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국내 조선 빅3(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가 가파른 실적 상승세를 이어가며 올해 상반기 합산 영업이익 4조원 시대를 열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2조7710억원)의 1.7배, 2024년 상반기(7885억원)와 비교하면 6배가 넘는 규모다. 이들은 고선가 선박의 매출 반영 본격화, 수익성 위주의 선별 수주 전략을 집약해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29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조선 3사의 올해 상반기 합산 영업이익은 총 4조7764억원에 달한다. 지난 1분기 3사 합산 영업이익이 2조702억원으로, 이미 2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2분기에도 합산 영업이익이 2조7062억원을 기록하며 상반기 영업이익 4조 원을 넘어섰다.
그룹별로는 HD현대중공업의 조선 부문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이 상반기 실적 호조를 견인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1분기(1조3560억원)와 2분기(1조6451억원)를 합쳐 상반기에만 무려 3조1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고선가 선박 비중 확대와 함께 조선 부문 계열사인 HD현대중공업이 2분기 매출 6조3322억원, 영업이익 1조399억원을 거두는 등 통합 시너지가 본격화된 점이 주효했다.
한화오션 역시 상반기 누적 매출 8조6531억원, 영업이익 1조1772억원을 올리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4.4%, 86.8% 증가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생산 안정화로 인한 조업 효율 개선에 더해, 2분기 중 인도 기준 해양 프로젝트 매출 약 1조5000억원이 일시 반영되고 자재비 절감 등 원가 개선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
삼성중공업은 상반기 누적 매출 6조1330억원, 영업이익 5981억원을 기록했다. 1분기 영업이익(2731억원)이 증권가 전망치를 하회했으나, 2분기 들어 글로벌 오퍼레이션 생산 본격화와 2도크 진수 재개에 힘입어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9.1% 증가한 3250억원을 거두며 반등에 성공했다. 이를 통해 연초 제시했던 연간 매출 가이던스(12조8000억원) 달성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수주 곳간도 탄탄하다. HD한국조선해양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컨테이너선·탱커 등 전 선종에 걸쳐 올해 들어 총 142척, 163억9000만달러 규모를 수주했다. 한화오션도 상반기에만 LNG 운반선 6척,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15척, 초대형암모니아운반선(VLAC) 3척 등 43억5000만달러 규모를 수주했으며, 삼성중공업은 이달 기준 연간 수주 목표(102 달러)의 98%인 100억달러를 조기 달성했다.
조선업 슈퍼사이클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2021~2022년 대규모 수주를 바탕으로 국내 조선사들은 올해까지의 일감을 확보했고, 현재는 수익성이 높은 고부가가치 선박 중심의 선별 수주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DS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LNG 프로젝트가 174개(건설 중 53개·FEED 단계 27개·제안 단계 94개)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며, 신규 프로젝트 수요와 노후 스팀터빈 선박 폐선 교체 수요를 합산하면 2032년까지 연평균 90~110척의 LNG운반선 발주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선가도 상승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클락슨 신조선가지수는 185.15로 2021년 같은 기간보다 33% 높은 수준이다. 지난 23일 기준 VLCC 32만DWT급 신조선가는 1억2821만달러를 기록했으며, 수에즈막스(16만DWT급)는 8639만달러, 아프라막스(11만DWT급)는 7560만달러로 각각 이달 초보다 상승했다.
향후 업황을 뒷받침할 요인도 적지 않다. 가장 큰 모멘텀으로는 미국이 꼽힌다. 지난 23일(현지시간)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의 거점이 될 한미 조선협력센터(KUSPC)가 문을 열면서 1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조선 투자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리스크 요인도 뚜렷하다. 가장 큰 변수는 중국의 추격이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글로벌 선박 수주량 4295만CGT 가운데 중국이 72%(3100만CGT)를 차지한 반면 한국은 19%(797만CGT)에 그쳤다.
한국이 경쟁 우위를 유지해온 LNG운반선 시장에서도 중국과의 격차는 점차 좁혀지고 있다. 한국은 2022년 LNG선 113척을 수주해 중국(43척)을 크게 앞섰지만, 지난해에는 한국 39척, 중국 12척으로 격차가 축소됐다.
인력난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조선업계 인력 부족 규모는 2024년부터 연평균 1만2000명 이상 발생하고 있으며, 내년부터는 약 13만명의 추가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협회의 ‘2024 조선·해양산업 인력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조선업 미충원율은 14.7%로, 전 산업 평균(8.3%)의 두 배에 달했다.
업계는 기술 경쟁력이 승부를 가를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LNG선 등 고부가 선종까지 빠르게 추격하고 있지만 아직 핵심 기술에서는 국내 업체들이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며 “암모니아·메탄올·수소 등 친환경 연료 추진선과 차세대 운반선 분야에서 기술 초격차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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