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낙태약 ‘미프진’ 도입 촉구… 정치권, 낙태 논쟁 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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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은 14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낙태 허용 범위 논쟁이 안 끝나면서 이걸(미프진을) 허용하지 않다 보니, 현실적으로 (약이) 필요한 여성들이 해외 직구를 통해 복용해 사고가 난다”며 “이렇게 방치하는 게 옳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은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업무보고에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은 14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낙태 허용 범위 논쟁이 안 끝나면서 이걸(미프진을) 허용하지 않다 보니, 현실적으로 (약이) 필요한 여성들이 해외 직구를 통해 복용해 사고가 난다”며 “이렇게 방치하는 게 옳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은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업무보고에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 뉴시스

시사위크=김윤혁 기자  낙태죄 폐지 이후 답보 상태였던 낙태약 도입 논의가 다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임신중절 약물인 ‘미프진’의 신속한 국내 도입 필요성을 직접 언급하면서다. 이에 범진보 진영은 ‘여성 건강권 보호를 위한 큰 걸음’이라며 일제히 환영한 반면, 보수 진영과 일부 의료계는 ‘국가의 생명 수호 의무 포기’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 이재명 대통령, 법 개정 전 미프진 도입 검토 지시

이재명 대통령은 14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낙태 허용 범위 논쟁이 안 끝나면서 이걸(미프진을) 허용하지 않다 보니, 현실적으로 (약이) 필요한 여성들이 해외 직구를 통해 복용해 사고가 난다”며 “이렇게 방치하는 게 옳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수술에 의존하거나 비공식 경로를 통해 임신중절 약물을 구해야 하는 현실이 여성의 건강권을 위협하고 있다는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미프진은 1988년 프랑스에서 처음 승인된 임신중절 약물로, 정식 명칭은 ‘미프지미소’다. 임신 초기에 복용하면 통증과 함께 임신 산물을 배출해 수술 없이도 임신 중지가 가능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05년 미프진을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했으며, 현재 미국·영국·일본 등 100여 개 국가에서 합법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상황이 다르다. 2019년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2021년부터 관련 조항이 효력을 잃었지만 후속 입법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임신중절 약물과 관련한 명확한 법적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미프진의 품목허가를 미뤄왔고, 그 결과 국내에서는 지금까지 미프진의 정식 처방·유통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통령의 발언에 범진보 진영은 한목소리로 반가움을 표했다. 진보당 이미선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안전한 임신중지는 누구나 누려야 할 기본 인권이자 필수 의료 서비스”라며 “법 개정 전이라도 현재 할 수 있는 행정 절차를 밟아 미프진 품목허가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은 2022년 4월 10일 여성단체와 보건단체 등 낙태죄 폐지 1년 4.10 공동행동이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집회를 개최한 모습. / 뉴시스
대통령의 발언에 범진보 진영은 한목소리로 반가움을 표했다. 진보당 이미선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안전한 임신중지는 누구나 누려야 할 기본 인권이자 필수 의료 서비스”라며 “법 개정 전이라도 현재 할 수 있는 행정 절차를 밟아 미프진 품목허가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은 2022년 4월 10일 여성단체와 보건단체 등 낙태죄 폐지 1년 4.10 공동행동이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집회를 개최한 모습. / 뉴시스

문제는 그 사이 불법으로 미프진을 구해 복용하는 오남용 사례가 확대됐다는 것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5월까지 적발된 임신중절 의약품의 온라인 불법 판매 및 알선·광고 건수는 총 3,189 건에 달한다. 적발되지 않은 사례까지 고려한 실제 유통 규모는 이보다 클 것으로 추정된다. 유통 경로도 자체 쇼핑몰과 해외 직구, SNS를 통한 거래 등으로 다양해지는 추세다.

