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선관위의 침묵 속에 신뢰는 무너진다"...'현직 언론인' 경남도의원 당선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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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인트경제]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의 공정성을 담보하고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 역할을 해야 하는 독립된 헌법기관이다. 그러나 자녀 특혜채용 논란과 거듭된 선거 관리 부실로 이미 큰 타격을 입은 선관위가 이번에는 지방선거 후보자 자격 검증을 둘러싼 '이중 잣대'와 관리 부실 논란으로 또다시 거센 도마 위에 올랐다.

경상남도선거관리위원회 전경. /경남도선관위.
경상남도선거관리위원회 전경. /경남도선관위.

발단은 국민의힘 소속 경남도의회 비례대표 A의원이 '현직 인터넷신문 발행인' 신분을 유지한 채 당선된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경남도선관위와 일부 언론매체 등에 따르면 A 의원은 2023년 2월부터 현재까지 도내 한 인터넷신문 법인의 발행인으로 버젓이 등록돼 있다. 공직선거법 제53조는 언론인이나 인터넷신문 발행·경영자가 선거에 입후보하려면 선거일 전 90일까지 그 직을 사퇴하도록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A의원은 이 규정을 지키지 않은 채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이에 대해 A의원은 "2025년 2월부터 운영을 중단해 사이트가 폐쇄된 상태였다"며 "폐업 신고를 통해 등록을 말소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한쪽은 '사퇴', 다른 한쪽은 '당선'…극명하게 엇갈린 운명

이번 사안이 단순한 해명으로 넘어가기 힘든 이유는 명백한 형평성의 실종 때문이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거창군의원 선거 출마를 준비했던 B씨의 경우, 인터넷매체 발행인 신분과 관련된 사퇴 규정을 안내받고 곧바로 당 공천 신청을 철회하며 예비후보직을 스스로 내려놓았다.

외형적으로 유사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한 사람은 선관위의 안내에 따라 정치적 꿈을 접어야 했고, 다른 한 사람은 선관위가 이를 파악조차 하지 못한 채 공천과 당선이라는 결과를 손에 쥐었다. 선거법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돼야 하는 대원칙이 무너진 셈이다.

더 큰 공분을 자아내는 대목은 선관위의 태도다. 경남선관위 관계자는 언론 취재 과정에서 A 의원의 선거법상 사퇴 의무 위반 사실이 인정된다는 취지로 설명하면서도 "입후보 때 본인이 알리지 않으면 확인하기 어렵고 위반하더라도 별도 처벌 규정이 없어 의원 신분 변동에 영향을 미치기는 힘들다"며 고발이나 적극적인 조치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선거 전이었다면 후보 자격을 박탈하거나 걸러낼 수 있었던 사안이, 당선과 임기 개시 이후 드러났다는 이유로 사실상 '면죄부'를 주는 듯한 태도는 헌법기관의 직무유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행정기관에 공식 등록되는 인터넷신문 발행인 정보조차 사전에 교차 검증하지 못한 선관위의 무능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민주당 경남도당 "전수 점검과 철저한 진상 규명 촉구"

이 같은 논란이 확산되자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은 즉각 논평을 내고 선관위를 향해 날을 세웠다.

경남도당은 "지난 지방선거 당시 민주당 예비후보들은 언론사 발행인이라는 이유로 사퇴 기한을 맞추지 못해 눈물을 삼키며 출마를 포기해야 했다"며 "누군가는 법에 따라 출마를 포기했는데 현직 언론인이 도의원에 당선됐다면 도민들이 어떻게 납득할 수 있겠느냐"고 강하게 질타했다.

특히 경남도당은 △해당 언론인이 도의원 당선인으로 결정된 정확한 경위 공개 △후보자 등록 및 자격 검증 과정의 오류 여부 규명 △모든 후보에게 동일한 기준이 적용됐는지에 대한 전수 점검 및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강력히 촉구했다. 단순한 전산상 실수나 '몰랐다'는 변명으로 책임을 회피할 단계는 이미 지난 것이다.

신뢰 잃은 선관위가 답해야 할 마지막 질문

선거관리위원회의 가장 강력하고 유일한 자산은 바로 '신뢰'다. 그러나 채용비리 사태에 이어 이번 후보자 부실 검증 및 늑장 대응 논란까지 겹치며 선관위를 향한 국민적 불신은 임계점을 넘어섰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단순한 A 의원 개인의 거취 문제를 넘어선다. 선관위가 왜 두 사례의 결과를 다르게 낳았는지, 그리고 그 차이가 오직 법과 원칙에 따른 공정한 집행이었는지를 명명백백히 해명해야 한다.

침묵과 회피로는 무너진 선거관리의 신뢰를 되찾을 수 없다. 선관위는 즉각 명확한 진상과 법리적 근거를 국민 앞에 낱낱이 밝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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