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박설민 기자 푹푹 찌는 날씨와 예상치 못한 빗줄기가 공존하는, 혼란스러운 여름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과학자들은 심각한 기후재난이 다가오고 있다고 경고한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도 올해 1950년 이후 최악의 ‘슈퍼 엘니뇨’의 출현 가능성을 예측했다.
이에 국내외 대기업들과 국가에서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지속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제조사들은 친환경 공정가스 사용 연구를, 각 산업체들은 재생에너지 사용 증가를 위해 생산 시설 전반을 새롭게 구축하고 있다. 또한 여러 국제 환경기구들과의 협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산업 전략도 모색 중이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상이변은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2024년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 온도 상승 폭은 1.55℃, 175년 간 관측한 이래 최고치에 달했다. 2015년 파리협약 달성 이후 9년 만에 국제적 약속이 깨진 것이다.
이에 산업계와 개개인에 대한 ‘기후활동’의 압박은 더욱 거세지는 상황이다. 수많은 국내외 환경단체들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많은 것들을 포기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낸다. 우리가 편하게 사용하던 플라스틱, 전력, 화석 연료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그러나 그게 어디 쉬운 일일까. 기후변화와 환경, 멸종위기종을 전문적으로 취재하고 있는 기자도 매일 같이 드는 생각이다. 지금 기자수첩을 작성하는 이 순간, 한 글자 한 글자 써내려가는 글도 기후변화를 가속화하는 일일 것이다. 결국 모든 에너지는 우주의 무질서도(Entropy)를 높이는 방향으로 분산되기 마련이다.
물론 힘들다고 해서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을 멈출 수는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사람과 기업, 국가를 끊임없이 압박하고 닦달하는 것만이 기후위기 대응의 정답은 아닐 것이다. 기후변화와의 싸움은 장기전이다. 쉴틈없이 몰아치기만 해서는 유지할 수 없다. 마치 마라톤처럼 말이다. 빠르게 달리는 속도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끝까지 달릴 수 있는 체력과 숨 고르기다.
실제로 1974년 발생한 ‘오존층 파괴’는 우리 모두가 기억하는 환경 재난 중 하나였다. 1987년 ‘몬트리올 의정서’를 시작, 전 세계가 오존층 파괴 원인인 프레온가스(CFC)의 감축을 시작했다. 당시에도 여러 목소리는 나왔다. ‘너무 느리다’, ‘이 정도로는 오존층을 살릴 수 없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하지만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40년 이상 감축한 결과, 최근 오존층의 상당 부분이 회복됐다.
기후변화는 이 프레온가스 감축보다 훨씬 어려운 문제는 분명하다. 하지만 우리는 분명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얼마 전 대학원 수업에서 교수는 드라마 ‘오징어게임’에 나온 명대사 ‘이 게임을 해봤어요’라고 표현했다. 그의 말처럼 우리는 분명 이 위험한 게임을 해본 경험이 있다. 그리고 성공적으로 결과를 내고 있다.
최근 박민혜 한국 세계자연기금(WWF) 사무총장과의 인터뷰에서 들었던 말이 생각이 난다. 그는 “기후변화와 자연보전문제에 대해서 ‘피로도’를 느낀다”는 기자의 질문에 “아직 갈 길이 먼데 벌써 피로도가 느껴지는 것이 안타깝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자연보전이 많은 이들의 일상이 되려면 제약을 강조하기보다 긍정적인 경험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제 우리는 기후변화 대응의 속도와 지속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 앞에 섰다. 기후변화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렇다고 몰아세우고 채찍질하는 방식만으론 이 긴 경주를 완주하는 것은 어렵다. 중요한 것은 누군가 낙오하지 않고 모두가 함께, 그리고 목적지를 잊지 않고 달려가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한번쯤 숨고르기를 할 수 있는 ‘휴게소’가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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