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최주연 기자] 예금보험공사와 금융감독원 노동조합이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대상에서 양 기관을 제외할 것을 촉구했다. 금융회사와 법무·회계법인, IT 전문기관 등 금융 인프라가 수도권에 집중된 만큼 금융안정과 금융소비자 보호를 담당하는 기관의 지방이전은 위기 대응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 금융위기 때 ‘거리’가 변수…“기관 간 신속한 협업 어려워질 것”
예보·금감원 노조는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예보와 금감원의 입지는 금융안정과 금융소비자 보호의 문제”라며 지방이전 반대 입장을 밝혔다.
노조가 가장 크게 문제 삼은 것은 금융 현장과 감독당국 사이의 물리적 거리다. 양 기관 노조는 “예보의 보호 대상, 금감원의 검사 대상 금융회사 본점은 수도권에 집중돼 있으며 금융회사 및 금융당국을 비롯한 법무·회계법인, IT 전문기관 등 금융 인프라 또한 수도권에 모여 있다”고 주장했다.
금융위기나 대규모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때 신속한 의사결정과 기관 간 협업이 중요한 만큼 금융안정을 담당하는 기관이 금융 현장에서 떨어질 경우 대응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노조는 미국·영국·일본 등 주요 금융 선진국의 금융안정 및 감독기구가 수도에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영헌 예보 노조위원장은 “예보가 보호하는 은행예금 중 70% 이상이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며 “금융안정의 심장인 예보 이전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김상우 금감원 노조위원장도 “금감원의 지방이전으로 금융산업이 한 단계 도약할 기회를 놓치게 될까 걱정스럽다”며 “국가 핵심 인프라는 기능이 잘 작동할 수 있는 현장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40세 미만 금감원 직원 82.5% “이직 고려”…예보 저연차 근무 의향 12%
지방이전이 현실화할 경우 실제 인력 이탈 가능성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 노조가 조합원 153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지방이전 관련 인식조사에서 40세 미만 직원 가운데 지방이전 시 이직을 적극 고려하겠다고 답한 비율은 82.5%에 달했다. 전체 연령대의 이직 고려 비율인 69.7%보다 12.8%포인트 높다.
예보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예보 노조가 내부 구성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지방이전 이후에도 계속 근무하겠다는 의향은 근속 5년 미만 저연차 직원의 경우 12%, 5급 실무직은 9.5%에 그쳤다.
양 기관 노조는 이 같은 인력 이탈이 단순한 조직 내부의 문제가 아니라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예보·금감원 실무진 상당수가 회계사·변호사·계리사 등 금융·법률 전문성을 갖춘 인력으로 구성돼 있고, 저축은행 사태 등 과거 금융위기를 직접 경험하며 축적한 전문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노조는 “실무진의 다수는 회계사, 변호사, 계리사 등 금융·법률 전문성이 검증된 인력이며 저축은행 사태 등 역사적인 금융위기를 직접 헤쳐온 경력을 내재하고 있다”며 “전문성의 이탈은 곧 소비자 보호기능의 소실”이라고 지적했다.
◇ “지방이전이 결혼·출산·경력단절로”…2030 세대에 부담 전가
젊은 직원들의 이탈과 가족 문제도 지방이전의 주요 부작용으로 꼽았다. 맞벌이 가구가 많은 상황에서 한쪽 배우자의 근무지가 지방으로 이전될 경우 결혼과 출산, 육아뿐 아니라 경력 단절 문제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보 노조가 소개한 한 실무직원은 “지방이전으로 아이 낳을 용기를 잃었다”며 “서울 직장이 있는 남편은 지방으로 내려갈 수 없고 이전이 현실화되면 연고도 없는 타지에서 홀로 임신과 출산, 육아를 감당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지방이전은 직장을 포기하게 만들거나, 가족을 해체하거나, 경력 단절 위험으로 내몰아 아이 낳기를 포기하게 만든다”며 “시대착오적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예보·금감원 노조는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방안에 양 기관이 포함될 경우 추가 공동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지방이전 대상 기관들과의 연대 가능성도 열어뒀다.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중앙행정기관의 2차 지방이전 방안은 이르면 25일 국무회의에서 심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감원 노조는 이날 오후 금감원 본원에서 지방이전 반대를 위한 비공개 결의대회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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