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이호빈 기자] 대웅제약과 종근당, JW중외제약이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에 다시 도전한다. 정부가 14년 만에 인증제도를 전면 개편한 가운데 세 회사 모두 신규 인증 신청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대웅제약과 종근당, JW중외제약은 오는 18일부터 시작되는 혁신형 제약기업 신규 인증 신청을 앞두고 관련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 세 회사 모두 과거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이름을 올렸지만 현재는 인증 명단에서 빠진 상태다.
혁신형 제약기업은 신약 연구개발 역량과 해외 진출 능력 등이 우수한 제약사를 정부가 인증하는 제도로 2012년 도입됐다. 일정 수준 이상의 R&D(연구개발) 투자를 기본 요건으로 하며 연구개발 활동과 성과, 글로벌 진출 역량,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을 종합 평가한다.
인증 기업에는 국가 R&D 사업 참여와 세제·정책금융, 해외 진출 등에서 다양한 지원과 우대가 제공된다. 정부가 제약사의 혁신 역량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제도인 만큼 업계에서는 기업의 R&D 경쟁력을 가늠하는 지표 중 하나로도 받아들여진다.
현재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인증된 기업은 일반 제약사와 바이오벤처, 외국계 등을 합쳐 총 47개사다. 이 중 일반 제약사는 32개사, 바이오벤처는 11개사, 외국계 제약사는 4개사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30일 제도 도입 14년 만에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기준과 평가 방식을 대폭 손질했다. 오는 18일부터 다음 달 18일까지 신규 인증 신청을 받은 뒤 인증심사위원회와 제약산업 육성·지원위원회 심의를 거쳐 연내 인증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번 개편은 과거 리베이트 이력 등이 인증 유지나 재도전에 영향을 미쳤던 기업들의 여건을 크게 바꿨다. 특히 리베이트 결격사유 판단 기준이 크게 달라졌다.
기존에는 인증심사 시점에서 최근 5년 이내 내려진 약사법·공정거래법상 행정처분을 기준으로 심사했다. 이에 오래전에 발생한 위반행위라도 소송 등으로 행정처분이 뒤늦게 확정되면 인증에 영향을 주는 문제가 있었다.
앞으로는 행정처분일이 아닌 '위반행위 종료일'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심사 시점보다 5년 이전에 종료된 리베이트는 심사 대상에서 제외한다. 과거 리베이트 관련 이력이 인증 유지나 재도전에 걸림돌로 작용했던 기업 입장에서는 다시 인증에 도전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진 셈이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8월 과거 리베이트 사안에 대한 행정처분이 적법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확정된 뒤 올해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을 자진 반납했다. 당시 회사는 대법원 판단을 수용하는 차원에서 인증을 반납한다면서도 향후 인증에 다시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종근당은 2024년 혁신형 제약기업 재인증 심사에서 탈락했다. 당시 종근당을 포함해 4개사가 인증 연장에 실패했지만 회사별 구체적인 탈락 사유는 공개되지 않았다.
JW중외제약은 과거 리베이트 관련 행정처분으로 2023년 11월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이 취소됐다.

세 회사의 R&D 투자 규모를 보면 인증에 도전할 기본 체력은 충분하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연구개발비로 2199억원을 투입했다. 매출 대비 R&D 비중은 15.81%에 달했다. 올해 1분기에도 552억원을 연구개발에 투입해 매출 대비 비중이 16.44%를 기록했다.
종근당도 지난해 연결 기준 연구개발비가 1858억원으로 전년 1574억원보다 늘었다. 매출 대비 비중은 10.98%까지 높아졌다. 올해 1분기에도 연구개발비가 약 500억원에 달했다.
JW중외제약은 지난해 처음으로 연간 연구개발비 1000억원을 넘어섰다. 연구개발비는 1079억원으로 전년보다 29.6% 증가했고 매출 대비 비중 역시 11.7%에서 14.1%로 상승했다. 올해 1분기에도 214억원을 연구개발에 투입해 매출 대비 비중 10.8%를 기록했다.
정부는 이번 제도 개편에서 직전 3개년도 평균 매출이 1000억원 이상인 기업의 의약품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기준을 기존 5%에서 7%로 높였으며, 강화된 기준은 기업의 준비 부담을 고려해 3년간 적용을 유예한다. 세 회사 모두 공시상 매출 대비 R&D 투자 비중은 10%를 웃돌고 있다.
심사 체계도 단순해졌다. 전체 평가점수는 120점에서 100점으로, 세부 평가항목은 25개에서 17개로 줄었다. 연구개발 투자와 임상시험 건수, 수출 규모 등은 정량지표로 전환했고 최저 합격점수 65점도 명문화했다. 인증에 실패한 기업에는 미인증 사유도 구체적으로 통보한다.
업계에서는 세 회사 모두 높은 수준의 R&D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데다 자체 신약 개발 경험과 다수의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고 있어 인증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이번 개편을 통해 연구개발 투자와 임상시험, 수출 성과 등 혁신 역량을 보다 정량적으로 평가하기로 한 만큼 그동안 축적해 온 연구개발 성과가 심사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이번 개편으로 과거 리베이트 이력에 발목이 잡혔던 기업들도 다시 인증에 도전할 길이 열렸다"며 "다만 R&D 기준이 높아진 만큼 실제 투자와 신약 개발 성과가 인증 여부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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