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Atlas)는 지난 5일 미국 뉴욕 뉴저지 스타디움에서 열린 브라질과 노르웨이의 FIFA 월드컵 2026(FIFA World Cup 2026) 16강전 하프타임에 등장했다. 세계적인 축구선수들의 골 세리머니를 재현한 뒤 공을 주심에게 전달했다.
관중이 본 장면은 짧았다. 준비 과정에는 전용 통신 채널 구축과 잔디 접촉 모델링, 야외 온도 대응, 실제 축구장 반복 훈련이 동원됐다. 연구실에서 구현한 움직임을 실제 현장에 옮기는 과정에는 로봇 동작 외에도 해결해야 할 변수가 많았다.
현대차그룹 로봇 전문 계열사 보스턴다이나믹스(Boston Dynamics)는 15일(현지시간) 아틀라스의 월드컵 하프타임 퍼포먼스 개발 과정을 담은 영상과 기술 블로그를 공개했다. 경기장에서 마주한 변수와 이를 해결한 훈련 과정, 향후 산업 현장에 적용할 기술적 과제를 함께 소개했다.
비하인드에서 부각된 부분은 로봇을 연구실 밖에 배치하는 과정이다. 수만 명의 관중이 밀집된 경기장에서는 기존 와이파이 통신의 안정성을 장담하기 어려웠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아틀라스 운용을 위한 전용 통신 채널을 구축했다.

강한 햇빛과 높은 야외 온도도 고려해야 했다. 실내에서 반복해온 동작이 장시간 햇빛에 노출된 경기장에서도 같은 수준으로 작동하도록 시스템과 제어 기능을 조정했다. 경기 당일 발생할 수 있는 돌발 상황을 가정해 통신과 동선을 점검하는 작업도 이어졌다.
잔디는 또 다른 변수였다. 아틀라스가 주로 훈련해온 실내 바닥은 접지 조건이 비교적 일정하지만 경기장 잔디는 구간마다 탄성과 마찰이 다르다. 발이 잔디에 걸리거나 미끄러지면 세리머니와 공 전달 동작 전체가 흐트러질 수 있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발과 잔디 표면의 상호작용을 학습 과정에 반영했다. 실제 잔디에서 움직임을 확인하기 위해 지역 공원의 축구장을 빌려 걷기와 달리기, 공 운반 훈련도 진행했다. 지면 상태와 온도, 통신 환경을 새로 반영한 뒤 실제 공간에서 검증하는 절차가 필요했다.
선수들의 세리머니를 자연스럽게 구현하는 과정에는 리타겟팅(Retargeting)과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 전신 제어 기술이 결합됐다. 사람의 움직임을 아틀라스의 신체 구조에 맞춰 재구성하고, 수천 개의 시뮬레이션을 병렬로 실행하며 동작을 익혔다.
전신 제어 기술은 방향을 바꾸거나 공을 전달할 때 균형을 유지하는 역할을 맡았다. 축구 동작은 걸음을 옮기면서 자세를 유지하고 공의 위치에 맞춰 팔과 상체를 조정해야 한다. 주변 조건이 달라지면 관절 전체가 변화에 맞춰 반응해야 한다.

아틀라스가 월드컵에서 해결해야 했던 과제도 여기에 있다. 통신 상태와 지면의 마찰이 달라지고 주변에 사람이 오가는 상황에서도 계획한 임무를 이어가야 했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밝고 시끄러우며 혼잡한 경기장에서 요구된 정밀성과 적응력이 예측하기 어려운 공장에서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세스 데이비스(Seth Davis) 보스턴다이나믹스 수석 프로그램 매니저는 "아틀라스를 개발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로봇이 사실상 어떤 일이든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었다"며 "로봇의 동작은 사람을 위해 로봇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미래에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를 직관적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보스턴다이나믹스가 월드컵에서 보여주려 한 것도 동작의 난도만은 아니었다. 로봇이 사람과 상호작용하고 낯선 환경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장면을 통해 향후 활용 범위를 대중에게 전달하는 목적이 함께 담겼다. 기술 시연과 산업적 가능성을 하나의 퍼포먼스 안에 배치한 것이다.
축구공을 운반하고 전달하는 동작과 자동차 부품을 다루는 작업은 목적이 다르다. 다만 이동 중 균형을 유지하고 물체의 위치에 맞춰 전신을 조정하며, 주변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는 기술적 조건은 겹친다. 월드컵 퍼포먼스가 산업 현장 활용 가능성과 연결되는 지점이다.
기술 블로그는 사족보행 로봇 스팟(Spot)의 상용화 경험도 소개했다. 스팟 고객이 원한 결과는 걷는 로봇보다 설비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검사 데이터였다. 이를 위해 특수 센서와 데이터 관리 소프트웨어, 고객 시설과의 통합이 필요했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통합 운영 소프트웨어 오빗(Orbit)을 통해 검사 데이터를 관리하고 스팟의 작업을 감독해왔다.

