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이스토리5', 냉소주의의 허무에 맞선 장난감들의 뜨거운 연대기[곽명동의 씨네톡]

마이데일리
'토이스토리5'./디즈니 픽사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영화 ‘토이 스토리’ 시리즈의 핵심 서사는 ‘냉소와 무력감에 맞서 싸운 거대한 투쟁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픽사는 장난감이라는 존재가 가진 숙명론적 한계, 즉 인간의 변심과 폐기라는 두려움을 정면으로 다루면서도 냉소주의에 빠지지 않고 언제나 운명에 맞서는 이야기를 담아냈다. 1편의 버즈 라이트이어는 자신이 우주 전사가 아니라 대량 생산된 플라스틱 인형이라는 차가운 현실을 깨달았을 때 깊은 무력감에 빠진다. 이때 우디는 "앤디에게 너는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특별한 장난감"이라고 위로하며 버즈를 다시 일으켜 세운다.

2편의 제시는 주인 에밀리가 성장하면서 자신을 외면하고 기부 상자에 버렸던 아픈 기억이 있다. 이 상처로 인해 제시는 아이들은 결국 모두 떠나고 사랑은 오래가지 않으며, 다시 사랑받는 것은 또다시 상처받는 일일 뿐이라며 마음을 닫아버린다. 급기야 "어차피 버려질 바엔 박물관의 박제가 되겠다"며 새로운 관계를 거부하기에 이른다. 이에 우디는 "언젠가는 앤디도 나를 떠나겠지. 그래도 그와 함께하는 시간은 그만한 가치가 있다"며 제시를 설득한다. 우디는 상처를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끝이 있다는 이유로 사랑 자체를 포기할 필요는 없다는 실존적 관점을 제시하며 냉소의 벽을 깬다.

'토이스토리5'./디즈니 픽사

3편에서 탁아소의 독재자로 군림하는 랏소는 주인에게 버림받은 상처를 겪은 후, "장난감은 결국 쓰레기일 뿐"이라는 극단적인 냉소주의자로 타락한 캐릭터다. 우디와 친구들은 소각장이라는 종말의 문턱 앞에서도 서로의 손을 맞잡는 '연대'로 냉소를 이겨낸다. 소각장의 거대한 불길 앞에서 장난감들은 더 이상 도망칠 방법이 없는 상황에 처하면서도 끝까지 서로의 손을 놓지 않는다. 이들이 보여준 희망은 반드시 살아남을 수 있다는 낙관적 믿음이 아니라, 결과를 확신할 수 없어도 마지막 순간까지 곁에 있는 이를 책임지겠다는 태도에 가깝다. 랏소가 친구들을 배신하고 혼자 탈출하는 냉정함을 보일 때도, 그들은 잡은 손의 온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4편의 포키는 쓰레기통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깎아내렸고, 개비개비 역시 소리 상자가 고장 난 불량품이라는 이유로 사랑받을 기회조차 박탈당했다며 비뚤어져 있었다. 우디는 포키에게 “보니가 널 사랑한다”며 존재의 의미를 알려주었고, 개비개비에게는 과거의 상처가 미래의 사랑을 결정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냉소가 과거의 상처가 만들어 낸 방어적 결론이라면, 희망은 새로운 관계 속에서 다시 배워가는 주체적인 삶의 방식이다. 여기서 우디는 단순한 리더를 넘어, 상처 때문에 삶의 가치를 포기하려는 존재들에게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도록 이끄는 위대한 안내자로 활약했다.

이처럼 상처받은 이들을 구원해 온 우디는 4편의 마지막에 이르러 보와 함께 ‘유목민의 삶’을 실천하기 위해 떠나며 자신의 상징인 보안관 배지를 제시에게 건네준다. 그리고 이어지는 5편에서 과거의 상처를 완벽하게 지워내지 못했던 제시는 태블릿 '릴리패드'의 등장으로 다시금 과거의 아픈 기억을 마주한다. 그러나 2편에서 "버려질 것이니 사랑하지 말자"며 고립을 택했던 제시는 5편에 이르러 "그럼에도 관계는 여전히 만들 가치가 있다"는 진취적인 세계관을 받아들인다. 냉소적 세계관을 탈피한 제시의 당당한 발걸음은 차갑게 식어가는 현대사회에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는다. ‘토이 스토리’ 시리즈는 냉소주의의 허무에 맞서 지금 이 순간 사랑하고 연대하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라는 진리를 일깨우는 실존주의 철학의 교과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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