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김하영 기자] 배우 하영이 증조부 친일 행적에 대해 자필 사과문을 전한 가운데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조상의 과오를 뒤늦게 알게 된 해외 스타들의 대처 역시 재조명되고 있다.
하영은 12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계정을 통해 자필 사과문을 게재했다.
무지한 상태에서 증조부에 관한 이야기를 가족의 자랑처럼 꺼내 왔다고 고개 숙인 하영은 "이번 일을 계기로 관련 자료를 직접 찾아보는 과정에서 증조부의 친일적 행적을 알게 됐다"며 "일제강점기라는 뼈아픈 시간을 보낸 우리나라의 역사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가족사를 가볍게 언급했던 것을 반성한다"고 밝혔다.
이어 “="제가 미처 알지 못했다는 사실이 그 역사를 외면하거나 가볍게 여길 이유가 될 수는 없다"며 "그 과오를 무겁게 받아들이며 후손으로서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광복절을 앞둔 시기에 논란이 불거진 것에 대해서도 송구함을 드러낸 하영은 말뿐이 아닌 행동으로 사과의 진정성을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우리의 역사를 깊이 있게 공부해 나가며 독립 유공자분들과 우리나라의 광복과 안녕에 힘써 주신 모든 분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섬기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하영이 직접 사과에 나선 것은 증조부의 친일 행적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진 지 사흘 만이다. 소속사가 처음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가 하루 만에 이를 철회하면서 논란을 키웠다는 비판이 나온 가운데 하영이 직접 자신의 무지를 인정하고 후손으로서 고개를 숙였다는 점에서는 앞선 대응과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다만 사과문의 진정성은 결국 앞으로의 행동을 통해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 하영 스스로도 "말뿐이 아닌 행동으로 실천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한 번의 사과문 이후 어떤 모습을 보여주는지가 더욱 중요해졌다.
그렇다면 본인이 선택하지 않은 조상의 어두운 역사를 뒤늦게 마주한 해외 스타들은 어떻게 대응했을까. 자신과 무관하게 벌어진 조상의 과오를 알게 된 뒤 이를 부정하거나 외면하지 않고 어떻게 받아들였느냐는 점에서 참고할 만한 사례가 있다.

대표적으로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와 BBC '셜록'으로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영국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있다.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조상은 과거 영국 식민지였던 바베이도스에서 대규모 사탕수수 농장을 소유했으며 노예 노동을 통해 부를 축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이러한 집안의 과거사를 숨기지 않았다. 그는 노예제 폐지를 다룬 영화 '어메이징 그레이스'에 출연했고, 2014년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영화 '노예 12년'에서는 농장주 윌리엄 포드를 연기했다. 윌리엄 포드는 극 중 다른 노예 소유주와 비교하면 인간적인 면모를 보이지만 결국 노예제라는 시스템을 거부하지 못하고 그 안에서 타협하고 방관하는 인물이다.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과거 자신의 가문이 가진 노예제 역사와 이러한 작품 선택을 두고 "어쩌면 잘못을 바로잡으려 했던 것인지도 모른다"는 취지로 이야기한 바 있다. 배우라는 자신의 직업을 통해 불편한 역사와 맞닿은 작품에 꾸준히 참여한 것이다.

배우 에드워드 노튼 역시 비슷한 경험을 했다. '프라이멀 피어', '인크레더블 헐크' 등으로 잘 알려진 노튼은 자신의 가계를 추적하는 방송을 통해 포카혼타스의 직계 후손이라는 사실과 함께 조상 중 한 명이 흑인 일가족을 노예로 소유했다는 충격적인 기록을 접했다. 당시 공개된 문서에는 성인뿐 아니라 어린아이들까지 노예로 기록돼 있었다.
에드워드 노튼은 이를 외면하지 않았다. 그는 "역사의 이러한 부분은 마땅히 불편하게 느껴야 하며 우리 모두가 불편함을 느껴야 한다"는 취지로 이야기했다. 특히 어린 소녀들이 태어날 때부터 노예 신분이었다는 사실과 어린아이를 '노예'라고 기록한 문서를 직접 확인하는 과정에서 큰 고통을 느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조상의 잘못을 자신과 무관한 먼 과거의 일로 치부하기보다 미국 사회가 가진 노예제의 역사를 직시해야 한다는 태도를 보였다. 이와 함께 오래전부터 저소득층을 위한 주거 지원과 환경보호를 비롯한 사회공헌 활동을 이어온 그는 자신의 영향력을 사회적 문제에 사용하는 행보를 오랫동안 이어오고 있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에드워드 노튼의 사례에서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불편한 가족사가 드러났을 때 이를 부정하거나 감추기보다 사실을 인정하고 어떻게 마주할 것인지다. 이는 현재를 살아가는 당사자의 선택에 달렸다.
하영 역시 자필 사과문에서 자신의 무지를 인정하며 "말뿐이 아닌 행동으로 실천하겠다"고 약속했다. 과거를 알게 된 이상 이를 어떤 태도로 기억하고, 자신이 약속한 행동을 어떻게 보여줄지는 오로지 하영의 몫이다. 과연 어떤 행보로 자신의 말을 증명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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