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마다 필리버스터… 국민의힘, 민주당 ‘입법 속도전’ 맞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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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3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두고 “몇 시간 뒷면 범여권의 야합 하에 필리버스터는 강제 종료되고, 헌정사에 수치로 길이 남을 악법이 통과될 것”이라고 말했다. / 뉴시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3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두고 “몇 시간 뒷면 범여권의 야합 하에 필리버스터는 강제 종료되고, 헌정사에 수치로 길이 남을 악법이 통과될 것”이라고 말했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윤혁 기자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여야가 정면충돌했다. 더불어민주당은 31일 오후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강제 종료한 뒤 곧바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심사 기간을 대폭 단축하는 ‘국회법 개정안’까지 잇달아 처리할 계획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를 ‘졸속 입법’이자 ‘입법 독주’로 규정하며 재차 필리버스터로 맞서겠다는 방침이다.

◇ 정점식 “10분 빨리 가려다 10년 먼저 간다”… 졸속 입법 규탄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3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두고 “몇 시간 뒷면 범여권의 야합 하에 필리버스터는 강제 종료되고, 헌정사에 수치로 길이 남을 악법이 통과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줄곧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가 피해자 보호와 형사사법 체계를 약화시킬 것이라고 반대해 왔다.

이날도 정 원내대표는 “보완수사권 폐지는 민심에 역행하는 것으로, 약자는 법의 보호에서 내쳐지고 권력자는 법의 감시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민주당이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법원의 ‘공소기각 완화’ 조항을 삽입한 것을 두고도 “파렴치한 속임수를 자행한 것”이라며 “민주당이 외친 일하는 국회가 고작 이재명 대통령의 재판 삭제를 위해 도피로를 깔아주는 일을 하는 국회냐”고 따져 물었다.

주요 법안을 둘러싼 여야의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는 가운데, 22대 국회에서는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안’까지 총 33차례의 필리버스터가 진행됐다. ‘국회법 개정안’ 역시 필리버스터가 예고되면서 34번째 필리버스터도 기정사실화됐다. / 뉴시스
주요 법안을 둘러싼 여야의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는 가운데, 22대 국회에서는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안’까지 총 33차례의 필리버스터가 진행됐다. ‘국회법 개정안’ 역시 필리버스터가 예고되면서 34번째 필리버스터도 기정사실화됐다. / 뉴시스

반면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을 검찰의 수사권과 기수권을 분리하는 검찰개혁의 완성 단계로 평가하고 있다. 검찰의 직접수사는 폐지하되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에 대해서는 검찰의 역할을 일부 유지하고, 중대범죄수사청에 보완수사 기능을 두는 등 피해자 보호와 수사 공백을 최소화하는 장치를 함께 마련했다는 주장이다. 국민의힘의 비판에 대해서는 검찰개혁을 둘러싼 소모적 정치 공세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한편 민주당은 ‘형사소송법 개정안’ 처리 직후 패스트트랙 심사 기간을 기존 최장 330일에서 90일로 단축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상정할 예정이다. 이는 패스트트랙 제도를 본래 취지에 맞게 정상화하고, 안건 지정 후 심사 없이 시간만 지연되던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제도 개편이라는 것이 민주당 측 주장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국회법 개정안’을 ‘국회선진화법’을 정면으로 훼손하는 조치라고 반발하고 있다. 정 원내대표는 “국회를 민주당의 거수기로 만들겠다는 독재 악법”이라며 “패스트트랙은 소수당의 의견 개진을 보장하고, 극한 대립보다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이끌어내기 위한 제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졸속으로 빨리빨리 처리하려다가 국가적으로 오랜 후유증에 시달릴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김승수 원내수석부대표는 민주당이 패스트트랙 처리 기간이 길다는 이유로 단축을 추진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에 따르면 20대 국회 기준 법안 통과 건수는 한국이 9,138건으로 미국(약 1,000건)과 일본(약 500건)을 크게 웃돈다. 이에 그는 “패스트트랙 법안의 처리 기간이 긴 것이 아니고, 오히려 우리 국회가 엄중한 법안을 너무 쉽게 만들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주요 법안을 둘러싼 여야의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는 가운데, 22대 국회에서는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안’까지 총 33차례의 필리버스터가 진행됐다. ‘국회법 개정안’ 역시 필리버스터가 예고되면서 34번째 필리버스터도 기정사실화된 상황이다. 이에 토론을 통한 협치보다 의석 수에 따른 힘겨루기가 국회의 일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협치를 위해 마련된 제도가 대화와 타협을 이끌기보다 정쟁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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