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경제] 소상공인들의 폐업 규모라는 차가운 수치 뒤에 가려진 구체적인 애로사항과 경제적 속사정이 정부의 입체적인 통계 분석을 통해 확인됐다. 중소벤처기업부는 국세청의 지난해 '폐업자 현황'을 토대로 한 정량통계와 폐업 소상공인 1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설문조사인 정성통계를 융합 분석한 결과를 지난 30일 발표했다. 이번 발표는 단순한 현황 파악을 넘어 폐업 소상공인의 실질적인 위기 요인을 진단하고 맞춤형 재기 지원 정책을 수립하기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된다.
정량통계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총 폐업 사업자 수는 97만6000개로 전년인 2024년 100만8000개와 비교해 3만2000개 감소했다. 전체 폐업률 역시 8.64%를 기록해 전년 대비 0.40%포인트 하락하며 전반적인 지표는 소폭 개선됐다. 그러나 제조업, 도매업, 소매업, 음식업, 숙박업, 서비스업을 포함한 소상공인 주요 6대 업종의 폐업 사업자 수는 75만1000개사에 달했고 폐업률은 전체 평균을 크게 웃도는 11.08%로 나타나 폐업의 충격이 서민 골목상권에 집중되고 있음이 확인됐다.
매출 부진에 따른 비자발적 폐업 심화…고연령층 부채 부담 가중
업종별로는 비대면 통신판매업이 다수 포함된 소매업의 폐업률이 15.40%로 가장 높았고 음식업이 15.14%로 그 뒤를 바짝 쫓았다. 폐업 사유를 살펴보면 '사업부진'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의 50.4%로 매년 상승세를 보였으며, 소상공인 6대 업종의 경우 55.7%까지 치솟아 한계를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는 비자발적 폐업이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과거에 비해 3년 미만의 단기 폐업은 줄어든 반면 3~10년 차 폐업 비중이 35.5%로 상승해, 일정 기간 사업 기반을 다진 업체들마저 내수 부진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정성통계에서는 폐업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수익성 악화 및 매출 부진'(70.9%)이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세부 이유로는 내수 부진에 따른 고객 감소(62.5%)와 물가 상승으로 인한 원재료비 부담(29.4%) 등이 꼽혔다. 소상공인들은 대개 정상 매출의 40% 이상이 감소한 심각한 위기 단계에 이르러서야 폐업을 결심하는 경향을 보였다. 폐업 결심 당시 소상공인의 68.5%가 빚을 안고 있었으며 평균 부채 금액은 8531만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60대 이상의 평균 부채는 9897만원에 달해 연령층이 높을수록 부채의 무게가 더 무거웠다.
폐업 단계선 대출 상환, 폐업 후엔 가계 생계비 부족이 최대 고충
소상공인들이 폐업을 결심한 후 실제 사업자등록을 말소하기까지는 평균 7.7개월이 소요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점포를 넘길 새로운 인수자를 찾거나 대출금을 상환하는 문제 등으로 시일이 걸렸다. 이들이 폐업 절차를 밟을 때 직면하는 가장 큰 고충은 대출금 상환(45.5%)이었으며, 폐업에 들어가는 비용은 평균 1286만원으로 이 중 철거 및 원상회복을 위한 점포정리 비용이 559만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정리 이후의 삶도 팍팍했다. 폐업 후 맞닥뜨리는 최대 애로사항으로는 가계 생계비 부족(40.5%)과 채무로 인한 경제활동 곤란(22.1%)이 꼽혔으며, 주된 생계수단은 보유 재산 충당(33.8%)이나 가족의 도움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울러 향후 행보에 대해서는 다시 가게를 여는 재창업(26.9%)보다는 안정적인 급여를 받을 수 있는 취업(41.4%)을 훨씬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기부, 단계별 맞춤형 안전망 강화 및 현장 상담회 개최
중기부는 소상공인이 폐업 절벽에서 무너지지 않도록 지난 2025년 10월 발표한 「소상공인 회복 및 재기 지원방안」을 바탕으로 단계별 맞춤형 지원 체계를 전방위로 가동하고 있다. 우선 경영위기 단계에서는 매출과 채무 데이터를 활용한 모니터링을 통해 위기 징후를 조기에 포착하고 시중은행과 협력해 알림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폐업 단계에서는 가장 이용률이 높은 '희망리턴패키지'를 통해 지원체계를 다지며, 점포철거비 지원 한도를 기존 400만원에서 최대 600만원으로 상향해 평균 폐업 비용의 절반가량을 보전해 주고 있다. 또한 정책자금의 분할 상환 전환, 부실채권 소각, 취업 전직 장려수당 등 재창업과 취업을 돕는 프로그램도 연계 운영 중이다.
정부는 정책의 실효성을 더욱 높이기 위해 오는 9월 중 국가데이터처와 공동으로 폐업 소상공인의 실제 재기 경로(취업 처의 소득 및 고용형태, 재창업 업종 등)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추가 발표할 계획이다. 더 나아가 오는 2027년부터는 정량·정성·재기경로 데이터를 종합한 '폐업 현황·실태 통계'를 매년 7월 초 정기적으로 통합 발표하는 행정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최원영 중기부 소상공인정책실장은 "단 한 번의 실패가 소상공인의 삶을 송두리째 무너뜨리지 않도록 정부가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데이터 기반의 촘촘한 행정을 통해 위기 진단부터 안정적인 재기까지 빈틈없는 안전망을 완성하겠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현장 접점을 넓히기 위해 소상공인들이 온라인을 넘어 대면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올해 하반기 중 주요 지역별 온·오프라인 상담회를 순차적으로 개최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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