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탈모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둘러싼 정부 정책이 제동이 걸린 모습이다. 이번 논란은 탈모 치료 지원 여부를 넘어 제한된 건강보험 재정을 어디에 우선 배분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쟁으로 확산되고 있다.
탈모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은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공약으로 제시했던 정책이다. 이후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도 하반기 중점 추진 과제로 언급하면서 논의가 본격화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을 탈모 치료에 우선 투입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둘러싼 논란이 커졌고, 결국 복지부는 탈모 급여 확대를 주제로 한 토론회 추진을 중단했다.
특히 중증·희귀질환 환자들은 치료비 부담으로 치료 기회를 잃고 있는 현실에서 건강보험 재정은 생명과 직결된 분야에 우선 투입돼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암·희귀질환 등 중증질환 환자들이 치료제는 있지만 비용 부담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는 현실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탈모 치료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의 '우선순위'를 다시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은 이은영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이사와의 일문일답.
- 최근 정부가 '탈모치료제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주제로 한 국민참여 토론회를 취소했다. 이번 결정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국민 의견을 수렴하려 했던 취지 자체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번 논란을 계기로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의 우선순위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이뤄진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탈모 치료제 급여화 자체를 반대한 것이 아니라,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을 어디에 먼저 사용할 것인지가 더 중요한 문제라고 꾸준히 주장해 왔다. 앞으로 정부가 건강보험 재정의 우선순위를 생명과 직결된 중증·희귀질환 치료 중심으로 검토해 주기를 기대한다."
- 그렇다면 현재 건강보험 재정이 가장 먼저 투입돼야 할 분야는 무엇인지.
"가장 우선돼야 할 분야는 암과 희귀질환 등 중증질환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다.
현재도 허가된 신약이 있음에도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치료비를 감당하지 못해 치료를 포기하거나 미루는 환자들이 많다. 건강보험은 이러한 생명과 직결된 의료비 부담을 우선 줄이기 위해 존재하는 사회보험이다.
최근 건강보험공단 자료에서도 4대 중증질환과 암질환의 건강보험 보장률이 오히려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이라면 건강보험 재정은 중증질환 보장성 회복에 먼저 사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 탈모 역시 환자 개인에게는 심리적·사회적 고통을 유발하는 질환이라는 의견도 있다.
"충분히 공감한다. 탈모로 인해 심리적 위축이나 사회생활의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 고통을 가볍게 볼 이유도 없다.
다만 건강보험 급여 여부는 질환의 고통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의학적 필요성 △치료 효과 △비용효과성 △환자의 경제적 부담 △건강보험 재정 영향 △다른 질환과의 우선순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탈모 치료 지원이 필요하다면 건강보험이 아닌 별도의 사회정책이나 국고 지원 방식도 충분히 검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환자단체가 탈모치료제 급여화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핵심 이유는.
"핵심은 건강보험의 우선순위다.
건강보험은 모든 의료비를 지원하는 제도가 아니라 의료적 필요성이 높은 치료를 우선 보장하는 사회보험이다. 현재도 암과 희귀질환 환자들은 치료제가 있음에도 경제적 이유 때문에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아직 충분한 보장을 받지 못하는 중증질환 환자가 많은 만큼 이들에 대한 보장성 확대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환자단체의 입장이다."
- 중증·희귀질환 환자들이 현장에서 가장 크게 체감하는 어려움이 있다면.
"가장 큰 어려움은 치료제가 있는데도 비용 때문에 치료받지 못하는 현실이다.
대표적으로 소세포폐암 3차 치료제 '임델트라'는 효과가 입증됐지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들이 수천만 원의 치료비를 부담하고 있다. 실제 환자 가족은 치료를 이어가기 위해 국민동의청원을 진행하기도 했다.
희귀질환 환자들 역시 필요한 시술과 보조기기, 치료재료 상당수가 비급여인 경우가 많아 장기간 경제적 부담을 떠안고 있다. 질병과 싸우는 것만으로도 힘든 환자들이 치료비 부담까지 감당해야 하는 현실이다."
- 만약 탈모치료제 급여화가 추진된다면 건강보험 재정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지.
"정확한 재정 규모는 정부가 공개해야 할 부분이다.
다만 탈모는 대상 인구가 매우 많은 만큼 상당한 재정이 필요할 가능성이 있다. 건강보험 재정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새로운 급여가 확대되면 다른 분야의 재정 여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정부는 예상 재정 규모와 급여 대상, 본인부담률 등을 충분히 공개하고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 하며, 무엇보다 중증질환 보장성 확대에 미칠 영향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 환자단체가 생각하는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의 원칙은 무엇인가.
"첫째는 의료적 필요성이다. 둘째는 생명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 셋째는 환자의 경제적 부담과 치료 접근성, 넷째는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 가능성이다.
국민적 관심이나 정치적 이슈보다 환자의 생명과 치료 기회를 우선하는 것이 건강보험 제도의 기본 원칙이라고 생각한다."
-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암과 희귀질환 등 중증질환 환자들은 지금도 건강보험 적용을 기다리며 치료 기회를 잃고 있다. 신약이 허가돼도 건강보험 등재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그 사이 환자와 가족은 막대한 치료비를 감당하거나 치료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이번 논의를 계기로 정부가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의 우선순위를 다시 점검하고, 암·희귀질환 등 중증질환 환자들이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보장성 강화 정책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해 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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