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스트리트북스] 여름은 뒤마와 함께

마이데일리

책 만드는 사람들은 출판업계를 ‘홍대 바닥’이라고도 말합니다. 이곳에 많은 출판사가 모여 있기 때문입니다. 문화 예술의 거리로 불리던 홍대의 옛 정취도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의미 있는 책의 가치를 전하고 싶습니다. 홍대 바닥에서 활동 중인 여섯 명의 출판인이 돌아가며 매주 한 권씩 책을 소개합니다.

[번역가 조민영] “여름 한 철을 알렉상드르 뒤마와 함께 보내고 있어요.”

이번 칼럼에서 소개할 책 〈알렉상드르 뒤마와 함께하는 여름〉은 이렇게 시작한다. 여름을 유난히 싫어하는 나는 이 첫 문장을 읽는 순간 안도했다. 이 타는 듯한 계절을 견디게 해줄 든든한 지원군을 만난 느낌이랄까.

알렉상드르 뒤마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삼총사〉와 〈몬테크리스토 백작〉 작가다. 이 책의 저자 장-크리스토프 뤼팽은 이들 걸작 뒤에 있는 ‘인간 뒤마’를 무대 앞으로 불러낸다.

뒤마는 귀족과 흑인 노예의 혈통을 함께 물려받은 사람, 혁명의 시대를 온몸으로 살아낸 사람, 엄청난 돈을 벌고도 늘 빚에 쫓긴 사람, 누구보다 대중의 사랑을 받았지만 끝내 문단의 시선을 의식했던 사람이었다.

무엇보다 그는 평생 극장, 신문, 배를 향한 세 가지 꿈을 품었다.

뒤마는 소설가이기 이전에 극작가였다. 고향에서 본 셰익스피어 공연 한 편은 무명 청년을 극작가의 길로 이끌었고 〈앙리 3세와 그의 궁정〉은 하루아침에 대성공을 거둔다. 그는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의 작품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아예 극장을 세운다. 하지만 그 원대한 꿈은 오래가지 못한다. 화려한 무대 뒤에 재정난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연재소설이라는 막강한 무기가 있다. 〈삼총사〉와 〈몬테크리스토 백작〉 대성공 이후 야심 차게 시도한 〈이삭 라케뎀〉이 종교적 이유로 연재가 중단되자, 이번에는 직접 신문을 창간한다. 표현 자유를 지키고 독자와 직접 소통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 역시 현실은 이상을 따라가지 못한다. 필진은 떠나고 신문은 점점 뒤마 혼자 떠받치는 매체가 된다. 누구보다 대중을 사랑했으나 그 사랑을 담아낼 그릇은 그의 열정을 감당하지 못했다.

이렇게 실패와 파산이 목을 죄어올 때마다 구원은 언제나 여행이었다. 여행을 위한 도구인 배는 자유의 상징이었다.

뒤마는 혁명에 참여하고 싶었고 정치 한복판에서 역사를 움직이고 싶었다. 마침내 배를 갖게 된 후에는 이탈리아 통일의 주역 주세페 가리발디를 만나 혁명 현장에 다가간다. 하지만 행동하는 영웅은 가리발디였고, 뒤마는 이야기 속 영웅을 만드는 사람으로 남는다.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모험은 소설 속에서 더 크고 눈부시게 살아난다.

흥미로운 점은 이 세 가지 꿈이 모두 이루어졌다는 사실이다. 그는 극장을 가졌고 신문을 만들었고 배도 손에 넣었다. 그러나 어느 것도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그렇다면 꿈은 실패했을까.

이 책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극장은 생명력이 미약했으나 무대에서 익힌 대화의 힘이 〈삼총사〉를 낳았고, 여행 경험은 〈몬테크리스토 백작〉의 풍경이 되었다. 신문 연재는 독자가 다음 회를 기다리게 만드는 이야기의 새로운 리듬을 만들어냈다.

뒤마는 성공뿐 아니라 실패까지도 이야기로 바꾸는 사람이었고, 모든 걸 땔감으로 썼다. 삶은 언제나 다음 이야기를 태울 연료가 되었다.

물론 이제는 극장도 사라졌고 신문도 폐간되었으며 배도 남지 않았다. 하지만 그 꿈들이 빚어낸 이야기는 살아남았다. 〈삼총사〉는 영화와 TV 시리즈, 애니메이션을 합해 100편 넘게 만들어졌고 〈몬테크리스토 백작〉도 시대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작품으로 되살아난다.

나 역시 오래전에 읽었던 〈삼총사〉를 다시 펼쳤고, 책장에 꽂아두기만 했던 〈검은 튤립〉도 이번 기회에 독파했다. 음모, 배신, 계략이 난무하는 17세기 한복판에 들어갔다 오니, 어느새 절기는 입추를 지나 더위도 한풀 꺾인 느낌이다. 세계 최고의 이야기꾼과 여름 한 철을 보내는 것. 이보다 더 근사한 피서법이 또 있을까.

|조민영. 세 아이가 잠든 밤 홀로 고요히 일하는 시간을 즐긴다. 월간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번역위원으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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