아틀라스도 공장에 투입되면 주변 시스템과 연결돼야 한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아틀라스가 공장 팀의 구성원으로 일하려면 창고관리시스템(Warehouse Management System, 이하 WMS)과 정보를 주고받고, 관리자에게 작업 내용과 진행 상태를 알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작업 중 오류가 발생하면 문제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월드컵 준비에서도 로봇과 주변 환경을 함께 관리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아틀라스의 동작과 함께 통신 채널과 지면 상태, 온도, 돌발 상황을 점검하고 현대차와 국제축구연맹(FIFA) 등 참여 주체가 필요로 하는 조건을 조율했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로봇을 통제된 환경에 가둔 채 개발하지 않기 위해 고객 현장이나 유사한 시설에서 테스트해왔다고 설명했다. 월드컵을 앞두고 지역 축구장을 찾은 것도 같은 개발 원칙에 따른 것이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2025년 미국 조지아 주 현대차 메타플랜트에서 아틀라스의 첫 현장 배치를 진행했다.
월드컵 퍼포먼스의 성공을 공장 상용화 성과로 곧장 환산할 수는 없다. 경기장에서는 정해진 시간과 동선에 맞춰 짧은 임무를 수행했다. 공장에서는 생산 속도에 맞춰 같은 작업을 오랫동안 반복하고, 부품 위치와 작업 순서가 달라져도 안정성을 유지해야 한다.
로봇이 멈췄을 때 작업을 다시 이어갈 수 있는지, 주변 작업자와 같은 공간에서 안전하게 움직일 수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배터리 운용과 정비 주기, 오류율, 작업자 개입 빈도, 비용 효율성은 실제 도입 단계에서 판단할 항목이다.

휴머노이드가 제조업에서 주목받는 배경에는 사람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작업 환경이 있다. 공장 통로와 작업대, 선반, 공구가 인간의 신체에 맞춰 설계돼 있어 사람과 비슷한 형태의 로봇은 기존 시설을 활용하기 쉽다. 여러 작업에 투입할 수 있는 유연성도 기대를 키운다.
반면 하나의 공정에 맞춘 전용 자동화 설비는 속도와 정밀도, 내구성에서 유리할 수 있다. 아틀라스가 제조 현장에서 자리를 잡으려면 다양한 동작을 수행하는 능력을 생산성과 비용으로 입증해야 한다. 화려한 움직임보다 반복 가동의 안정성이 중요한 이유다.
현대차그룹은 보스턴다이나믹스가 개발한 아틀라스를 실제 자동차 생산 환경에서 검증할 수 있는 제조 기반을 갖고 있다. 현장에서 쌓인 작업 시간과 오류, 사람의 개입 사례는 로봇 설계와 제어 기술을 보완하는 자료가 될 수 있다. 개발 주체와 수요처가 한 그룹 안에 있다는 구조는 현장 적용 과정에서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월드컵 무대는 연구실 밖에서 아틀라스가 해결해야 할 과제를 보여줬다. 잔디와 통신 환경에 대응한 경험은 공장에서 부품과 설비, 작업자, 생산계획의 변화에 적응하는 문제로 이어진다. 공을 안정적으로 건넨 장면 뒤에는 로봇과 현장을 연결하는 기술과 운영이 함께 있었다.
아틀라스 월드컵 비하인드가 드러낸 휴머노이드의 과제는 사람처럼 움직이는 능력을 실제 업무 성과로 바꾸는 데 있다. 낯선 환경에서 임무를 이어가고 주변 시스템과 작업 상태를 주고받으며 같은 작업을 안정적으로 반복해야 한다. 산업 경쟁력도 통신과 학습, 제어 기술을 제조 현장의 생산성으로 연결하는 과정에서 판가름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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