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윤진웅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진두지휘한 ‘AI(인공지능) 드라이브’가 지주회사 SK㈜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SK하이닉스의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을 계기로 반도체 성장 가치가 지주사로 확산하는 가운데 AI·반도체부터 에너지와 데이터센터까지 아우르는 SK그룹의 ‘AI 풀스택’ 전략도 실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SK㈜는 2024년부터 AI·반도체 밸류체인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리밸런싱(사업재편)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며 뚜렷한 기업가치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SK㈜의 매출은 2024년 1분기 33조원에서 2026년 1분기 36조7000억원으로 증가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조5000억원에서 3조6000억원으로 2배 이상 뛰었다.
증권가도 SK㈜의 성장 전략에 주목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지난 7일 SK㈜에 대해 AI와 반도체, 차세대 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성장 전략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단순히 자회사 지분을 보유한 지주사를 넘어 그룹의 AI 전환을 설계하고 실행하는 전략 플랫폼으로서 가치가 부각되고 있다는 평가다.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최 회장의 강력한 AI 드라이브가 자리 잡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달 그룹 전 구성원에게 보낸 ‘AI Aspiration’ 영상 메시지를 통해 그룹 AI 사업의 방향성을 직접 공유하며 “저희의 역량을 다 모아 이 일들을 같이 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SK그룹만큼 포트폴리오가 잘 짜여 있는 곳은 지금 거의 보기 힘들다”며 “3년여 만에 우리는 AI 트렌드를 아주 잘 올라타 있는 포지션을 갖게 됐다”고 진단했다.
최 회장이 자신감을 드러낸 배경에는 반도체부터 에너지, 데이터센터와 소재·장비까지 연결되는 그룹의 사업 구조가 있다. 최 회장은 AI 전략의 첫 번째 축으로 반도체를 꼽으며 “메모리 하나만 계속한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AI의 상당한 수혜자”라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AI 메모리 수요를 선점하고, 이를 그룹 전반의 성장 동력으로 확산하겠다는 구상이다.
두 번째 축으로는 에너지를 제시했다. 최 회장은 “에너지 기업을 내부에 갖고 있고, 현재 있는 에너지를 전기화로 바꿔야 하는데 그 능력까지 이른바 풀스택으로 다 들고 있는 곳은 없다”며 “가장 속도감 있게 이 일들을 해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최 회장의 구상은 핵심 자회사들의 실적을 통해 현실화하고 있다. SK㈜의 핵심 비상장 자회사인 SK에코플랜트는 올해 1분기 매출 4조9000억원, 영업이익 931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3159억원의 약 3배에 달하는 수익을 단 한 분기 만에 거둔 셈이다.
SK에코플랜트는 과거 건설·환경 중심 기업에서 벗어나 AI·반도체 밸류체인의 핵심 기업으로 빠르게 변신하고 있다. 2024년 에센코어와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를 편입한 데 이어 2025년에는 SK트리켐과 SK머티리얼즈퍼포먼스 등 반도체 소재 기업을 잇달아 품었다.
SK하이닉스의 설비투자 확대에 힘입어 반도체 제조시설 사업을 담당하는 ‘하이테크(Hi-Tech)’ 부문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증권가는 SK에코플랜트의 올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2조4000억원 증가한 2조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인 차세대 에너지 분야에서도 선제적인 사업재편이 이어지고 있다. SK㈜는 세계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 중 하나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신재생에너지 합작법인(JV)을 설립해 국내 최대 규모의 신재생에너지 기업을 출범시킬 계획이다. 계열사에 분산된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하나로 재편하고 전략적 투자 자본을 결합해 2031년까지 운영 전력 용량을 10GW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의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반도체뿐 아니라 전력 공급망까지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SK하이닉스가 AI의 ‘두뇌’를 책임진다면 에너지 계열사들은 이를 가동하는 ‘혈관’을 구축하는 구조다.
최 회장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그룹의 AI 전환에도 속도를 높여왔다. 그는 2024년 미국을 찾아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글로벌 빅테크 수장들과 연쇄 회동하며 AI·반도체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SK AI 서밋’을 처음 개최해 TSMC와 오픈AI 등 글로벌 AI 선도 기업들이 협력을 논의하는 무대를 국내에 마련했다.
반도체와 소재·장비, 에너지와 데이터센터를 하나의 AI 밸류체인으로 묶는 최 회장의 구상은 본격적인 실행 단계에 들어갔다. 지난해 국내 최초의 AI 데이터센터 건립 사업이 울산에서 착수된 데 이어 최근 대한민국 대도약 메가프로젝트의 일환으로 2100조원 규모의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을 국내에 조성하는 계획도 발표했다. SK하이닉스의 성장에 집중됐던 시장의 관심이 자연스레 그룹 전체와 지주회사 SK㈜의 가치로 확산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최 회장이 진두지휘한 AI·반도체 중심의 사업재편이 핵심 자회사들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면서 SK㈜의 펀더멘털도 획기적으로 강화되고 있다”며 “SK하이닉스 ADR 상장을 계기로 SK그룹의 AI 성장 가치가 지주사 기업가치에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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