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이호빈 기자] 쿠팡이 홈플러스 영업 공백으로 인해 장보기 영토를 넓히고 있다.
2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가 경영 위기로 전국 영업망을 줄이면서 경쟁 대형마트보다 쿠팡이 더 큰 반사이익을 누린다는 관측이 나온다. 점포 인근 고객은 이마트와 롯데마트로 이동할 수 있지만 입지 등으로 인한 한계가 있다. 반면에 온라인 장보기로 넘어간 수요는 지역과 거리에 구애받지 않는 쿠팡이 더 폭넓게 흡수할 가능성이 크다.
홈플러스는 최근 긴급운영자금(DIP) 2000억원을 확보해 중단됐던 회생절차를 재개했다. 자금이 집행되는 대로 임시휴업 중인 핵심 점포 67곳을 다시 열고, 수도권 16개 점포를 중심으로 온라인 영업도 순차 재개한다. 수익성이 낮은 점포 37곳은 폐점한다.
회생절차는 되살아났지만 영업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상품대금과 임대료, 공공요금 등 밀린 비용을 정리하고 납품업체·배송사와 거래부터 복원해야 한다. 생필품과 식품을 먼저 확보하더라도 예전 수준의 상품 구색과 배송 권역을 단기간에 되찾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 공통된 시각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기회를 잡는 곳으로 쿠팡이 꼽힌다.
이마트·롯데마트의 반사이익은 홈플러스 폐점 점포와 가까운 ‘경합 상권’에 몰린다. 소비자가 대체 점포까지 오가는 거리와 교통편도 변수다. 반면 쿠팡은 전국 배송망으로 점포가 사라진 지역은 물론 상품 부족이나 배송 중단을 겪은 고객까지 한꺼번에 끌어올 수 있다. 수혜 범위가 개별 점포가 아니라 생활권 전체인 셈이다.
증권가는 홈플러스 사태로 이마트의 연간 매출 증가율이 약 2.2%p 높아질 것으로 추산한다. 홈플러스 매출 30%가 경쟁사로 옮겨가면 이마트와 롯데쇼핑의 합산 매출이 최대 1조5000억원 늘어날 수 있다고도 봤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 고객이 당장은 인근 대형마트로 이동할 수 있지만, 온라인 장보기로 아예 옮겨가는 수요까지 고려하면 쿠팡의 수혜 폭이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며 “실제 고객 이동이 어느 정도 이어질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홈플러스의 강점이던 신선식품과 생필품이 쿠팡 핵심 사업과 겹친다. 쿠팡은 로켓프레시를 앞세워 채소·과일, 축산·수산물부터 냉장·냉동식품, 가공식품, 생활용품까지 한 번에 주문받는 구조를 갖췄다. 신선식품과 일반 상품을 함께 배송해 대형마트의 ‘한 번에 장보기’를 온라인에서 대체할 수 있다.
온라인 장보기 시장 자체도 빠르게 크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 5월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25조13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0.3% 증가했다. 이 가운데 음·식료품 거래액은 3조5532억원으로 14.0% 늘어 전체 시장을 웃도는 성장률을 기록했다. 홈플러스 사태 전부터 장보기 수요가 온라인으로 옮겨가고 있었던 만큼, 점포 축소와 상품 공급 차질은 이 흐름을 더 앞당길 수 있다.
쿠팡의 이용자와 결제 규모도 다시 커지고 있다.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6월 쿠팡의 신용·체크카드 추정 결제금액은 4조8337억원으로, 5월 4조8596억원에 이어 두 달 연속 4조8000억원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개인정보 유출 사태 당시 4조4735억원보다 3601억원 많고, 이른바 ‘탈팡’ 움직임이 번진 지난해 12월 4조3373억원과 비교하면 약 5000억원 늘었다. 지난 6월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도 3509만여명으로 유출 사태 직전을 넘어섰다.
식품은 구매 주기가 짧아 고객을 플랫폼에 묶어두는 효과도 크다. 홈플러스에서 일주일에 한두 번 장을 보던 소비자가 로켓프레시로 구매처를 바꾸면 신선식품뿐 아니라 생활용품과 가전, 패션 등 다른 상품 구매까지 쿠팡 안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결제액과 이용자 증가만으로 홈플러스 사태의 직접적인 반사이익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쿠팡이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홈플러스의 점포 축소와 온라인 영업 차질까지 겹치면서 장보기 고객을 추가로 흡수할 여건은 한층 커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다시 문을 열더라도 이미 온라인으로 구매처를 옮긴 고객이 모두 돌아오지는 않을 것”이라며 “사태가 길어질수록 쿠팡이 고객을 붙잡을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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