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두완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체포방해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징역 7년을 확정했다. 1심이 공수처 수사와 체포영장 집행의 적법성을 인정하고 징역 5년을 선고한 데 이어, 2심은 법치주의와 헌법상 절차 위반의 책임을 더욱 무겁게 평가해 징역 7년으로 형량을 높였다. 대법원은 사실관계를 다시 판단하기보다 공수처 수사권과 대통령 불소추특권, 형사소송법 제110조(군사상 비밀과 압수) 해석 등 핵심 법률 쟁점을 중심으로 원심의 법리 판단을 최종 확인했다.
◇ 불소추특권·공수처 수사권 논란 종지부
대법원 3부(재판장 이흥구 대법관, 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9일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상고심에서 피고인과 특별검사 양측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의 징역 7년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이번 사건의 핵심 법률 쟁점을 두 가지로 압축했다. 첫 번째는 공수처의 수사 절차가 적법했는지 여부와 두 번째는 대통령 관저에 대한 체포·수색영장 집행이 형사소송법 제110조를 위반했는지 여부였다. 나머지 △국무위원 심의권 침해 △허위 계엄 선포문 작성·폐기 △허위 공보 △비화폰 통화기록 삭제 지시 △체포영장 집행 방해 등은 대부분 사실인정에 관한 문제로 보고 원심 판단에 법리 오해가 없다고 판단했다.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헌법 제84조 해석이다. 대법원은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은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제한하는 규정일 뿐 수사 자체까지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대통령의 직무 수행이나 국가원수로서의 권위 확보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범위에서는 사건 접수와 증거 수집·보전 등 기본적인 수사 절차는 가능하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이는 그동안 윤 전 대통령 측이 지속적으로 주장해 온 “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 자체가 위법하다”는 논리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대법원은 공수처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해 수사를 개시한 것이 대통령의 직무 수행이나 국가원수의 권위 확보를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공수처 수사권을 둘러싼 논란도 이번 판결로 정리됐다. 윤 전 대통령 측은 공수처법상 내란죄는 수사 대상이 아니므로 관련 수사 역시 위법하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대법원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는 공수처의 본래 수사 대상이고 수사 과정에서 직접 관련성이 있는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인지한 이상 관련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특히 대법원은 공수처법상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범죄는 별도의 인지보고서 작성 등 형식적인 절차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수사 과정에서 구체적인 범죄 혐의를 알게 된 경우를 포함한다고 해석했다. 또한 내란 우두머리 혐의와 직권남용 혐의는 사실관계와 증거가 상당 부분 중첩되는 직접 관련 범죄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 때문에 공수처가 직권남용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내란 혐의를 함께 수사한 절차에는 위법이 없다고 최종 판단했다.
대통령 관저에 대한 체포·수색영장 집행의 적법성도 다시 한번 확인됐다. 대법원은 형사소송법 제110조가 군사상 비밀이 요구되는 장소의 압수수색과 관련해 책임자의 승낙을 규정하고 있지만, 승낙 거부는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허용된다고 판단했다. 여기서 말하는 국가의 중대한 이익은 △국가안전보장 △국방 △통일 △외교 △헌법적 기본질서 유지 등 국가 기능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경우를 의미하며, 단순한 군사상 비밀이나 추상적인 비공개 필요성만으로는 승낙 거부 사유가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책임자가 승낙을 거부하려면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칠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사유를 제시해야 하며 이를 충족하지 못한 승낙 거부는 적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대통령경호처의 승낙 거부에도 불구하고 체포·수색영장 집행은 적법한 공무집행이었고 이를 물리적으로 저지한 행위 역시 특수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봤다.
윤 전 대통령 측 법률대리인단은 판결 직후 입장문을 내고 대법원이 헌법 제84조상 대통령의 불소추특권과 공수처 수사권, 형사소송법 제110조 해석 등 국가 권력 구조와 기본권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헌법적 쟁점을 충분히 심리하지 않은 채 상고를 기각했다고 반발했다. 특히 이 사건은 기존 대법원 및 전원합의체 판례와 충돌하는 법리 문제가 있는 만큼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심도 있는 판단이 이뤄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 인정, 군사상 비밀장소에 대한 영장 집행 기준, 국무위원 심의권 침해와 외신 공보에 대한 직권남용죄 적용 등 원심 법리에도 문제가 있다고 거듭 지적했다. 법률대리인단은 이번 판결이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재판소원 등 헌법재판 절차를 통해 위헌성을 다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1심과 2심이 제시한 법리를 대부분 유지하면서 헌법과 형사소송법 해석의 기준을 최종 확정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1심은 공수처 수사권과 체포영장 집행 절차의 적법성을 중심으로 판단했고, 2심은 이를 토대로 대통령의 권한 행사 역시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를 벗어날 수 없다는 법치주의 원칙을 강조했다. 대법원은 여기에 대통령 불소추특권의 범위와 공수처 수사권, 형사소송법 제110조 해석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향후 유사 사건에서 적용될 법리 기준을 명확히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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