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대신 쓴 레포트… 대학 연구가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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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사회 전반에 걸쳐 인공지능(AI)의 확산세가 매섭다. 이 가운데 가장 AI도입 체감이 빠른 곳은 다름 아닌 ‘교육’이다.  교육의 AI도입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여러 부작용들이 여기저기서 속출하고 있다. 특히 대학교에서의 부작용은 더욱 심각한 실정이다. /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경제, 사회 전반에 걸쳐 인공지능(AI)의 확산세가 매섭다. 이 가운데 가장 AI도입 체감이 빠른 곳은 다름 아닌 ‘교육’이다.  교육의 AI도입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여러 부작용들이 여기저기서 속출하고 있다. 특히 대학교에서의 부작용은 더욱 심각한 실정이다. /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경제, 사회 전반에 걸쳐 인공지능(AI)의 확산세가 매섭다. 이 가운데 가장 AI도입 체감이 빠른 곳은 다름 아닌 ‘교육’이다. 초·중·고등학교뿐만 아니라 대학교까지 AI를 사용하지 않는 학생이 없는 정도다. 특히 대학생들의 경우 레포트와 논문, 연구 등 모든 분야에서 AI사용량이 매우 많다.

이 같은 추세에 힘입어 관련 시장 규모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게 교육 분야 AI시장 규모는 114억달러 규모로 추정된다. 오는 2033년에는 5배 이상 성장한 572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도 25.9% 수준에 이른다.

그러나 교육의 AI도입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여러 부작용들이 여기저기서 속출하고 있다. 대학생들의 사고력 저하부터 부정행위, 무의미한 논문 작성까지 다양한 형태의 문제가 발생하면서 관련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 대학생 90%가 사용하는 AI, 직접 쓴 ‘보고서’가 없다

“최근 기말고사 실험보고서를 채점했는데 한숨이 나왔습니다. 형식 자체는 누가 봐도 학부생이 쓸 수 없는 수준의 구성의 보고서인데 내용은 여기저기 짜깁기한 것이 다 보였습니다.”

서울의 한 공과대학 교수는 기자에게 이 같이 토로했다. 최근 반도체 공정 관련 실험 수업 레포트를 채점하는 과정에서 AI 사용의 심각함을 느꼈다는 것이다.

기자가 해당 레포트들을 전달 받아 읽어본 결과, 수업에서 나온 적이 없는 개념이 등장했다. 상투적인 문구, 박사 논문에서나 나올 법한 표현들, 일반 학부생 2~3학년, 그것도 단순 실험 레포트에서 종종 보였다. 뿐만 아니라 모든 레포트들의 구조가 거의 비슷비슷했다.

A교수는 “레포트들을 ‘카피킬러’ 등 여러 툴을 사용해 표절 및 AI사용 여부 검사를 진행한 결과, 모든 학생들이 AI로 작성했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어떤 학생은 심지어 프롬프트 입력 과정에서 등장한 오타조차 고치지 않고 제출해 문제가 심각하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A교수의 지적처럼 실제 대학생들의 AI사용빈도는 매우 높다. 실제로 아프리카 응용경제정책연구센터(ACAEP) 연구진이 109개국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전 세계 대학생의 70% 이상이 ‘챗GPT’를 과제 및 학습에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IT인프라가 발달된 우리나라의 경우 대학생들의 AI사용 비율이 높았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의 설문에 따르면 전체 대학생 설문조사 참여자의 91.7%가 과제, 프로젝트 등에 AI를 활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AI의 지나친 사용은 학습 성과, 사고력, 연구 능력을 크게 저하시킨다. 특히 전문가들은 AI에 대한 학습 의존도가 높아질 경우, 비판적 사고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AI의 지나친 사용은 학습 성과, 사고력, 연구 능력을 크게 저하시킨다. 특히 전문가들은 AI에 대한 학습 의존도가 높아질 경우, 비판적 사고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 대학생의 AI의존도, ‘두뇌 체력’을 떨어뜨린다

실제 AI의 지나친 사용은 학습 성과, 사고력, 연구 능력을 크게 저하시킨다. 특히 전문가들은 AI에 대한 학습 의존도가 높아질 경우, 비판적 사고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단순 학습이 아닌 연구와 실험 등 고도의 사고 능력이 필요한 대학교에서 AI사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 우한대 연구팀은 580명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을 조산한 결과, AI의존도가 높을수록 비판적 사고 능력이 크게 저하됨을 확인했다. 가장 큰 문제는 ‘인지적 피로’였다. 이는 과도한 정보처리, 정신적 작업으로 뇌의 피로가 커져 주의력, 기억력, 사고력 등 인지 기능이 저하된 상태다. 즉, AI에게 자신의 사고력을 맡기는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인지적 피로에 약해져 생각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우한대 연구진은 “AI의존도가 높을 경우 대학생들의 인지적 피로를 증폭시키는 효과가 있었다”며 “AI의존도와 비판적 사고 사이에 강력한 부정적 상관관계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부정행위’도 교육 분야 AI의 새로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지난 5월엔 토익(TOEIC) 시험장에서 AI스마트안경을 착용한 부정행위자 2명이 적발되기도 했다. 대학시험의 경우 감독관이 토익이나 수능보다 약할 수밖에 없다. 즉, 대학 조교와 교수의 눈만 속인다면 훨씬 손쉽게 부정행위를 저지를 수도 있는 것이다.

다코타 주립대학교 연구진 역시 최근 발표한 연구에서 “생성형 AI는 교육 참여도와 효율성을 향상시킬 수 있지만 학업 부정행위의 상당한 위험도 내포하고 있다”며 “자연어 프롬프트에서 정교한 코드를 생성, 학생들의 과도한 의존과 잠재적 학업 부정행위에 대한 우려를 높인다”고 지적했다.

각 대학에서는 학습, 연구 등 활용에 필요한 AI관련 규정들을 서둘러 마련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가 있다. 지난달 30일 KAIST는 ‘대학연구자를 위한 생성형 AI 연구윤리 가이드’를 발표했다. /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각 대학에서는 학습, 연구 등 활용에 필요한 AI관련 규정들을 서둘러 마련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가 있다. 지난달 30일 KAIST는 ‘대학연구자를 위한 생성형 AI 연구윤리 가이드’를 발표했다. /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 KAIST 등 주요 대학, AI사용 가이드라인 확보 분주

물론 AI는 대학생들의 교육, 연구 등에 있어 매우 효과적인 도구가 될 수 있다. 하버드 물리학과 연구팀은 지난해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관련 연구를 게재했다. AI기반 튜터를 학습에 사용할 경우, 기존 학습 대비 더 짧은 시간 안에 더 많은 내용을 습득할 수 있었다.

이에 각 대학에서는 학습, 연구 등 활용에 필요한 AI관련 규정들을 서둘러 마련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가 있다. 지난달 30일 KAIST는 ‘대학연구자를 위한 생성형 AI 연구윤리 가이드’를 발표했다.

해당 가이드라인에서 KAIST는 ‘생성형 AI 활용을 위한 책임 있는 연구 수행 10가지 준칙’ 등의 내용을 담았다. 세부적으로는 ‘AI는 연구 책임 주체가 될 수 없음’, ‘AI사용의 최종 책임은 연구자가 진다’, ‘AI의 정보는 반드시 검증하라’, ‘AI의 해석을 그대로 믿지 말고 반드시 직접 판단하라’ 등 수칙이 담겼다.

KAIST는 “최근 생성형 AI 기술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연구 전반에 걸쳐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새로운 연구윤리 이슈도 함께 제기되고 있어 실제 대학 연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생성형 AI 활용의 위험 요인과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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