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최태원·정의선·이해진 ‘AI 깐부회동’…글로벌 AI 포럼 자문위원 총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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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이해진 네이버 의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이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뉴시스

[마이데일리 = 윤진웅 기자]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인프라, 피지컬 AI, 소버린 AI를 대표하는 대한민국 주요 기업 총수들이 세계 AI 산업의 심장부인 미국 실리콘밸리에 집결한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의 이른바 ‘깐부회동’에 이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글로벌 AI 포럼 자문위원으로 이름을 올리면서 한국 기업의 역할도 제품 공급과 기술 협력을 넘어 글로벌 AI 의제 설정으로 확대되고 있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은 이날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샌프란시스코 AI 서밋’에 참석해 황 CEO와 회동한다. 이재명 대통령도 행사에 참석해 한국의 AI 투자와 글로벌 협력 구상을 담은 ‘샌프란시스코 AI 선언’을 발표할 예정이다.

서밋에는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 혹 탄 브로드컴 CEO도 자리할 예정이다. 한국과 미국의 AI 리더들은 첨단 반도체와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중심으로 각 사의 투자 전략과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양국 기업 간 장기계약과 전략적 제휴, 투자 관련 협약도 발표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회동은 지난해 10월 서울에서 이재용 회장과 정의선 회장이 황 CEO를 만나 치킨과 맥주를 함께했던 ‘깐부회동’의 확장판으로 평가된다. 당시 3명이 친분과 협력 의지를 확인했다면 이번에는 최태원 회장과 이해진 의장까지 합류해 한국의 AI 산업을 구성하는 핵심 축이 모두 한자리에 모인다.

회동을 앞두고 이재용 회장과 정의선 회장이 미국 대표 빅테크 경영진이 이끄는 글로벌 포럼의 자문위원으로 위촉되면서 의미는 더욱 커졌다.

미국 미디어 기업 세마포는 오는 11월 실리콘밸리에서 처음 개최하는 글로벌 CEO 포럼 ‘실리콘밸리 앤드 더 월드(Silicon Valley & The World)’의 글로벌 자문위원회에 이재용 회장과 정의선 회장이 합류했다고 발표했다.

이 포럼은 혁신 기술을 개발하는 실리콘밸리 기업과 이를 산업·정부·사회에 적용하는 글로벌 리더들을 연결하기 위해 마련됐다. 세계 각국의 기업인과 정책 담당자, 투자자 등 350여명이 참석해 AI와 산업 경쟁력, 국가 안보, 에너지, 노동시장 등을 논의한다.

황 CEO를 비롯해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리사 수 AMD CEO, 루스 포랏 알파벳·구글 사장 겸 최고투자책임자, 디베시 마칸 아이코닉 창립자가 공동의장을 맡았다.

글로벌 자문위원회에는 이재용·정의선 회장과 함께 앤디 재시 아마존 CEO, 크리스토프 푸케 ASML CEO, 히로키 도토키 소니그룹 CEO, 다니엘라 아모데이 앤트로픽 사장, 리시 수낵 전 영국 총리, 지나 러몬도 전 미국 상무부 장관 등 40여명이 포진했다.

이재용 회장의 합류는 삼성전자가 글로벌 AI 반도체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 설계, 파운드리, 첨단 패키징을 모두 보유한 종합반도체 기업으로 AI 가속기에 필요한 전 과정을 지원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HBM4 양산·출하를 시작한 데 이어 지난 5월에는 세계 최초로 12단 HBM4E 샘플을 주요 고객사에 공급했다. 엔비디아가 주도하는 AI 생태계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와 파운드리, 첨단 패키징을 아우르는 ‘토털 솔루션’ 공급사로 입지를 넓히고 있다.

최태원 회장이 이끄는 SK그룹은 AI 메모리와 데이터센터, 에너지를 연결하는 인프라 경쟁력을 갖췄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의 핵심 HBM 공급사로 자리 잡았으며, SK그룹은 오픈AI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HBM을 공급하고 국내 AI 데이터센터를 공동 개발하기 위한 협력도 추진하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자동차 제조업을 AI가 현실 세계에서 판단하고 움직이는 피지컬 AI 산업으로 전환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중심으로 휴머노이드와 산업용 로봇을 개발하는 동시에 소프트웨어 중심 공장과 로봇 생산체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 회장이 글로벌 AI 포럼 자문위원으로 발탁된 것도 현대차그룹이 AI를 실제 제조와 모빌리티, 로봇 사업에 적용하는 대표 기업으로 인정받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기술 개발자뿐 아니라 AI를 대규모 산업현장에 구현하는 기업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이해진 의장은 한국형 AI 모델과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결합한 소버린 AI 전략을 이끌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달 엔비디아와 기가와트급 글로벌 AI 팩토리를 공동 구축하고 아시아와 중동, 유럽에 국가별 AI 인프라를 공급하기 위한 동맹을 맺었다.

4명의 총수가 각각 AI 반도체와 메모리·데이터센터, 피지컬 AI, 소버린 AI를 담당하며 한국만의 완결된 AI 밸류체인을 형성하는 셈이다. 엔비디아가 연산 플랫폼을 장악하고 오픈AI와 앤트로픽이 AI 모델 경쟁을 이끄는 가운데 한국 기업들은 이를 구현하는 반도체와 제조 기반, 산업 데이터, 서비스 플랫폼을 제공할 수 있다.

재계에서는 이번 서밋과 자문위원 위촉을 한국 기업의 위상이 단순 공급업체에서 글로벌 AI 생태계의 핵심 파트너로 이동한 사례로 보고 있다. 미국 빅테크가 AI 모델과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주도하더라도 이를 실제 산업에 확산하려면 한국 기업이 보유한 메모리와 제조 역량, 로봇·모빌리티 기술, 초대형 서비스 플랫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깐부회동이 당장의 투자와 공급계약을 끌어내는 자리라면 오는 11월 글로벌 포럼은 AI 산업의 중장기 방향과 정책, 투자 우선순위를 논의하는 무대"라며 "한국 총수들이 두 자리에 연이어 모습을 드러내면서 글로벌 AI 시장에서 대한민국의 존재감도 한층 선명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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