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윤혁 기자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이 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에 대한 주 52시간 근로 규제 적용 예외 조항을 담은 ‘반도체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관련 논의가 불붙고 있다. 올해 초 입법 과정에서 여야 간 이견으로 제외됐던 내용을 개정안에 다시 담은 것이다.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호남 ‘메가특구특별법’에도 유사한 내용이 검토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제도 도입 논의가 다시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을 받고 있다.
◇ 반도체 패권 경쟁 시대… 주요국, 근로시간 유연화
고동진 의원은 31일 반도체 산업 인력의 주 52시간 근로시간 규제 적용을 예외로 하는 내용을 담은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및 혁신성장을 위한 특별법(반도체특별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반도체특별법’은 국가 경제와 안보에 핵심 전략산업으로 성장한 반도체를 체계적으로 육성·지원·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법안이다.
‘반도체특별법’은 지난 1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롤 통과하는 과정에서 연구개발 인력의 주 52시간 적용 예외 조항을 둘러싸고 여야가 첨예하게 맞선 바 있다. 당시 고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은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근로시간 규제를 유연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민주당은 노동계 반발 등을 이유로 해당 조항을 제외한 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을 통해 법안을 처리했다.
이번 개정안은 당시 제외된 주 52시간 적용 예외 조항을 다시 반영한 것이 핵심이다. 개정안은 반도체산업 연구개발 등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 가운데 근로소득 수준과 업무 특성 등을 고려해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 당사자 간 서면 합의를 통해 주 52시간 규제를 적용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특례 조항을 신설하도록 했다.
고 의원은 이번 개정안 발의 이유로 반도체 연구개발 업무의 특수성을 제시했다. 공정과 제품 개발, 시험 생산, 수율 개선, 고객사의 긴급한 기술 요구 등 연구개발 근로자의 업무는 여타 다른 산업의 그것처럼 획일적이고 반복적인 근무시간 안에서 수행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에 연구개발 일정과 산업 환경에 맞춰 근로시간을 보다 유연하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해외 주요 선진국들이 특정 요건을 충족하는 전문직과 연구개발 인력에 한해 근로시간 규제에 예외를 두고 있다는 점 역시 근거로 들었다. 일례로 미국은 연간 임금소득이 일정 수준 이상인 고임금 화이트칼라 노동자에 한해 최저임금·연장근로수당 등을 예외로 하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White Collar Exemption)’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일본 역시 고도의 전문지식을 갖는 고임금 근로자를 노동시간 규제에서 제외하는 ‘고도 프로페셔널 제도’를 운영 중이다.
이는 산업계에서도 매우 민감한 사안으로 다뤄진다. 연구개발 일정이 근로시간 규제에 막혀 기술 개발 지연이나 고객 수요 대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우수 인력이 근로시간 운용이 보다 자유로운 해외 기업으로 유출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주요국들이 천문학적 규모의 재정 지원과 규제 완화를 바탕으로 반도체 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 역시 산업 경쟁력을 위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편 이번 개정안은 정부가 추진 중인 ‘메가특구특별법’과도 맞물리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해당 법안에는 향후 조성될 호남 반도체 산단에 종사하는 연구개발 직군에 한해 주 52시간 적용을 제외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고 의원은 반도체 인력의 근로시간 유연화는 특정 지역이나 산업단지에 한정할 사안이 아니라 산업 전반에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메가특구특별법’ 논의 과정에서 기업 간 형평성을 둘러싼 문제 제기가 이어질 경우, 연구개발 인력의 주52시간 적용 예외 논의가 반도체 산업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동안 무산됐던 반도체 연구개발 인력의 주52시간 적용 예외 조항이 이번 개정안 발의와 메가특구특별법 논의를 계기로 다시 입법의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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