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민간 기업이 장기적 안목으로 해외 자원 개발에 뛰어들어 실제 상업 생산과 국내 도입까지 이어낸 사례다." 14년을 기다려온 프로젝트가 내달 초 인천항에서 결실을 맺는다.
SK이노베이션(096770) E&S가 호주 바로사 가스전에서 생산된 초경질유(컨덴세이트·Condensate) 30만배럴을 오는 8월 초 인천항을 통해 들여온다. 민간 기업이 해외 자원개발로 확보한 초경질유를 국내로 들여오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바로사 가스전에서 연간 생산되는 초경질유는 총 300만배럴. 이 중 SK이노베이션 E&S의 지분에 해당하는 물량은 110만배럴이고, 그 일부인 30만배럴이 이번에 국내 땅을 밟는 셈이다.
초경질유는 일반 원유보다 가볍고 쉽게 증발하는 성질을 갖고 있다. 특히 플라스틱·합성 섬유의 기초 원료인 나프타 성분이 풍부해, 나프타 수급 안정에도 보탬이 될 전망이다.
이번 물량은 SK인천석유화학의 초경질유 전용 설비에 투입된다. 여기서 뽑아낸 나프타는 고부가 화학제품인 파라자일렌(PX)이나 휘발유·항공유 등 석유제품 생산에 쓰이며, 회사의 원가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활용될 예정이다.
초경질유뿐 아니라 LNG도 올해부터 매년 130만톤씩 국내로 들여오고 있다. 국내 연간 LNG 수입량의 약 3%에 해당하는 규모다. 계약 기간(20년)을 다 채우면 SK이노베이션 E&S가 바로사 프로젝트를 통해 확보하는 자원은 초경질유 2200만배럴, LNG 2600만톤에 달한다.

이번 도입은 시점이 예사롭지 않다. 최근 미국·이란 갈등으로 호르무즈 해협 주변 긴장이 고조되면서 중동발 원유 수급 차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한국은 원유와 석유화학 원료 대부분을 중동 수입에 의존해왔던 게 사실이다.
이런 흐름 속 안정적 교역 인프라를 갖춘 호주산 자원 도입은 중동 편중 리스크를 분산하는 일종의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자원 안보 측면에서 이번 사례를 높게 평가하는 이유다.
SK이노베이션은 1988년 1월 북예멘산 원유를 울산항으로 들여오며 무자원 산유국이라는 꿈을 처음 현실로 만든 바 있다. 이번 바로사 가스전 자원 도입은 그 연장선에 있는 셈이다.
바로사 가스전은 호주 북서부 해상에 위치한 대형 가스전으로, SK이노베이션 E&S는 2012년부터 매장량 평가·인허가·설비 건설 등 개발 전 과정에 참여했다. 지분 구조는 SK이노베이션 E&S 37.5%, 호주 산토스 50%, 일본 JERA 12.5%다.
현재 SK이노베이션 E&S는 전 세계 11개국에서 연간 원유·천연가스 약 2000만배럴, LNG 약 600만톤 규모의 자원을 확보하고 있다. 바로사 프로젝트가 14년 만에 결실을 맺으며 자원 포트폴리오의 무게도 한층 두터워질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 E&S 관계자는 "바로사 가스전에서 생산된 LNG와 초경질유를 활용해 자원 대외 의존도를 낮추고, 국내 산업의 수급 안정성을 뒷받침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중동 리스크가 상수로 자리 잡은 현재, 자원 공급망을 다변화하려는 국내 업계의 움직임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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