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두완 기자 영풍이 금융당국으로부터 받은 회계제재가 법원의 본안 판단이 나올 때까지 멈추게 됐다. 증권선물위원회는 영풍이 석포제련소의 토양·지하수 정화비용을 재무제표에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며 재무제표 수정과 외부감사인 지정, 재무담당 임원 제재 등을 결정했다. 영풍은 미래 정화비용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회계적 판단의 차이라며 불복했다.
법원은 제재를 먼저 시행하면 나중에 영풍이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되돌리기 어려운 손해가 생길 수 있다고 판단해 주요 제재의 효력을 정지했다. 이에 영풍은 금융당국의 판단을 먼저 이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회계처리가 적정했는지를 본안소송에서 다툴 수 있게 됐다.
◇ 회계처리 판단 차이, 법적 공방으로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증선위는 지난 6월 10일 영풍의 회계처리기준 위반을 이유로 제재를 의결했고, 금융위는 7월 15일 영풍과 전 대표이사 등에게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에 불복한 영풍이 집행정지를 신청하자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5일 주요 제재의 효력을 본안 행정소송 판결 선고일로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정지했다. 다만 전 대표이사에 대한 해임권고 상당 조치의 집행정지 신청은 기각됐다.
사건의 출발점은 석포제련소의 토양과 지하수 정화비용이다. 기업이 앞으로 지출할 가능성이 크고 금액을 합리적으로 추정할 수 있는 비용은 현재 재무제표에 ‘충당부채’로 반영해야 한다. 증선위는 영풍이 석포제련소 주변과 공장 하부의 오염토양 및 지하수 정화에 들어갈 비용을 재무제표에 반영하지 않거나 적게 반영했다고 판단했다. 제련소 조업정지가 자산가치에 미치는 영향도 적절하게 계산하지 않았다고 봤다.
이에 증선위는 영풍에 감사인 지정 3년과 재무제표 시정 요구, 담당임원 해임·면직 권고 및 직무정지 등의 제재를 의결했다. 금융위원회는 영풍에 204억7,410만원, 전 대표이사 등 4명에게 총 15억1,15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영풍은 금융당국의 판단에 동의하지 않았다. 토양과 지하수의 구체적인 정화방식 및 비용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미래에 발생할 비용을 어느 시점에 얼마만큼 부채로 반영할지에 관해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회사는 관련 법령과 회계기준에 따라 충당부채를 산정했고, 복수의 외부 전문가와 독립된 감사인의 검토를 거쳐 회계처리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장부를 조작하거나 회계정보를 의도적으로 왜곡한 것이 아니라, 회계기준을 적용하고 미래 비용을 추정하는 과정에서 금융당국과 견해가 달라졌다는 주장이다.
법원은 증선위 제재가 그대로 시행될 경우 영풍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고, 이를 긴급히 예방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집행정지가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도 크지 않다고 본 것으로 알려졌다. 영풍의 정정공시에 따르면 당초 이달 10일까지로 공시됐던 잠정 정지 기간은 이번 결정에 따라 본안 판결 선고일로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로 변경됐다.
이번 결정으로 영풍은 금융당국의 판단에 따라 재무제표를 먼저 수정하거나 지정감사인의 감사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회계처리의 적정성을 다툴 수 있게 됐다. 재무담당 임원 제재도 본안 판결 이후까지 효력이 정지된다. 법원이 본안 판단을 내리기 전에 증선위 제재가 먼저 시행되는 상황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다만 이번 집행정지는 영풍의 회계처리가 적정했다는 최종 판단은 아니다. 본안소송에서는 석포제련소의 토양·지하수 정화의무가 언제 구체화됐는지, 당시 미래 정화비용을 합리적으로 추정할 수 있었는지, 영풍의 산정방식이 회계기준에 부합하는지를 놓고 양측의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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