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대한항공(005380)과 아시아나항공(020560)의 합병을 둘러싼 의사결정 절차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이제 시선은 오는 12월17일로 향한다. 법적으로 두 회사가 하나가 되는 것을 넘어 항공기와 시스템, 사람과 서비스를 실제 하나의 항공사처럼 움직이게 만들어야 하는 시간이 약 4개월 남았다.
대한항공은 12일 정기 이사회를 열고 '합병 승인의 건'을 결의했다. 소규모합병 요건을 충족한 대한항공은 주주총회 대신 이사회 결의로 합병을 승인했다. 같은 날 아시아나항공도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합병계약 체결 승인 안건을 통과시켰다. 전체 주주의 81.86%가 참석한 가운데 참석 주식의 99.3%가 찬성했다.
양사는 채권자 보호 절차 등을 거쳐 오는 12월17일 합병 등기를 할 예정이다. 지난 6월25일 국토교통부가 합병을 조건부 인가한 데 이어 양사 내부 의사결정까지 마무리되면서 통합 대한항공 출범을 위한 법적·행정적 절차는 막바지에 들어섰다. 국토부는 합병 인가 당시 통합 이후 안전 확보와 소비자 편익 증진을 강조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이후 통합(Post Merger Integration, PMI) 작업을 진행해왔다. 양사 합병 결의까지 완료되면서 이제 PMI 역시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 남은 기간 안전·운항부터 시스템, 조직과 인력까지 서로 다른 체계를 하나로 맞추는 작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하지만 합병 등기가 곧 통합의 완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항공사는 일반 기업과 달리 통합 항공사 출범 첫날부터 항공기를 정상적으로 띄워야 한다. 예약과 발권부터 운항통제, 조종·객실승무원 업무, 정비, 수하물, 화물, 공항 서비스까지 수많은 기능이 동시에 연결돼야 한다.

결국 남은 4개월의 핵심은 '합병'보다 '통합'이다. 가장 먼저 맞춰야 할 것은 안전과 운항체계다. 통합 대한항공은 존속회사인 대한항공의 기존 운항증명(Air Operator Certificate, AOC)을 유지하면서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항공기와 안전운항 시스템을 대한항공 운영체계 안으로 편입하는 방식으로 출범한다.
이를 위해 항공안전 관련 준수 조건과 제한 사항을 담은 운영기준(Operations Specifications, OpSpecs)을 변경하고, 해외 항공당국의 운항 인허가도 통합 체계에 맞춰 정비해야 한다. 대한항공은 통합 이후 증가하는 기단과 노선, 인력에 대비해 종합통제센터(OCC)와 객실훈련센터 등을 정비하고 양사 운항승무원 훈련 프로그램 표준화 작업도 진행해왔다.
이번에 양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는 직무교육도 같은 맥락이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여객·화물 담당 직원에게 통합 이후 필요한 업무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운항·객실 부문에서도 관련 교육과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양사 승무원이 함께 참여한 통합 비상탈출시범도 마쳤다.
통합 첫날 고객이 기존과 다름없이 항공기를 이용하려면 내부적으로는 수많은 절차와 기준이 그 전에 하나로 정리돼 있어야 한다. 제조업이나 금융업처럼 일정 기간 시스템을 병행 운영하며 시행착오를 보완하기 어려운 항공업 특성상 '무중단 통합'이 요구되는 셈이다.
시스템 통합 역시 만만치 않은 과제다. 항공권 검색과 예약·발권부터 체크인, 좌석 배정, 수하물 처리, 운항정보, 화물 등 고객의 눈에 보이는 영역과 보이지 않는 영역 모두를 하나의 체계로 연결해야 한다. 동시에 양사가 달리 운영했던 각종 서비스 기준도 통합 대한항공이라는 하나의 브랜드 아래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대한항공은 앞서 합병을 준비하면서 중복 노선 재배치와 신규 노선 개발을 비롯해 공항 라운지 개편, 기내식 개선 등 고객서비스 분야에 대한 투자를 진행해왔다.
결국 고객 입장에서 통합의 성패를 판단하는 기준은 단순히 아시아나항공 간판이 대한항공으로 바뀌느냐가 아니다. 기존 예약과 공항 이용에 불편이 없는지, 노선 선택지가 유지·확대되는지, 이전과 같은 수준 이상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지가 실제 평가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시스템보다 시간이 더 필요한 것은 '사람의 통합'이다. 대한항공은 최근 양사 임직원의 교류를 확대하면서 '원 팀(One Team)' 만들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직무교육뿐 아니라 합동 봉사활동과 임직원 참여 행사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접점을 늘리는 방식이다. 지난 4월에는 양사 객실승무원과 임직원들이 함께 참여하는 자선 달리기 행사도 개최했다.
다만 수십 년간 국내 양대 대형항공사로 경쟁해온 두 조직을 하나로 묶는 작업은 단기간 교육이나 교류만으로 끝나기 어렵다.
업무 방식부터 인사·평가와 보상, 직급체계, 각 조직의 문화까지 서로 다른 부분을 조율해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에 일방적으로 흡수됐다는 인식보다 통합 조직에 대한 새로운 소속감을 얼마나 빠르게 형성하느냐가 장기적인 조직 안정성을 좌우할 수 있다.
직원들에게 조직문화가 핵심이라면 고객이 가장 민감하게 바라보는 문제는 마일리지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마일리지 통합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지속적인 관리 대상이다. 공정위는 기업결합 시정조치 이행 과정에서 기존 마일리지 제도의 불리한 변경을 제한하는 동시에 합리적인 마일리지 통합방안 마련 및 관련 제도 모니터링을 요구하고 있다.

대한항공 역시 마일리지 통합안을 관계당국과 협의하고 있으며 최종 확정 이후 고객에게 안내한다는 방침이다.
마일리지는 단순한 전산 포인트가 아니다. 장기간 항공사를 이용해온 고객에게는 일종의 누적 자산이자 항공사에 대한 충성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통합 과정에서 기존 아시아나항공 고객이 체감하는 가치가 낮아졌다고 판단할 경우 통합 항공사에 대한 첫 평가가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작업은 2020년 11월 시작됐다. 해외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부터 국토부 합병 인가, 합병계약 체결과 주주총회까지 긴 절차를 거쳐 이제 통합 항공사 출범을 눈앞에 두고 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의 자산과 부채, 권리·의무뿐 아니라 근로자도 승계한다.
남은 4개월은 그동안 서류와 심사를 통해 진행해온 합병을 현장에서 작동하는 하나의 항공사로 바꾸는 시간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통합 항공사 출범까지 남은 4개월여 동안 제반 절차를 차질 없이 완료하고 대한민국 항공산업 위상을 드높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오는 12월17일 아시아나항공이라는 별도 법인은 대한항공에 합쳐진다. 그날은 6년 가까이 이어진 합병 절차의 완결점인 동시에 실질적인 통합을 검증받는 시작점이다. 두 회사가 법적으로 하나가 되는 날짜는 정해져 있지만, 고객과 직원이 실제 '한 회사'라고 느끼는 데 걸리는 시간까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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