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현대자동차(005380)와 기아(000270)가 칠레 산티아고 '한국의 거리' 야간 순찰을 위해 전기차 2대를 지원한다. 한류 확산과 공식 거리 지정으로 방문객 증가가 예상되는 가운데, 교민 기부에 의존해온 순찰 운영 부담을 덜기 위한 지원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칠레 한인회에 순찰용 아이오닉 5와 EV5를 각각 1대씩 기증한다고 31일 밝혔다. 차량은 한국의 거리 일대 야간 순찰과 안전한 생활환경 조성에 활용된다.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 위치한 한국의 거리는 한국 식당과 상점이 밀집한 한인 상권이다. 한류 인기에 힘입어 주말마다 현지인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으며, 지난 7월14일 공식적으로 한국의 거리라는 명칭을 얻었다.
거리의 인지도가 높아지고 방문객이 늘어날수록 상권 활성화뿐 아니라 안전 관리의 중요성도 함께 커진다. 야간에도 주민과 상인, 방문객이 안심하고 오갈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야 거리 지정의 효과를 지속할 수 있어서다.
그동안 한국의 거리 야간 순찰은 칠레 한인회와 교민사회의 힘으로 운영돼왔다. 한인회는 교민들이 모은 기부금을 바탕으로 민간 경비업체를 통해 야간 순찰을 진행했다. 최근에는 순찰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현지 상인들이 직접 순찰 활동에 참여했다. 한국의 거리 안전을 교민과 상인들이 사실상 자체적으로 관리해온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런 상황을 접한 뒤 순찰용 차량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기증의 의미는 차량 가격이나 대수보다 사용처에 있다. 일회성 행사나 홍보에 투입되는 차량이 아니라 교민사회의 일상적인 안전 관리에 지속적으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전기차인 아이오닉 5와 EV5를 순찰 차량으로 선택한 것도 운영 효율을 고려한 결정이다. 일정 구역을 반복적으로 이동하는 특성상 연료비와 유지비 부담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차량 지원만으로 야간 순찰에 필요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교민사회가 부담해온 운영 여건을 보완하고 상인들의 직접 순찰 부담을 낮추는 기반은 마련할 수 있다.
이번 지원은 한국의 거리가 공식 지정된 직후 이뤄졌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거리 명칭을 확보하는 것이 한인 상권을 알리는 출발점이라면, 이후에는 방문객이 머무를 수 있는 환경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일이 중요하다. 특히 야간 안전은 상점 영업과 방문객 체류시간, 거리 이미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다.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기증은 새롭게 이름을 얻은 한국의 거리에 필요한 순찰 수단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상권 운영 기반을 뒷받침하는 성격이 강하다. 모국 기업과 재외동포 사회의 관계 역시 상징적인 후원을 넘어 현지에서 필요한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방식으로 구체화됐다.
현대차그룹의 칠레 사회공헌 활동도 지원 대상과 방식이 넓어지고 있다. 2010년 칠레 대지진 당시 피해 복구와 이재민 구호를 지원한 데 이어 환경 개선과 아동교육, 자동차 정비 인력 양성 등으로 활동 범위를 확대했다.
현대차는 재활용품 수거용으로 개조한 마이티 2대를 지방정부에 기증했고, 정비 실습 시설과 교육 공간 개선도 지원했다. 기아는 산티아고의 노후 공원과 복지시설을 친환경 공간으로 재정비하고 전기차 충전기와 태양광 휴대전화 충전기 등을 설치했다.
과거 활동이 재난 복구와 환경·교육 인프라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에는 한인 공동체가 매일 운영하는 거리의 안전 문제로 접점을 넓혔다. 한국의 거리라는 이름이 현지에 자리 잡기 위해서는 상징성뿐 아니라 안정적인 운영 기반이 필요하다. 아이오닉 5와 EV5는 그 거리를 알리는 전시물이 아니라 밤길을 지키는 순찰차로 역할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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