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윤진웅 기자] 현대자동차그룹 주요 계열사 현대모비스가 미국 내 의료용 대마 사용을 둘러싼 고용차별 소송에서 승소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장애인법상 보호 대상에 해당한다는 점을 충분히 입증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31일 미국 코네티컷 연방지방법원에 따르면 빅터 A. 볼든 연방지방법원 판사는 지난 24일 ‘모비스 파츠 아메리카(Mobis Parts America LLC) 전 임시직 직원 베치 베가가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장애인 차별 소송에서 사측의 약식판결 신청을 받아들였다.
모비스 파츠 아메리카는 현대모비스의 미국 자동차 부품 법인이다. 현대차·기아·제네시스 차량의 애프터서비스용 부품과 액세서리 공급 등을 담당하고 있다.
약식판결은 핵심 사실관계에 재판으로 다툴 만한 쟁점이 없다고 판단될 경우 배심원단의 심리 없이 판사가 법률적으로 사건을 끝내는 절차다. 이에 따라 모비스 측은 정식 배심재판을 거치지 않고 승소했다. 소송이 제기된 지 약 2년 만이다.
앞서 베가는 지난 2022년 코네티컷주 사우스윈저에 있는 모비스 파츠 아메리카 사업장에서 인력업체 소속 임시직으로 근무했다.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실시한 약물검사에서 대마 성분이 검출되자 같은 해 3월 해고됐지만, PTSD 치료를 위해 의료용 대마를 사용했다고 설명했고, 사측 요구에 따라 의료용 대마 등록카드를 발급받은 뒤 같은해 4월 임시직으로 재고용됐다. 이후 모비스 측은 고등학교 졸업과 동등한 학력을 증명하는 검정고시 증명서 제출을 요구했다.
모비스는 같은 해 7월 베가를 정규직으로 전환했지만 증명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다음날 고용계약을 종료했다. 베가는 다른 직원들에게는 증명서 제출을 위한 시간이 더 주어졌다며, 사측이 내세운 학력 요건은 의료용 대마 사용자를 배제하기 위한 명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베가는 2024년 9월 모비스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장애인법상 차별 △합리적 편의 제공 거부 △보복 △코네티컷주 고용차별금지법 위반 △의료용 대마 환자 보호법 위반 등을 주장했다. 복직과 미지급 임금, 정신적 손해 및 징벌적 손해배상도 요구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베가가 연방법상 장애인으로 인정받기 위한 요건을 충족했다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봤다. PTSD 진단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며, 해당 질환이 주요 일상생활 능력을 실질적으로 제한했다는 점까지 증명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차별과 편의 제공 거부, 보복 등의 청구에서 모비스 측 손을 들어준 것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의료용 대마를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줘도 된다는 포괄적인 판단은 아니"라며 "재판부는 의료용 대마의 적법성 자체보다 베가가 관련 법률의 보호를 받을 장애 상태와 고용상 불이익 사이의 연관성을 충분히 입증했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원고는 코네티컷 연방지방법원의 판단에 불복할 경우 미 연방제2순회항소법원에 항소할 수 있다. 현재까지 항소 여부는 따로 알려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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