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부동산 해법] 세금 높이면서 팔 길도 열려는 이유

시사위크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서울 여의도 KBS 별관에서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서울 여의도 KBS 별관에서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 뉴시스

시사위크=김두완 기자  주거는 보호하되 투기에는 부담을 지운다. 23일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제시한 해법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거주용·서민 주택은 세 부담을 덜고 초고가·다주택에는 부담을 높이는 대신 매물이 시장에 나올 수 있도록 한시적인 퇴로도 함께 연다. 금융은 청년·신혼부부 등 실수요자에게 집중하고 공급은 기존 사업의 속도를 높이는 데 무게를 뒀다. 다만 초고가 주택의 기준과 세 부담 수준, 양도세 완화 범위 등은 향후 정책 설계에서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았다.

◇ 거주·투기 구분해 세 부담 조정

이 대통령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KBS 별관 공개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공급·금융·세제를 아우르는 부동산정책 방향을 밝혔다. 보유세는 일반적인 1주택을 기준으로 거주 목적과 가격·보유 수에 따라 차등화하고, 양도세는 매물 잠김을 막을 수 있도록 한시적인 퇴로를 검토하기로 했다. 금융은 청년·신혼부부 등 실수요자에게 선별 지원하고, 공급은 기존 사업의 행정 기간을 줄이는 방향에 무게를 뒀다.

이날 가장 먼저 드러난 것은 보유세 개편 방향이다. 보유세 강화 필요성에는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누구에게 어느 정도를 부담시킬지를 놓고 의견이 갈렸다. 같은 1주택이라도 본인과 가족이 살기 위해 보유한 집과 가격 상승을 기대하며 사둔 집을 동일하게 취급할 수 있느냐가 쟁점이었다.

이 대통령은 일반적인 1주택의 보유 부담을 기준점으로 삼은 뒤 감면·가중 요소를 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통상적인 1주택을 기준으로 적정하게 보유 부담을 설정하고 거주할 경우에는 감해주는 방식”이라며 “서민용 또는 중산층이라면 보호하는 측면에서 더 감해주고 지방도 지역적 요인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초고가·호화주택과 다주택, 명백한 투기 목적 주택에는 부담을 더한다. 비싼 집의 가격 자체를 정부가 통제하지는 않되 고가 자산을 보유하면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에는 상응하는 부담을 지우겠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이 부동산정책의 목표를 인위적인 집값 인하가 아닌 ‘시장 정상화’로 규정한 이유다.

관건은 경계선이다. 토론에서는 초고가 주택의 기준으로 시가 30억원과 50억원 등이 거론됐지만 서울과 지방의 가격 격차가 커 하나의 기준을 전국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대통령도 지방에서는 시가 30억원이 명백한 초고가 주택으로 받아들여지지만 서울에서는 같은 기준을 적용할 경우 상당한 조세 저항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서울 여의도 KBS 별관에서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서울 여의도 KBS 별관에서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 뉴시스

‘실거주’의 범위를 어떻게 정할지도 과제로 남았다. 직장이나 자녀 교육, 입원 등으로 일시적으로 집을 비운 사람까지 투자 목적의 비거주 주택과 같게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현재 그 집에 살고 있는지만 따지기보다 본인과 가족이 살기 위해 보유한 집인지를 판단하는 ‘거주용’ 또는 ‘주거용’ 개념을 제안했다.

두 번째 쟁점은 보유세 강화에 따른 매물 잠김이다. 다주택자의 보유 부담을 높이더라도 양도소득세가 지나치게 무거우면 집을 팔지 않고 정책이 바뀔 때까지 버틸 수 있다. 매물이 줄고 거래가 막히면 시장을 안정시키려던 정책이 오히려 가격을 떠받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이 대통령은 다주택자가 “파느니 정권 교체를 기대하면서 버티겠다”는 선택을 할 수 있다며 “보유세를 강화하면서 강화만 하면 안 된다.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 대통령은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방침을 믿고 먼저 집을 판 사람과의 형평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뒤늦게 처분한 다주택자에게 과거 처분자와 같거나 더 큰 혜택을 주면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수 있어서다. 이에 따라 앞선 유예 때보다 혜택을 줄이고 일정 기간만 주택을 처분할 기회를 주는 방안이 거론됐다.

◇ 금융·공급도 실수요에 초점

세 번째 쟁점은 실수요자 금융지원과 집값 안정 사이의 충돌이다. 청년과 신혼부부의 대출 한도를 높이면 당장 집을 구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늘어난 자금이 집값과 전셋값을 끌어올릴 수 있다. 이 대통령은 과도한 전세대출이 서민의 주거비 부담을 덜어준 측면과 함께 집값 상승과 전세사기에 영향을 줬다고 진단했다. 이에 일반적인 전세대출은 엄격하게 관리하되 청년·신혼부부·생애 최초 수요자는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정책 변경 전에 분양계약을 맺었지만 이후 강화된 대출 규제로 잔금을 마련하지 못한 실수요자 사례를 점검하라고 했다. 그는 “있는 제도에 맞춰 계획했는데 정책이 바뀌었다고 이렇게 만들면 황당무계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며 제도 변경 과정에서 피해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반면 고가주택을 담보로 사업자대출을 받아 주택대출 규제를 우회할 가능성은 점검 대상으로 올렸다. 규제의 빈틈은 막되 제도 변경으로 피해를 본 계약자와 정책 지원이 필요한 실수요자는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23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하는 '부동산 정책 국민 대토론회' 생중계를 시청하고 있다. / 뉴시스
23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하는 '부동산 정책 국민 대토론회' 생중계를 시청하고 있다. / 뉴시스

마지막 쟁점은 공급이다. 공급 확대 필요성에는 이견이 적었지만 서울에는 새로 개발할 택지가 부족하고 재개발·재건축은 입주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한계가 확인됐다. 얼마나 많은 집을 발표하느냐보다 실제 입주 시기를 얼마나 앞당길 수 있느냐가 중요해진 이유다.

이 대통령은 3기 신도시 등 이미 발표한 사업의 행정 기간을 절반 이하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계획 수립과 보상, 토지 조성 등 순차적으로 진행하던 절차 가운데 병행할 수 있는 부분을 동시에 추진해 착공을 앞당기는 방식이다. 도심 유휴부지와 준공업지역, 공실 상가·오피스를 주거용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공공임대주택은 저소득층 대상의 소형 주택에서 벗어나 중산층도 장기간 거주할 수 있는 고품질 주택으로 넓히는 구상이 제시됐다. 역세권에 국민주택 규모의 장기 공공임대를 공급해 당장 집을 사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안정적인 주거 선택지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또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를 두고는 공급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주장과 기존 주택의 멸실이 늘어 단기적인 공급 불안을 키울 수 있다는 의견이 맞섰다. 공사비 급등 과정에 브로커와 불투명한 계약구조가 개입한다는 주장에는 국무조정실 감찰조직 등을 통한 점검이 예고됐다.

이 대통령은 토론회 말미에 부동산 세제 개편이 정치적 부담과 갈등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고 인정했다.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이해관계자의 압력이 커지고 정책이 흔들리면서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점도 짚었다.

그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는 어려움을 감수해야 한다”며 “변동과 갈등이 걱정되지만 국민 전체와 나라의 미래, 장기적으로 더 나은 상황을 위해 해야 할 일은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불만과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편익과 효용이 가장 높은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하겠다”고 밝혔다.

Copyright ⓒ 시사위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alert

댓글 쓰기 제목 [대통령 부동산 해법] 세금 높이면서 팔 길도 열려는 이유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