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종국 기자] 경륜은 매년 상하반기 두 차례 등급을 조정한다. 6개월간의 성적을 기준으로 특선·우수·선발급 승강급이 이뤄진다. 최근 7월 등급 조정에서는 등록 선수 563명 가운데 156명의 등급이 달라졌다. 전체 선수의 4명 중 1명 이상이 새로운 무대에서 다시 경쟁을 시작하게 됐다. 등급 조정은 선수들에게 새로운 도전이자 경주를 분석하는 팬들에게도 중요한 변수다. 기존 전력 구도가 달라지는 만큼 새로운 시각으로 경주를 읽어야 하기 때문이다.
경륜에는 오래전부터 '강급자는 웃고 승급자는 운다'라는 말이 있다. 상위 등급에서 내려온 강급자는 상대적으로 전력 우위를 점하기 쉬운 반면 승급자는 한층 강한 경쟁자들과 맞붙으며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에는 이러한 통념을 깨는 사례가 적지 않다. 승급 직후부터 입상권에 안착하거나 선발급에서 특선급까지 단기간에 수직으로 상승하며 존재감을 드러내는 선수들이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특히 초반 인지도가 낮은 승급자의 선전은 이변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많아 경주 추리에서도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 살아남는 승급자 유형① 잠재력이 다 드러나지 않은 신인
주목해야 할 유형은 신인 선수들이다. 30기 대표 주자인 박제원(S1, 충남 개인)과 문신준서(S2, 김포), 윤명호(S1, 진주)는 데뷔 직후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박제원과 문신준서는 특선급 데뷔전에서 나란히 우승을 차지하며 강한 경쟁력을 입증했다.
박제원은 지난 10일 특선 14경주에서 선행으로 정상에 올랐고 문신준서는 3일 특선 15경주에서 반 바퀴 젖히기로 우승을 차지했다. 선수층이 두꺼워지고 전술이 더욱 정교해진 최근 경륜 흐름을 고려하면 더욱 의미 있는 성과다.
우수급에서도 신인의 돌풍은 이어지고 있다. 강석호, 이승원(이상 A1, 동서울), 신광호(A3, 청주) 등이 수차례 입상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신인은 일반적으로 기량이 완전히 만개하기까지 약 3년이 걸리는 것으로 평가된다. 아직 성장 여력이 남아 있다는 점이 승급 이후에도 기대 이상의 성적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된다.
■ 살아남는 승급자 유형② 주도권을 쥐는 공격형 선수
승급 선수들이 가장 먼저 부딪히는 벽은 자리싸움이다. 인지도가 낮아 초반부터 견제받는 경우가 많지만, 꾸준한 선행 능력을 인정받는 선수는 비교적 쉽게 좋은 위치를 선점할 수 있다. 선행을 통해 경험과 신뢰를 쌓으면 이후에는 마크, 젖히기 등 다양한 전술까지 활용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다. 이번 등급 조정에서 특선급에 승급한 최정환(28기, S2, 세종)이 대표적인 사례다.
최정환은 특선급 4경기에서 2위 한 차례와 3위 두 차례를 기록했다. 세 번은 선행 승부를 펼쳤고 한 차례는 강자들을 밀어낸 뒤 내선 마크에 성공하며 정해민(22기, S1, 수성)과 동반 입상하는 이변도 연출했다. 과감한 선행을 기본으로 하면서도 상황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한 점이 빠른 적응의 원동력이 됐다.
■ 살아남는 승급자 유형③ 뛰어난 조종술과 몸싸움 능력
선행 능력이 부족하다고 경쟁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순간적인 판단력과 뛰어난 자전거 조종술, 치열한 몸싸움을 이겨내는 배짱을 갖춘 기술형 선수들도 상위 등급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발휘한다. 현재 특선급에서는 이재림(25기, S1, 신사), 이태호(20기, S1, 신사), 최종근(20기, S2, 미원), 정재완(18기, S2, 서울 한남), 박건이(28기, S2, 창원 상남) 등이 대표적인 기술형 선수로 꼽힌다. 이들은 강자들과 정면 승부를 펼치기보다 빈틈을 파고드는 위치 선정과 마크 능력을 극대화하며 승부를 만들어낸다. 특히 막판 결정력까지 갖추면서 꾸준히 입상권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대표적인 선수인 이재림은 최근 왕중왕전에서 특유의 마크 전술을 앞세워 임채빈(25기, SS, 수성)을 제치고 정종진(20기, SS, 김포)에 이어 준우승을 차지하며 생애 첫 대상경주 입상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 살아남는 승급자 유형④ 연대 세력도 중요한 무기
경륜은 개인 기량과 함께 연대 세력의 영향력이 크다. 소속팀에 특선급 강자가 많거나 아마추어 시절부터 함께 호흡을 맞춘 선수들이 많은 경우 승급 후에도 비교적 빠르게 상위 무대에 적응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김포팀의 박건수(29기, S2)와 수성팀의 김옥철(27기, S1), 손경수(27기, S2), 석혜윤, 손제용(이상 28기, S1) 등은 개인 기량은 물론 탄탄한 팀 전력과 인맥을 바탕으로 특선급 데뷔 초반부터 자신이 원하는 전술을 안정적으로 선보였다.
예상지 최강경륜 박창현 발행인은 “상위 등급에서 살아남는 승급자들은 대부분 자신만의 뚜렷한 강점이 있다. 신인의 성장 가능성과 공격 성향, 기술적인 능력, 연대 세력의 경쟁력 등 승급자의 유형을 파악해 보는 것이 추리의 정확도를 높이는 좋은 전략”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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