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박성규 기자] 국내 주요플랫폼들이 인공지능(AI)을 검색과 추천, 상담, 쇼핑 등에 빠르게 적용하고 있지만 핵심 모델에 대한 통제권을 해외 빅테크에 의존하면서 서비스 운용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이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플랫폼이 챗GPT 등 빅테크 모델의 버전과 가격, 공급 정책 변화에 따라 서비스 품질과 비용까지 다시 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26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운영을 지원하는 플랫폼 자율기구는 최근 카카오와 놀유니버스, 당근마켓, 로앤컴퍼니, 무신사, 직방, 한국신용데이터를 비롯해 오픈AI·앤트로픽과 간담회를 열었다. 플랫폼의 AI 활용 확대에 따른 모델 공급 안정성과 데이터 처리, 서비스 책임 기준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 서비스는 국내 플랫폼, 모델 결정권은 해외 기업
이번 간담회에서 플랫폼 기업들은 사전 고지 없는 AI 모델 버전 변경과 공급 중단 가능성을 주요 애로사항으로 제시했다. 모델 이용료나 기능이 바뀌면 이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설계한 플랫폼이 비용 구조와 이용자 경험을 다시 손봐야 한다는 것이다.
카카오의 ‘챗GPT 포 카카오’가 대표적이다. 카카오와 오픈AI가 공동 개발한 이 서비스는 카카오톡과 오픈AI의 최신 세대 모델을 결합했다. 카카오맵과 선물하기, 예약 등 카카오 서비스를 연결하는 ‘카카오툴즈’도 제공한다. 카카오는 지난달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바로 챗GPT를 호출하는 기능까지 도입했다. 지난 5월 기준 챗GPT 포 카카오의 누적 가입자는 1100만명을 넘어섰다.
무신사도 지난달 챗GPT 안에서 상품을 추천하는 전용 앱을 출시했다. 무신사가 자체 개발한 모델 컨텍스트 프로토콜(MCP)을 통해 상품 정보를 연결하지만 이용자가 상품을 탐색하는 대화형 접점은 챗GPT에 올라가 있다. 오픈AI의 서비스 운영이나 정책이 바뀌면 국내 플랫폼의 AI 서비스도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다만 국내 플랫폼의 해외 모델 의존도가 모두 같은 것은 아니다. 네이버는 자체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X’를 운용하고 있고 카카오도 자체 개발한 ‘카나나’ 모델과 외부 모델을 병행하고 있다. 문제는 외부 모델을 사용하는 것 자체보다 특정 모델에 문제가 생겼을 때 서비스를 이어갈 대체 수단을 갖췄느냐다.

◇ 모델 바꾸면 품질·비용 검증도 원점으로
AI 모델 교체는 단순히 연결 대상을 바꾸는 데 그치지 않는다. 같은 질문에도 모델별로 답변 내용과 표현, 안전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 응답 속도와 사용료도 다시 계산해야 한다. 검색·추천 결과와 이용자 안내, 유해정보 차단 장치까지 재검증해야 하는 만큼 전환 비용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해외 AI 기업들은 모델의 지원 종료 일정 등을 문서와 이메일로 안내하고 있다. 그러나 모델의 교체 주기가 빨라지고 AI가 플랫폼 핵심 기능으로 들어오면서 국내 기업들은 더 명확한 사전 고지와 중장기 공급 계획을 요구하고 있다.
모델 종속은 국내만의 문제도 아니다. IBM 기업가치연구소가 지난달 글로벌 고위 임원 1000명을 조사한 결과 71%가 주력 AI 사업자나 모델을 바꾸기 어렵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81%는 AI 사업자의 서비스가 7일간 중단되면 기업 운영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 자율협의 첫발…구체적인 고지·책임 기준은 미정
플랫폼과 AI 기업들은 모델 변경과 공급 계획에 대한 중장기 로드맵을 공유하고 사전 고지 기준을 논의하기로 했다. 개방형 표준을 활용해 모델 간 전환을 쉽게 하고 국내 사업자 간 연동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다만 구체적인 사전 고지 기간이나 적용 범위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AI가 잘못된 답변을 제공하거나 서비스 장애가 발생했을 때 플랫폼과 모델 제공사가 각각 어디까지 책임질지도 향후 논의 과제로 남았다.
대안으로는 여러 AI 모델을 용도에 따라 나눠 사용하는 멀티모델 전략이 꼽힌다. 한 모델의 공급이나 가격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모델로 전환할 수 있도록 서비스 구조를 설계하는 방식이다. 다만 복수의 모델을 연결하고 품질을 반복 검증해야 해 개발·운영 비용이 늘어나는 부담이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자체 모델 보유 여부보다 특정 모델이 바뀌거나 중단돼도 이용자 경험을 유지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사전 고지 원칙과 함께 대체 모델로 전환할 수 있는 기술·계약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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