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경제] 취임식과 식수(植樹) 등 관례적 행사를 생략한 전재수 부산시장이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는 민생경제 회복과 해운기업 유치, 여소야대 시의회와의 협치, 관광경쟁력 강화, 부울경 메가시티 복원까지 굵직한 과제를 하나씩 풀어가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해양수도 부산의 완성을 향한 그의 다음 행보에 시민의 기대가 쏠린다.
전재수 시장은 북구를 기반으로 제20·21·22대 국회의원을 지낸 3선 의원 출신이다. 의정활동 기간 중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을 대표발의해 병원과 약국의 보험금 청구 서류를 전산으로 전송할 수 있는 길을 열었고 연간 3000억원에 달하던 청구 포기 금액을 줄이는 성과를 거뒀다. 아울러 ‘부산 해사국제상사법원 설치 법안’ 발의와 통과를 이끌었으며 해양수산부 장관 재임 시절에는 해수부 부산 이전을 성사시켰다. 보수 텃세가 강한 부산에서 그가 쌓아 올린 탄탄한 실적은 결국 표심을 움직이는 결정적인 힘이 됐다.
최근 본지와 인터뷰를 가진 전 시장은 취임 이후 이재명 대통령과 세 차례 독대해 해수부 산하기관의 부산 이전 방향을 조율하는 등 해양수도 부산 완성을 향해 잰걸음을 보이고 있다. 주말도 없이 시정을 살피고 있다는 근황도 전했다. 인터뷰 내내 화려한 수사보다는 담담하고 겸손한 태도로 질문 하나하나에 답한 그는 “화려한 말보다 실력과 성과로 평가받는 시장이 되고 싶다”며 시정 전반에 걸친 구상을 조목조목 풀어놨다.
◆ 책임감으로 안고 뛴 취임 첫 한달
전 시장은 취임 후 한 달을 무거운 책임감과 긴장감 속에 하루하루 바쁘게 보낸 시간으로 돌아봤다. 취임식조차 생략한 채 곧바로 시정을 시작했지만, 그 무게감만큼 감사한 마음을 안고 있다고 말했다. 취임 직후에는 고물가·고금리·고유가라는 ‘3고’ 직격탄을 맞은 민생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민생 100일 비상조치’를 발표(7월 1일)했다. 이어 지난 7월 6일에는 직접 서울로 올라가 장금상선그룹 정태순 회장을 만나 이전을 설득했고, 흥아해운의 이전도 이끌어냈다. 국비 확보를 위해 중앙부처를 찾아 설득하고 재난 현장도 직접 점검하는 등 현장 행보를 이어갔다.
전 시장은 전임 시정에서 새 시정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인사와 조직개편에도 특히 신경을 기울였다고 강조했다. 조직 내 평가와 구성원들의 판단을 최대한 반영해 인사를 신속히 추진했고, 무조건적인 뒤집기가 아닌 ‘해양수도 부산’ 비전 완성을 위한 실용적 조직개편안을 마련해 안정적으로 연착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7~8월은 인사와 조직개편에 집중하고 9월부터는 민생과 미래 발전에 선택과 집중을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골목상권 살리는 민생비상조치
인사와 조직개편 얘기가 끝나자 화제는 자연스럽게 취임 첫날 서명한 민생대책으로 옮겨갔다. 전 시장이 취임 전부터 곳곳에서 가장 많이 들은 목소리는 거창한 지원보다 지금 당장 체감할 수 있는 도움이 필요하다는 하소연이었다. 매출은 줄었는데 임대료와 인건비, 공공요금은 계속 오른다는 소상공인들의 목소리를 접하며 그는 취임 첫날 가장 먼저 ‘민생100일 비상조치’에 서명했다고 말했다.
그는 민생 대책에서는 속도와 체감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저리 금융지원과 에너지비용 지원, 동백전 혜택 확대, 소비활력 지원 등을 통해 시민이 받는 혜택이 골목상권 매출로 이어지고 지역 안에서 돈이 도는 구조를 만드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화물차주와 택배종사자처럼 기존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이기 쉬운 이들도 세심하게 살펴 몰라서 못 받거나 조건이 맞지 않아 도움을 받지 못하는 시민이 없도록 보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지론을 앞세워 한 번이라도 더 시민을 만나고 작은 목소리도 크게 듣겠다고 다짐했다.
◆ 여야를 넘어선 시민만 보는 협치
민생 대책에 대한 이야기가 끝나자, 화제는 여소야대 시의회와의 협치로 이어졌다. 여소야대 시의회의 첫 업무보고 자리에서 야당의 견제 발언이 나온 데 대해 전 시장은 정쟁의 공간이 아니라 시민만 바라보고 일해야 하는 일터라고 말했다. 부산을 살리고 민생을 돌보는 일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며 여소야대라는 정쟁 구도를 형성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임기 첫날부터 시작한 민생 비상체제 100일에 시의회가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확신한다고도 말했다.