이러한 배경에서 이 대통령은 “법 밖에 방치하면 정부는 책임을 모면하겠지만 국민들은 위험에 빠지는 것”이라며 정부 차원의 제도적 보완을 주문했다. 그러면서 “(임신 주수를) ‘몇 주로 할 거냐’ 이거 하다가 임기 끝날 것 같다”며 “법으로 정하는 게 절대 진리는 아닌 것 같다. 의사의 양심과 재량에 맡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입법 이전이라도 의사의 전문적 판단에 따라 미프진 처방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자는 것이다.

◇ “여성 건강권 보호 큰 걸음” VS “낙태 부추기는 졸속 꼼수 도입”

대통령의 발언에 범진보 진영은 한목소리로 반가움을 표했다. 진보당 이미선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안전한 임신중지는 누구나 누려야 할 기본 인권이자 필수 의료 서비스”라며 “법 개정 전이라도 현재 할 수 있는 행정 절차를 밟아 미프진 품목허가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 박용진 부위원장도 SNS를 통해 “이것은 낙태 찬반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건강권을 지키는 정부의 책임 문제”라며 “국민 건강권 보장을 향한 이재명 정부의 큰 걸음에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반발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국민의힘 윤용근 의원은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태아의 생명을 책임져야 할 국가의 생명 수호 의무를 포기하겠다는 몰상식한 직무유기 행태”라며 “(이 대통령의) 졸속 약물 낙태 허용 시도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이어 낙태약 도입에 앞서 안전성에 대한 객관적 검증을 실시하고, 국회 입법과 사회적 논의를 통한 법적 기준 마련이 우선시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용근 의원은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태아의 생명을 책임져야 할 국가의 생명 수호 의무를 포기하겠다는 몰상식한 직무유기 행태”라며 “(이 대통령의) 졸속 약물 낙태 허용 시도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 윤용근 의원실
국민의힘 윤용근 의원은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태아의 생명을 책임져야 할 국가의 생명 수호 의무를 포기하겠다는 몰상식한 직무유기 행태”라며 “(이 대통령의) 졸속 약물 낙태 허용 시도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 윤용근 의원실

의료계의 우려도 만만치 않다. 이화여자대학교 서울병원 장지영 교수는 “낙태약은 단순 의약품이 아니라 정확한 진단과 응급의료 대응, 사후관리 체계를 전제로 하는 의료 행위”라며 “법치주의와 의료체계에 큰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역시 성명문을 내고 “해외 직구 방치를 방지한다는 실용주의적 핑계를 대며 졸속 정책을 내놓은 것은 여성의 건강권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매우 위험한 시도”라며 도입 검토 지시 철회를 촉구했다.

사실 낙태약 도입 논의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손솔 진보당 의원은 지난 3월 9일 약물 투여 등을 통한 임신중절 허용과 임신중절 관련 의료 서비스에 건강보험 적용 등을 골자로 하는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현행 모자보건법이 임신중지 방법을 사실상 수술로 한정하고 있는 만큼, 비공식 경로를 통한 약물 복용과 그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자는 취지다. 해당 법안은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한편 미프진 도입 가능성이 거론되자 관련 기업의 주가가 급등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지난 2024년 식약처에 미프진 품목허가를 신청한 현대약품은 이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14일 상한가로 마감했고, 15일에도 상승세 속 거래를 마쳤다. 이와 관련해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건약)는 논평을 내고 “임신중지약물 도입이 특정 기업의 특혜가 되지 않도록, 부담 가능한 적정한 가격에 도입돼야 한다”며 “이를 통제하기 위한 방법이자 건강보장의 차원에서 건강보험 적용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의 이번 발언을 계기로 낙태약 도입 논의는 다시 속도를 낼 전망이다. 다만 이는 법률적 문제를 넘어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린 사안인 만큼, 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책임 있는 입법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전날 한성숙 국무총리가 해당 문제에 대해 관련 부처 간 협의를 거쳐 국무회의에서 다시 논의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정부와 국회가 이번 논의를 계기로 장기간 이어진 입법 공백을 메울 해법을 마련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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