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쟁의권·다른 수위…현대차 전면파업·기아 특근 거부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현대자동차(005380)와 기아(000270) 노조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을 놓고 사측을 압박하고 있지만 선택한 방식에는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현대차 노조가 부분파업의 강도를 높인 끝에 8시간 전면파업까지 예고한 반면, 기아 노조는 쟁의권을 확보하고도 특근을 중단한 채 추가 교섭을 이어가고 있다.

같은 현대자동차그룹 소속이고 임금 인상과 성과급, 정년 등 주요 쟁점도 상당 부분 겹친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교섭 과정은 달랐다. 현대차는 노사 대화가 장기간 끊긴 사이 파업이 반복됐고, 기아에서는 사측이 최근 잇달아 제시안을 내놓으면서 협상 테이블이 유지되고 있다. 양사 노조가 꺼내든 카드가 달라진 이유다.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19~20일 각각 4시간씩 부분파업을 벌인다. 21일에는 근무시간 8시간을 모두 멈추는 전면파업에 나서고, 24~25일 다시 각각 4시간 부분파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21일 파업이 예정대로 이뤄지면 현대차 노조가 8시간 전면파업에 나서는 것은 2016년 이후 10년 만이다.

현대차 노조가 처음부터 전면파업을 택한 것은 아니다. 노조는 지난 6월 말 연장근로와 토요일 특근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며 사측 압박에 나섰다. 이후 교섭에서도 접점을 찾지 못하자 지난달부터 부분파업으로 수위를 높였고, 이달 들어서는 하루 파업시간을 최대 6시간까지 늘렸다. 특근 거부로 시작한 쟁의가 부분파업을 거쳐 전면파업까지 확대된 셈이다.

교섭도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달 8일 이후 41일 동안 본교섭을 열지 못하다가 지난 18일 16차 교섭을 재개했다. 오랜만에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노조는 같은 날 추가 파업 일정을 확정했다.

임금과 성과급뿐 아니라 정년 연장과 해고자 복직 등 노사 간 입장이 맞서는 사안도 남아 있다. 현대차가 앞선 교섭에서 기본급 8만9000원 인상과 성과금 350%+1000만원, 주식 15주 등을 제시했지만 타결로 이어지지 않았다.

생산 차질도 누적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달 여러 차례 부분파업을 진행한 데 이어 이달에도 파업을 이어왔다. 현대차 측은 지난달까지 파업과 특근 거부에 따른 생산 차질이 4만2000대를 웃도는 것으로 추산했다. 21일 전면파업까지 현실화하면 생산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기아도 노사 간 입장차가 작은 것은 아니다. 기아 노조는 지난달 23일 실시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전체 조합원 대비 82%의 찬성으로 쟁의행위를 가결했다.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지 결정도 나오면서 파업에 들어갈 수 있는 절차를 마쳤다. 실제 파업에 나서지 못해서가 아니라 현재까지 다른 압박 방식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기아 노조가 현재 꺼낸 카드는 생산 부문의 특근 거부다. 지난달 쟁의대책위원회를 통해 8월부터 특근을 거부할 수 있도록 권한을 지부장에게 위임했고, 지난 18일 9차 본교섭에서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자 교섭이 끝날 때까지 생산 특근을 하지 않기로 했다.

정규 근무시간의 생산라인을 멈추는 파업과 비교하면 생산에 미치는 즉각적인 충격에는 차이가 있다. 다만 주말과 추가근무를 통한 생산량 확보가 어려워지는 만큼 교섭이 길어질수록 회사에도 부담이 쌓인다.

기아는 지난 13일 8차 본교섭에서 올해 첫 일괄제시안을 내놨다. 기본급 9만3000원 인상과 성과금 350%+1100만원, 자사주 45주 등을 제시했고, 이후 18일 열린 9차 교섭에서는 기본급과 성과금 규모를 추가로 높인 2차안을 제시했다. 노조는 두 차례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사측의 수정안이 이어지면서 교섭 자체는 계속되고 있다.

현대차와 비교하면 차이가 선명하다. 현대차에서는 교섭 공백이 길어지고 기존 제시안에서 진전을 찾지 못하는 동안 노조의 쟁의 강도가 단계적으로 올라갔다. 기아에서는 노조가 파업권까지 확보했지만 회사의 제시안이 이어지면서 아직 특근 거부를 중심으로 압박하고 있다.

기아의 무분규 타결을 낙관하기도 이르다. 기아 노조는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과 전년도 영업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정년 65세 연장 등을 요구해 왔다. 기아가 임금성 제시안을 두 차례 수정했지만 노조 요구와는 여전히 차이가 있고 단체협약을 둘러싼 쟁점도 남아 있다.

기아 노사는 19일 10차 본교섭을 열고 추가 협상을 이어갈 예정이다. 여기서도 간극을 좁히지 못할 경우 노조가 특근 거부보다 높은 단계의 쟁의행위를 선택할 가능성이 변수로 떠오른다. 기아가 실제 파업에 들어가면 2020년 이후 6년 만으로,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이어진 5년 연속 무분규 타결 기록도 끊기게 된다.

결국 현대차와 기아의 현재 모습은 노조 성향의 차이보다는 각 회사의 교섭이 어디까지 진행됐는지에 따라 갈린 측면이 크다. 현대차는 특근 거부와 부분파업을 거쳐 전면파업까지 압박 수위를 끌어올렸고, 기아는 쟁의권을 손에 쥔 채 특근을 중단하고 사측의 다음 카드를 지켜보고 있다.

현대차는 오는 21일 10년 만의 전면파업을 앞두고 있다. 기아도 추가 교섭에서 접점을 찾지 못하면 쟁의 수위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 기아까지 파업에 들어갈 경우 현대차그룹의 국내 완성차 생산이 동시에 노사 리스크에 노출되면서 생산 차질 부담도 한층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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