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선의 인력경영] 1375조원 반도체 협력, 이제는 AI 인재 공급망을 설계할 때다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혹 탄 브로드컴 CEO, 샘 알트만 오픈AI CEO,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를 연이어 만났다. 이어 열린 ‘샌프란시스코 AI 서밋’에는 국내외 기업인과 연구자, 스타트업 등 230여명이 참석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국내 기업과 글로벌 빅테크는 향후 5년간 약 1375조원 규모의 반도체 협력을 추진하고, 약 5GW 규모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B200 기준 그래픽처리장치(GPU) 약 200만장에 해당하는 컴퓨팅 기반 확보에도 협력하기로 했다. 

현대자동차그룹과 엔비디아는 로봇 레퍼런스 플랫폼을 공동 구축하고, 삼성SDS와 앤트로픽은 AI 엔지니어 양성을 추진한다. 반도체 공급을 넘어 AI 인프라와 피지컬 AI, 인재양성까지 협력이 확대됐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이를 실제 산업 경쟁력과 양질의 일자리로 전환하는 실행체계다. 

그러나 거대한 협력 규모가 곧바로 국가 경쟁력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발표 금액에는 반도체 장기공급과 생산협력 등이 포함돼 있어 모두 국내 신규 투자금으로 해석하기 어렵다. 

빅테크 기업이 자금과 금융보증을 제공하고 상대 기업이 다시 해당 기업의 칩을 구매하는 구조를 두고 순환거래 우려도 제기된다. 결국 이번 협력의 가치는 발표 금액보다 실제 투자와 기술혁신, 생산성 향상과 일자리 창출로 얼마나 이어지는가에 따라 평가해야 한다. 

AI로 비용 절감과 매출 증가를 모두 달성한 기업은 12%에 불과하다는 조사도 있다. AI를 별도의 기술사업으로 다루면 실험만 늘어나지만, 최고경영진이 데이터와 업무 프로세스, 조직까지 함께 바꿀 때 기업가치로 이어질 수 있다. 

기술과 자본을 산업 성과로 전환하는 최종 실행 주체는 결국 사람이다. 

지금 부족한 자원은 GPU만이 아니라 AI를 산업 현장에 적용할 융합인재다. 한국의 AI 확산률은 2025년 상반기 25.9%에서 하반기 30.7%로 상승했지만, 기업은 여전히 AI와 산업·업무를 함께 이해하는 사람을 구하기 어렵다. 

필요한 인재도 모델을 개발하는 연구자와 엔지니어에 그치지 않는다. 기업의 문제를 AI 과제로 전환하고, 데이터를 기존 시스템과 연결하며, 도입된 서비스를 운영·감독할 사람이 필요하다. 

올해 6월 미국 기술 분야 채용공고의 75%가 AI 활용 역량을 요구했고, 엔터프라이즈 통합 역량 수요는 전년보다 638%, 에이전틱 AI는 587%, 책임 있는 AI는 495% 증가했다. 

제조업에서는 공정과 설비를 이해하는 인재가, 금융에서는 상품과 규제를 아는 인재가 필요하다. 이제는 만능형 AI 인재를 찾기보다 도메인 전문가와 AI 전문가가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융합형 팀을 육성해야 한다. 

정부는 GPU 확보량과 투자협약을 발표하는 데서 더 나아가 국가 차원의 'AI 인재 공급망'을 구축해야 한다.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인재,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엔지니어, 산업문제를 AI로 전환하는 융합인재, 시스템을 운영하는 현장 실무자와 AI를 일상 업무에 활용하는 재직자가 하나의 성장체계 안에서 연결돼야 한다. 

대학은 학과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의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와 현장실습을 확대해야 한다. 기업도 완성된 인재를 외부에서 찾기보다 현업 근로자의 산업 경험에 AI 역량을 더하는 전환교육에 투자해야 한다. 

AI 경쟁의 첫 번째 조건은 GPU를 확보하는 것이지만, 최종 승부는 그 GPU로 산업의 문제를 해결할 사람을 확보하는 데서 결정된다. 빅테크와의 협력이 대한민국의 대도약으로 이어지려면 자본과 기술의 협약을 사람의 성장과 일자리의 변화로 연결해야 한다.

이윤선 인력경영학자/원광대 미래인재개발처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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