품 확대와 LSCUS 실적 개선을 감안하면 재무부담이 점차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결국 하반기에는 영업이익 증가가 매출채권 회수와 재고 정상화를 거쳐 실제 현금 유입으로 전환되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밸류에이션도 같은 맥락이다. 키움증권은 가온전선의 실적 전망치를 잇달아 높였지만 아직 별도의 목표주가와 투자의견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북미 AI 데이터센터 성장 기대가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된 만큼 앞으로 주가의 추가 상승 여력은 기대감보다는 실적 추정치 상향이 계속될 수 있는지에 달렸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수주가 생산능력 확대로 이어지고, 다시 매출과 이익으로 전환되는 성장의 연결고리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은 지금 가온전선의 가장 중요한 투자 판단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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