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두완 기자 검사의 직접·보완수사권을 폐지한 개정 형사소송법은 경찰 수사에 대한 통제 공백을 줄이기 위해 고소인과 피해자의 절차적 권리도 확대했다.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관련 서식과 수사기록을 제공하고 수사가 장기간 지연되면 담당 수사관 교체 등을 요구할 수 있게 했다. 다만 불송치 이의신청에는 기존에 없던 3개월의 기한을 뒀다.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를 모두 공소청에 넘기는 전건송치와 압수수색 영상녹화 등 일부 보완책은 개정법 시행일보다 늦게 도입되거나 별도 입법을 거쳐야 한다.
◇ 이의신청 안내부터 수사기록 열람까지
경찰은 수사 결과 범죄 혐의가 없다고 판단하면 사건을 검사에게 송치하지 않고 종결할 수 있다. 고소인과 피해자 등이 불송치 결정에 이의를 신청하면 사건기록과 증거물이 검사에게 넘어가고 검사는 위법하거나 부당한 결정인지 확인해 경찰에 재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개정법은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통지할 때 결정서와 함께 이의신청 방법을 안내하고 신청 서식도 보내도록 했다. 고소인과 피해자 등은 이의신청을 준비하기 위해 수사 관계 기록의 열람·등사를 신청할 수 있다. 경찰이나 검사는 이의신청에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기록의 전부 또는 일부를 공개해야 한다. 다만 사건관계인의 명예나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수사·재판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으면 공개하지 않을 수 있고 허가하지 않은 이유는 신청인에게 알려야 한다.
기록을 제공받은 사람이 사용 목적과 조건을 위반해 다른 사람에게 교부하거나 제시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피해자의 불복권을 보장하면서 수사기록에 담긴 개인정보와 사건관계인의 권리도 함께 보호하려는 장치다.
수사가 지연되거나 위법·부당하게 진행될 때 제기할 수 있는 별도의 절차도 마련했다. 수사가 시작된 뒤 정당한 이유 없이 6개월 이상 실질적인 증거조사가 이뤄지지 않거나 법률상 권리가 침해된 경우 고소인과 피해자 등은 수사관서의 장에게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수사관서장은 접수일부터 14일 안에 수사관 교체, 수사경과와 계획, 권리보호 대책 등을 알려야 한다. 조치가 없거나 결과에 동의하지 않으면 상급관서에 다시 심사를 신청할 수 있다.
◇ 권리는 확대, 이의신청은 3개월로 제한
개정법은 불송치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 대상을 일부 확대했다. 고발인은 원칙적으로 이의신청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어 범죄 피해자에 준하는 경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범죄에 한해 이의를 신청할 수 있다. 이의신청권이 고발인 전체로 확대된 것은 아니다. 대신 고소인과 피해자 등의 이의신청에는 불송치 통지를 받은 날부터 3개월이라는 기한을 신설했다.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관계 서류와 증거물이 검사에게 보내진 날부터 6개월 범위에서 기간을 연장할 수 있지만 연장 여부는 해당 경찰관이 속한 관서의 장이 결정한다.
정환철 법사위 수석전문위원은 2024년 8월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 검토보고서에서 이의신청권을 고발인 전체로 확대하면 사실상 모든 고발 사건이 검사에게 넘어가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부여한 취지와 충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의신청 기간을 두지 않으면 피고발인의 법적 지위가 장기간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점도 짚었다. 최종 대안에는 고발인의 신청 범위를 제한하고 이의신청 기한을 3개월로 정하는 내용이 반영됐다.
그러나 불송치 결정의 타당성을 확인하려면 수사기록을 검토하고 법률 자문을 받는 시간이 필요하다. 장애가 있거나 법률 정보에 접근하기 어려운 피해자는 3개월 안에 이의신청을 준비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자신의 불송치 결정에 대한 불복기간 연장 여부를 해당 경찰관이 속한 관서에서 판단하도록 한 구조가 적절한지도 논쟁이 될 수 있다. 권리 행사 절차를 새로 마련하면서 행사 기간은 제한한 만큼 실제 이용 과정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7대 범죄 전건송치, 개별법 개정 필요
개정법은 가정폭력·노인학대·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아동학대·장애인학대를 발견했을 때 신고할 법적 의무가 있는 사람이 직접 고발한 사건에도 재정신청을 허용했다. 검사가 사건을 불기소하면 고발인은 검찰항고 등의 절차를 거쳐 법원에 불기소 처분의 타당성을 다시 판단해 달라고 신청할 수 있다. 재정신청 관할도 고등법원에서 지방법원 본원 합의부로 바꾸도록 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보완수사권 폐지에 따른 피해자 보호책으로 제시한 ‘7대 범죄 전건송치’는 이번 형사소송법 본문에 포함되지 않았다. 전건송치는 경찰이 무혐의로 판단한 사건까지 공소청에 넘겨 검사가 한 차례 더 확인하도록 하는 제도다. 대상은 아동학대·가정폭력·성폭력·아동 대상 성범죄·스토킹·장애인학대·노인학대다.
최종 대안에는 7대 범죄 피해자가 검사 면담을 신청하면 의견을 최대한 듣도록 한다는 부대의견만 담겼다. 전건송치를 시행하려면 각 범죄를 규율하는 개별 법률을 별도로 고쳐야 한다. 민주당은 관련 법안을 9월 정기국회에서 처리해 10월 2일 형소법 시행에 맞추겠다는 입장이다. 본법은 통과됐지만 사회적 약자 범죄에 대한 이중 점검 절차는 아직 입법 절차를 남겨둔 셈이다.
◇ 수사권은 10월 폐지, 영상·전산 기록은 1년 뒤
수사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장치도 시행 시점이 다르다. 개정법은 경찰이 압수·수색·검증을 할 때 강제수사의 시작부터 종료까지 전 과정을 신체착용 카메라 등으로 촬영하도록 했다. 피의자나 변호인이 요청하면 피의자신문과 조사·면담 과정도 녹음해야 한다. 그러나 두 제도는 공포 후 1년이 지나야 시행된다. 영상 장비가 없거나 신속한 수사 등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촬영하지 않을 수 있다는 예외도 뒀다.
수사기관이 작성하거나 확보한 서류와 증거물을 시간 순서대로 형사사법정보시스템에 기록하는 의무도 공소청·중수청·경찰청·해양경찰청·공수처와 소속기관에는 공포 후 1년이 지나야 적용된다. 그 밖의 수사기관은 공포일부터 3년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시행일을 정한다.
검사의 직접·보완수사권은 오는 10월 2일 폐지되지만 수사 과정을 남기는 영상·녹음과 전산 기록 의무는 그보다 늦게 시행된다. 다만 시행 당시 검사가 이미 수사 중인 송치사건 가운데 공소시효가 임박했거나 사건의 성격상 불가피한 경우에는 시행일부터 최대 90일간 수사를 계속할 수 있다. 피해자 보호를 위한 후속 입법과 수사기록 관리 체계가 예정대로 갖춰지는지가 제도 전환 초기의 공백을 줄일 관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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