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포커스] 기업금융 늘려야 하는데 中企 연체 ‘빨간불’…은행권 깊어진 셈법

마이데일리
4대 금융 추정손실 현황 /내용 정리=최주연 기자, AI 이미지 편집

[마이데일리 = 최주연 기자] 은행권의 중소기업대출 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주요 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이 9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선 가운데 금융그룹이 사실상 회수가 어렵다고 판단한 여신도 3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정부의 ‘생산적 금융’ 기조에 따라 은행들이 기업 부문으로 자금 공급을 확대해야 하는 상황에서 기준금리까지 오르면서 기업금융 확대와 건전성 관리 사이의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27일 <마이데일리>가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금융)가 공개한 2분기 실적자료를 종합한 결과 4대 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평균 0.55%로 집계됐다. 2017년 1분기 말 0.59% 이후 9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올해 1분기 0.52%와 비교하면 0.03%포인트(p) 상승했고 지난해 2분기 0.50%보다는 0.05%p 높아졌다. 4대 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2022년 2분기 0.20%까지 떨어진 뒤 2023년 0.3%대, 2024년 0.4%대로 올라서는 등 상승 흐름을 보여왔다.

은행별로도 차이가 나타났다. KB국민은행은 1분기 0.44%에서 2분기 0.37%로, 하나은행은 0.61%에서 0.59%로 각각 낮아졌다. 반면 신한은행은 같은 기간 0.46%에서 0.49%로 상승했다. 우리은행은 0.61%에서 0.75%로 0.14%포인트 뛰며 4대 은행 가운데 가장 높은 연체율을 기록했다.

◇ 연체율 오르는데 기업대출 확대…은행권 ‘딜레마’

중소기업 여신의 건전성 부담은 은행권 전반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국내 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1.00%로, 2015년 5월 1.11%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중소법인대출 연체율은 1.11%로 2017년 5월 이후 9년 만에 최고치였다. 같은 기간 전체 기업대출 연체율도 0.84%로 전월보다 0.10%포인트 상승했다. 신규 연체 발생액은 3조3000억원으로 전월보다 4000억원 늘어난 반면 연체채권 정리 규모는 1조5000억원으로 1000억원 감소했다.

문제는 은행권이 앞으로 기업금융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점이다. 정부가 가계와 부동산에 집중됐던 자금을 기업과 산업 부문으로 유도하는 ‘생산적 금융’을 핵심 금융정책으로 추진하면서 은행들의 대출 포트폴리오 역시 기업금융 중심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금리 환경도 부담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기존 연 2.50%에서 2.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시장금리 상승으로 이자 부담이 커질 수 있고, 은행은 기업대출을 확대하면서 차주의 상환능력까지 더욱 면밀하게 살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금감원도 이 같은 상황을 경계하고 있다. 금감원은 “연체율 상승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생산적 금융 본격화에 따른 기업대출 증가와 금리 상승 등 여건 변화를 고려해 연체율 상승세가 확대될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연체 넘어 부실여신 부담…추정손실 3조원 육박

이미 쌓여 있는 부실여신도 은행권이 기업대출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4대 금융그룹의 2분기 말 ‘추정손실’은 총 2조9910억원으로 집계돼 3조원에 육박했다. 추정손실은 금융회사의 자산건전성 분류인 ‘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가운데 마지막 단계다. 회수 가능성이 매우 낮아 손실 발생 가능성이 큰 여신을 의미한다.

연체율은 현재 차주의 상환능력이 얼마나 악화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라면 추정손실은 이미 부실화된 자산 가운데 회수 가능성이 극히 낮은 부분을 보여준다.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이 상승하는 상황에서 기존 부실여신까지 상당한 규모로 남아 있다는 점은 향후 은행권의 건전성 관리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다.

은행들이 기업금융 확대 과정에서 단순히 대출 규모를 늘리는 것보다 차주의 상환능력과 업종별 위험을 선별하는 작업이 중요해지는 이유다.

신용평가업계도 은행권의 대출 포트폴리오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한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은행업 분석에서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와 생산적 금융 전환에 따른 대출 포트폴리오 변화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면서 “금리 인상 효과가 시차를 두고 기업의 금융비용에 반영될 수 있는 만큼 하반기에는 기업대출 확대 속도뿐 아니라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한 연체율과 부실여신의 흐름이 은행권 건전성을 가늠할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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