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최주연 기자] SK하이닉스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나스닥 상장 신고서 수정본을 통해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던진 메시지를 분명히 했다. 단순 메모리 제조업체가 아니라 인공지능(AI) 시대 핵심 인프라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의 절대 강자라는 점이다.
1일 미국 SEC 전자공시시스템(EDGAR)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최근 유상증자를 위한 등록신청서(Form F-1) 수정본(Amendment No.1)을 제출했다.
통상 최초 제출하는 F-1 서류에는 상장 거래소나 자금 사용처, 공모 조건 등 민감한 사항을 공란으로 남겨두는 경우가 많다. 이번 수정본 제출은 SEC 피드백 반영과 함께 상장 구조와 투자 스토리가 상당 부분 구체화됐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공시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미국 기술주 중심 시장인 나스닥 가운데서도 상장 요건이 가장 엄격한 '나스닥 글로벌 셀렉트 마켓' 상장을 추진한다. 거래 심볼은 'SKHY'로 결정됐다.
상장 시점은 "등록 효력 발생 후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As soon as practicable)"로 명시됐다. 시장에서 거론되던 특정 일정 대신 SEC 심사와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결과 등을 반영해 최종 시점을 조율하겠다는 의미다.
또 공모 이후 주가 안정을 위해 회사와 일부 계열사는 90일간의 보호예수(락업) 약정을 체결하기로 했다.
◇ 미국 투자자들에게 내세운 첫 문장은 'HBM 1위'
이번 신고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SK하이닉스가 스스로를 정의한 방식이다. SK하이닉스는 시장조사업체 IDC 자료를 인용해 올해 1분기 기준 글로벌 HBM 시장에서 매출 기준 56.4% 점유율로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반 D램 시장 점유율은 29.1%,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은 18.5%로 각각 글로벌 2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AI 서버 투자 확대와 함께 HBM 수요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단순 메모리 업체가 아니라 AI 인프라 핵심 공급업체라는 점을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설명한 셈이다.
◇ 미국서 조달한 자금, EUV 투자로
그동안 단순 설비투자로 알려졌던 자금 사용처 역시 보다 구체적으로 공개됐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국내 생산시설 확대와 첨단 패키징 설비 투자 등 자본적 지출(CAPEX)에 활용할 계획이다.
특히 차세대 메모리 생산 경쟁력 확보를 위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확보에 상당 부분을 투입한다.
회사는 약 11조9000억원 규모의 EUV 스캐너 구매 자금을 집행할 계획이며, 해당 장비는 오는 2027년 말까지 순차적으로 납품받을 예정이다.
결국 미국 투자자들에게 AI 메모리 시장 지배력이라는 성장 스토리를 제시해 확보한 자금이 다시 HBM 생산능력 확대와 차세대 공정 투자로 이어지는 구조다.
◇ 성장 스토리와 함께 리스크도 공개
글로벌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공모인 만큼 잠재적 위험요인도 상세히 기재됐다. SK하이닉스는 빅테크 기업들의 AI 인프라 투자 둔화 가능성과 HBM 공급 부족 시 고객사 배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적·정치적 리스크를 주요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또 미·중 갈등 심화에 따른 중국 우시 D램 공장과 다롄 낸드 공장의 공급망 불확실성 역시 투자자가 고려해야 할 위험 요소로 제시했다.
SK하이닉스는 향후 SEC 심사 결과와 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종 공모가와 발행 주식 수를 확정할 계획이다. 현재 공모 규모는 최대 1779만주 수준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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