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인천 류한준 기자] 통통 튀는 세리머니. 이승여(청주 금천중)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17세 이하 여자배구대표팀은 칠레에서 열린 국제배구연맹(FIVB) 주최 2026 U17 세계선수권대회 기간 동안 많은 주목을 받았다.
조별리그 전승에 이어 16강, 8강 진출까지 최종 6위라는 좋은 성적 뿐 만 아니라 '리틀 김연경'으로 불리는 손서연(선명여고) 활약이 관심을이끌어낸 요인이 됐다. 그리고 서브 에이스, 블로킹 성공, 공격 성공시에 대표팀 선수들이 보여준 세리머니도 화제가 됐다.
손서연은 지난 19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현장 취재진과 가진 인터뷰를 통해 "세리머니 아이디어는 전적으로 세터 이서인(선명여고)가 냈다"고 말했다. 이서인도 인터뷰에서 "(손) 서연이 말이 맞다"며 "세리머니의 90%는 내 생각"이라고 웃었다.
이서인은 "대회 기간 동안 선수단 미팅 마지막 시간에 세리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며 "서브 성공 후 점프 세리머니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다시 한 번 웃었다. 해당 세리머니도 물론 이서인의 아이디어였다.
그런데 이서인은 세리머니로만 주목 받은 건 아니다. 이번 대회 베스트 세터 부문 3위에 올랐다. 그는 대표팀이 치른 9경기에서 세트 성공 221개를 기록했다. 세트 범실은 5개 뿐이었고 경기당 평균 24.56세트, 세트 성공률 29.27%라는 성적을 냈다.

손서연이 득점 부문 3위와 베스트 어택커 3위에 오를 수 있는 원동력을 이서인이 마련해줬다고 볼 수 있다. 팀 공격을 지휘하고 조율하는 세터이기 때문이다.
이서인은 손서연과 손발을 맞춘지 오래됐다. 16세에 이어 17세 대표팀 그리고 경해여중과 선명여고에서도 이서인이 보낸 패스(토스)를 손서연이 스파이크를 비롯한 여러 공격 기술을 앞세워 득점을 올린다.
이서인이 배구와 접한 계기도 손서연과 관계가 있다. 그는 "저희 이모와 서연이 어머니가 잘 아는 사이였다"며 "그래서 초등학교 6학년 때 배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서인이 처음부터 세터를 본 건 아니다. 그는 "세터 자리에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못했는데 당시 감독 선생님이 '키가 크기 때문에 장신 세터로 키워야 한다'고 얘기하셨다(이서인의 현재 신장은 178㎝다)"며 "지금은 당연히 만족하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배구를 그만두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이서인은 "언니와 아빠가 적극적으로 말렸다. 그덕분에 아시아선수권을 비롯해 세계대회에도 참가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서인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손서연에 대한 공격 비중을 줄이기로 했다. 이승여 감독과도 경기를 어떻게 풀어갈지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이승여호'가 손서연 뿐 아니라 어민서(한봄고) 장수인(경남여고)도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한 배경이다. 이서인은 최민주(경해여중) 이다연(중앙여고) 문티아라(경남여고) 등 미들블로커도 자주 활용햇다.
그는 "16세 대표팀에서 뛸 당시 서연이에게 너무 공격이 몰려서 이번에는 볼 배분에 좀 더 신경을 썼다. 미들블로커들과도 팀 연습 전후에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경기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찬스볼이 왔을 때는 무조건 원 블로커 상황을 만들려고 노력했다"며 "나 혼자 한 게 아니고 서연이를 비롯해 대표팀 동료들이 도움이 있어서였다"고 덧붙였다.
이서인은 이번 대회에서 2단 공격과 서브에서도 강점을 보였다. 그는 "패스 페인팅은 감독님께서도 적극적으로 시도를 하라고 했다. 서브는 목적타였는데 그래도 강하게 시도하려고 했다. 이 부분에 초점을 맞췄는데 결과가 잘 나왔다"고 말했다.

세계선수권을 마친 소감도 언급했다. 그는 "8강전 튀르키예(터키)전이 정말 기억에 남는다. 이탈리아와 다시 만난 5~6위 결정전도 그렇고 6위라는 성적이 아쉽지만 그래도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서인은 "다른 팀 세터들의 경기를 보니 위축된 부분도 있었다"며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마인드 컨트롤에 집중했다"고 덧붙였다. 다음 목표는 분명하다. 그는 "앞으로 선수 생활을 하는 동안 '세터 때문에 경기를 이겼다'는 말을 꼭 듣고 싶다. 감독님과 코치 선생님들도 그렇게 얘기해줬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배구 영상도 좀 더 보며 공부를 하려고 한다. 롤 모델인 김다인(현대선설) 외에 최근에는 프랑스남자배구대표팀 주전 세터인 앙투안 브리자드 플레이에 꽂혔다. 이서인은 "일본 SV리그 경기 영상을 봤는데 (브리자드는 오사카 소속으로 뛰고 있다) 플레이가 정말 대단한 것 같다"며 "(김) 다인 언니나 브라자드처럼 잘하는 세터가 되고 싶다"고 포부도 밝혔다.
류한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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