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공급 속도전’을 공언한 정부가 주택공급을 위해 용산공원을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는 모양새다. 정치권 안팎의 비판여론에도 불구하고 청년 세대를 위한 정책이라는 점을 부각하며 여론수렴에 돌입한 것이다. 여당은 이러한 정부 정책에 보조를 맞추며 관련법 개정 가능성도 열어뒀다.
하준경 청와대 경제성장수석은 19일 TV조선 ‘뉴스 퍼레이드’에 출연해 용산공원을 택지화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 수석은 “(용산공원의) 넓이가 91만 평”이라며 “여의도보다 큰 땅이 거기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이걸 어떻게 쓰는 게 제일 좋은 것이냐 한번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하 수석은 현재 용산공원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며 검토할 만한 사안이라는 점을 짚었다.
땅속에 묻힌 오염물질 또한 공원으로서 기능을 제한하고 있다고도 평가했다. 주택을 공급할 경우 땅을 파는 과정에서 오염물질을 제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용산공원 택지화가 전 부지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란 오해도 불식시키는 데 정부는 안간힘을 쓰고 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녹지로서 기능을 일부 상실한 곳에 대해 제한적으로 청년 주택을 공급하는 대안이 어떤 게 있는지 검토하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3일 새로운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수도권 지역의 신속한 주택 공급을 공언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공급 총력전’을 지시한 상황에서 정부의 시선은 가용한 부지를 찾는 데 쏠렸다. 용산공원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번 부동산 공급전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 축구장 42개 면적의 넓은 부지가 자리하고 있는 만큼, 이를 활용하면 상당한 주택공급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 여당, 특별법 개정도 거론
하지만 이는 정치권 안팎의 강한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도심 속 녹지 마련을 위해 조성된 공간에 주택을 개발하는 것이 과연 적절하냐는 의문이 대표적이다. 이미 오염물질이 누적된 곳에 제대로 된 정화 과정 없이 주택을 짓는 것이 합당한 지에 대한 의문도 더해졌다. 김경대 용산구청장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토양오염 우려 기준을 초과하는 면적이 전체 부지의 약 72% 정도”라며 “이런 부지를 주택 공급 대상으로 거론하는 것은 안전과 상식에 맞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역사적 상징성과 난개발 보호 등을 목적으로 관련 법이 제정됐고 역대 정부에서 이를 계승해 왔다는 점도 반대 측이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실제로 2007년 제정된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 4조 2항에는 ‘본체부지를 공원 외의 목적으로 용도 변경하거나 매각 등의 처분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돼 있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이날 국회 국토위 전체회의에서 “용산 미군 반환 부지는 국가 공원으로 돼야 한다는 것이 노무현 대통령의 유지”라고 언급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번 정책이 주거 취약 세대 중 하나인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는 점을 부각하고 나섰다. 여당도 이에 적극 보조를 맞추고 있다. 여당 일각에선 필요하다면 용산공원 특별법 개정도 가능하다는 분위기다.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법이라는 건 사회적 합의에 따라서 일부 개정할 수도 있지 않나 이렇게 보고 있다”고 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여당 간사인 복기왕 민주당 의원은 이날 당정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공급 여력이 있다고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지금부터 시작하면 된다”고 부연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일단 여러 의견을 수렴하는 공론화 과정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청와대는 이날 “용산공원 활용과 관련해서는 국토부가 관계기관 협의와 국민 의견수렴 등 사회적 논의를 진행 중”이라며 “여론조사 등 구체적인 의견수렴 방식·주체·시기 등은 현재 결정된 바 없다”고 했다. 아울러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오는 20일 오세훈 서울시장과 회동해 이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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