그는 자신의 공약과 시의원들의 공약을 전수조사해 서로 일치하는 지역 현안과 민생 과제를 ‘협치 과제’로 삼아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어려운 정치 환경은 특이한 상황이 아니라 늘 있어온 일이라며 자주 찾아가고 자주 설명하고 필요하면 먼저 양보하겠다고 강조했다. 3선 국회의원 시절 여야를 넘나든 협치 경험을 살려 시의회 의장단 및 의원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대통합의 협치 모델’을 완성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 양적성장을 넘어 질적성장 전환
시의회 협치 얘기에 이어 화제는 관광 경쟁력으로 옮겨갔다. 최근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여행을 잊지 못해 다시 찾고 싶어 한다는 ‘부산병’이 회자되는 데 대해 전 시장은 이제 단순히 관광객 숫자를 늘리는 단계를 넘어 두 번, 세 번 다시 찾고 싶은 ‘진짜 관광도시’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동구 크루즈 관광특구 지정, BTS 월드투어 공연 성공적 개최, 의료관광 역대 최다 실적 등을 관광도시로서의 성과로 꼽으며 이제는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 성장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도심과 해안, 동부산과 서부산 간 관광 격차를 줄이기 위해 서부산권 숙박시설 리모델링을 지원하고 낙동강 생태·레저 콘텐츠와 결합해 서부산을 체류형 관광 명소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크루즈 입항 관광객이 원도심과 서부산권 랜드마크로 자연스럽게 분산되도록 관광 동선도 재설계하겠다고 전했다. 웰니스 관광과 야간관광, 워케이션 등 체류형 콘텐츠를 확대해 방문객이 오래 머물며 소비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 전통시장과 지역 상권을 관광 콘텐츠에 결합해 관광 수익이 골목상권으로 이어지는 상생구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관광경제활력 TF를 중심으로 가격·품질 관리와 인프라 조정, 콘텐츠 발굴을 부서 간 협업으로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덧붙였다.
◆ 해운기업 이전으로 경제 대반등
관광 얘기에 이어진 질문은 해운기업 이전이었다. HMM과 SK해운, 에이치라인해운에 이어 흥아해운까지 이전을 결정한 데 대해 전 시장은 ‘대한민국 해양수도의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의미 있는 변화라고 평가했다. 흥아해운은 2026년 말까지 본사 이전을 완료할 계획이며 연이은 해운기업 이전으로 해양산업 집적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본사가 이전하면 임직원과 협력기업이 뒤따르고 선박금융과 해상보험, 법률, 물류 등 관련 산업이 함께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고 강조했다. 다만 기업 이전의 효과가 하루아침에 지역경제 지표의 반등으로 나타나지는 않는다며 본사와 임직원이 실제로 이전하고 투자가 뒤따르면 고용과 소비, 세수 등 직접적인 효과부터 점차 가시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해양수산부를 중심으로 해운기업과 관련 기관이 모이고 2028년 해사국제상사법원과 동남권투자공사 설립 등 금융 기능까지 더해지면 해양 행정·사법·금융·기업이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되는 집적효과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 부울경 특별연합부터 우선 복원
해운기업 이전 얘기에 이어 화제는 부울경 메가시티로 옮겨갔다. 부울경 메가시티 복원 의지를 묻자 전 시장은 시도지사가 빠른 시일 내 한 테이블에 모여 상생발전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는 것이 먼저라고 말했다. 그동안 언론을 통해 시도지사들의 의견 차이만 부각돼 부울경 모두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상생 발전이라는 최종 목적은 결국 같을 것이라고 밝혔다.
행정통합은 특별법 제정과 주민투표 등 복잡한 절차가 필요한 만큼 상대적으로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는 ‘특별연합’을 먼저 복원해 정부의 5극3특 국가균형발전 전략에 보조를 맞추겠다고 설명했다. 우선 울산만이라도 공동 협력사업을 검토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그는 부울경 메가시티가 지역 상생발전 전략이자 국가적 과제라며 교통과 관광처럼 시민 생활과 밀접한 분야부터 속도감 있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전임 시정에서 물려받은 빠듯한 재정과 오는 9월 발표될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이전 로드맵을 둘러싼 지역 정치권과의 조율은 그가 넘어야 할 산이다. 이에 대해 전 시장은 “20년 정치가 쉬운 적은 없었다”며 시의회를 자주 찾아가 설명하고 성과로 설득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성과로만 평가받는 시장 되겠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시민들께 전하고 싶은 말을 묻자 전 시장은 시민들이 자신을 선택한 이유를 시민의 삶을 바꾸고 미래를 다시 열어달라는 기대와 명령으로 받아들인다고 했다. 민생을 가장 먼저 챙기고 청년들이 떠나는 도시가 아니라 기회를 찾아 모이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는 미래는 시장 혼자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며 이념과 진영을 뛰어넘어 부산 발전만 바라보고 갈등보다 통합, 이념보다 실용을 앞세우겠다고 강조했다.
전 시장은 임기를 마칠 때 시민들로부터 “정말 달라졌다” “역대 어느 시장보다 일을 잘했다”는 말을 듣고 싶다고 했다. 무엇보다 시민 앞에, 공직자 앞에 “가장 친절한 시장이었다”는 말을 듣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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