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김경현 기자] 100%가 깨졌다. 1회에만 6점을 내줬다. 그런데 6회까지 버텼다. 패전 속에도 경기를 만들었다. 삼성 라이온즈 양창섭의 이야기다.
양창섭은 29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홈 경기에서 선발 등판해 6이닝 12피안타 2볼넷 4탈삼진 6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시즌 첫 패배다. 이날 전까지 양창섭은 개막 8연승을 달리고 있었다. 이날 전까지 양창섭 등판일에 팀 승률도 0.932(12승 1패)로 매우 높았다. 50이닝 이상 투수 중 1위. 말 그대로 '승리 요정'이었다.

1회가 문제였다. 선두타자 박재현에게 안타를 내줬다. 빗맞은 타구를 유도했는데, 절묘하게 내야를 빠져나갔다. 박상준 타석에서 폭투가 나와 무사 2루가 됐고, 박상준에게 1타점 적시타를 맞았다. 김도영은 1루수 파울 뜬공으로 처리. 이어 해럴스 카스트로와 나성범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1사 만루에 몰렸다.
야구의 신이 양창섭을 외면한 듯했다. 이어진 1사 만루에서 김호령에게 빗맞은 타구를 유도했는데 애매한 코스로 흐르는 1타점 내야 안타가 됐다. 다음 타자 하주석에겐 정타로 1타점 적시타를 얻어 맞았다. 다시 김태군에게 약한 땅볼 타구를 유도했으나 1-2간을 통과하는 1타점 적시타가 됐다. 우익수 김성윤이 빨랫줄 같은 송구로 2루 주자 김호령을 홈에서 저격한 것이 다행.
양창섭은 윤도현에게 볼넷을 내줘 다시 2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타자 일순으로 다시 타석에 선 박재현에게 우전 2타점 적시타를 맞았다. 박상준을 루킹 삼진으로 잡고 간신히 이닝 종료. 1회에만 6점을 헌납했다. 공도 43구를 던졌다.

2회부터 폼을 되찾았다. 2사 이후 연속 안타를 맞았으나 하주석을 중견수 뜬공으로 잡았다. 3회 1사 1루에서 박재현을 유격수-1루수 병살로 처리하고 이닝을 끝냈다. 4회는 삼자 범퇴. 5회 첫 타자 나성범에게 안타를 맞았으나 세 타자를 범타로 솎아 냈다. 6회도 박상준에게 1볼넷만 내주고 이닝을 마무리했다. 7회부터 이재희가 등판, 양창섭은 경기를 마무리했다.
1회 43구를 던졌으나 나머지 5이닝을 52구로 막았다. 만약 조기에 내려갔다면 다음날 경기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었다. 양창섭이 6회까지 끌어준 덕분에 삼성은 투수 낭비를 줄일 수 있었다.
양창섭의 호투에 타선도 화답했다. 5회 전병우가 솔로 홈런으로 삼성의 첫 점수를 뽑았다 6회 디아즈의 1타점 2루타에 이어 이재현이 투런 홈런을 뽑았다. 어느새 4-6으로 2점 차 경기. 결과적으로 삼성은 4-9로 패했다. 양창섭이 최대한 이닝을 끌어주고, 타선이 터지자 어느 정도 대등한 경기가 됐다. 삼성은 패배에도 KIA의 필승조를 모두 끌어냈다. 의미가 있는 패배다.
이닝 소화를 보면 그의 성장을 체감할 수 있다. 선발로 등판한 14경기 중 5이닝을 채우지 못한 것은 단 한 번이다. 6월 14일 대구 SSG 랜더스전 4이닝 4실점 노디시전 피칭. 이날도 5회 마운드에 올라왔으나 제구가 흔들려 교체됐다. 이제 양창섭은 '계산이 서는 투수'가 됐다.

앞서 박진만 감독은 "지금 5선발이 아니라 3선발 정도의 내용을 보이고 있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답답한 흐름에도 흔들리지 않고 꾸준한 투구를 하는 게 높은 승률의 비결이라고 했다. 양창섭이 마운드를 지키기에 분위기가 넘어가지 않고 결국 삼성이 역전을 한다는 것.
박진만 감독은 "제일 좋아진 부분 중 하나가 커맨드다. (과거) 구위는 좋은데 들쭉날쭉했다. 볼과 스트라이크 차이가 많았다. 지금은 거의 스트라이크 존에서 형성된다. 그러니까 상대 팀도 어쩔 수 없이 적극적으로 치니 투구 수도 절약된다. 구위로 압도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긴다. 공격적으로 들어가면서 수비 시간도 짧아지고, 야수들의 집중력도 공격 때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창섭의 6이닝 6실점 패배는 의미가 크다. 불운이 겹쳐도 경기를 끌고 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박진만 감독이 애지중지하는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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