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잠실 김경현 기자] 사이드암의 암흑기다. ABS 도입 후 대부분의 사이드암이 곡소리를 낸다. 그런데 선발로 활약하는 선수가 딱 한 명 있다. 바로 KT 위즈 에이스 고영표다.
고영표는 2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LG와의 원정 경기에서 선발 등판해 6이닝 6피안타(2피홈런) 2볼넷 6탈삼진 3실점으로 시즌 10승(6패)을 기록했다. 2025년(11승)에 이어 2년 연속 10승이다. 또한 이날 통산 1300이닝을 돌파했다. KBO리그 역대 47번째 대기록이며, KT 소속 선수로는 최초다.
시작부터 위기관리 능력을 선보였다. KT는 1회초 샘 힐리어드의 선제 적시타로 1점을 선취했다. 1회 박해민에게 우중간 3루타를 헌납, 1사 3루에 몰렸다. 곧바로 동점을 내줄 위기. 고영표는 오스틴 딘을 헛스윙 삼진, 문정빈을 3루수 땅볼로 솎아 냈다.
고영표다운 투구가 이어졌다. 2회 안타와 볼넷으로 2사 1, 2루에 몰렸다. 홍창기를 2루수 뜬공으로 잡고 이닝 종료. 3회는 이날 첫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었다.

홈런 두 방을 내줬다. 4회 1사 1루에서 문보경에게 역전 투런 홈런을 허용했다. 이어 오지환에게 다시 솔로 홈런을 맞았다. 경기는 순식간에 1-3이 됐다. 고영표는 추가 실점 없이 4회를 마무리했다.
흔들리지 않았다. 5회 1사에서 오스틴에게 2루타를 내줬다. 문정빈을 헛스윙 삼진, 송찬의를 루킹 삼진으로 잡고 이닝을 끝냈다. 6회도 삼진 2개를 곁들이며 두 번째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었다.
고영표의 호투에 타선도 응답했다. 7회 대거 6점을 지원한 것. 고영표는 승리 요건을 갖추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KT 타선은 8회 7점, 9회 2점을 추가했다. 16-4로 KT의 대승. 고영표도 10승을 챙길 수 있었다.

경기를 마친 뒤 고영표는 "홈런 두 방을 맞았지만 내 실투였고 상대 타자들이 잘 친 결과였다. 3실점에도 흔들리지 말고 집중해서 잘 버티자는 마음이었는데 타선을 도움을 받아 승리도 챙길 수 있었다"고 경기를 돌아봤다.
두 번 당하지 않았다. 다음 타석 문보경에겐 투수 땅볼, 오지환에겐 루킹 삼진을 만들었다. 고영표는 "계속 하이존을 공략하는 피칭을 했어야 했다. 홈런 두 방 맞고 마운드에 내려와서 (한)승택이와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 타석 승부할 때 집요하게 하이존을 공략해서 잡아냈다"고 전했다.
고영표에게 10승이란 어떤 의미일까. 한 시즌을 선발 투수로 착실하게 버텨온 증표"라면서 "좋긴 하지만 엄청 좋은 수준은 아니다. 15~20승은 해야 엄청 좋지 않을까"라며 웃었다.
다승 1위 그룹과 1승 차이로 따라붙었다. 고영표는 "레이스 경쟁자들이 코앞에 있으니 의식이 된다"면서도 "승이라는 것은 운이 많이 따라줘야 한다. 오늘도 흐름이 많이 안 좋았는데 타격이 터져서 다행이다. 그런 흐름이 된다면 다승왕 운이 따르지 않을까"라고 했다.
매년 변화를 주고 있다. 작년은 커터를 장착하려 했다. 올해는 스위퍼를 구사 중이다. 또한 커브 그립도 바꿨다. 그간 시행착오를 통해 하이존 역시 던지는 방법을 터득했다.
고영표는 "변화를 주저하지 않는다. 실패라는 경험을 통해서 지금 내가 여기 있다. ABS도 엄청 큰 변화였다. 그에 맞게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ABS 도입 후 사이드암 선발이 사실상 멸종했다. ABS존은 상하로 던지는 투수에게 유리하다. 그런데 사이드암 투수는 상단을 공략하려면 오버핸드 투수보다 허리와 무릎, 팔각도에 더 큰 변화를 줘야 한다. 고영표도 한동안 하이존을 위한 매커니즘을 만들기 위해 고생했다.
고영표는 "자부심을 마음속에 대단히 많이 갖고 있다. 사이드암 선발투수는 제가 유일한 것으로 안다. 그 부분에 대해 자부심이 있다"며 "앞으로도 ABS를 잘 이용하는 투수로 팬들에게 기억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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