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최주연 기자] 미래에셋증권이 역대 최대 규모인 3000억원 자사주 취득·소각을 결정한 데 이어 시장의 시선은 다음 카드로 향하고 있다. 상법 개정으로 자기주식 소각 의무가 강화되면서 과거 합병 과정에서 취득한 약 1억주의 합병 자사주 처리 방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기업여신 확대 등으로 고위험자산이 13조원에 달하지만 자기자본 10조원을 웃도는 업계 최고 수준의 자본력이 대규모 주주환원의 배경으로 꼽힌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현재 합병 자사주 약 1억주와 일반 자사주 약 2000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 취득을 결정한 3000억원 규모 자사주까지 포함하면 전체 보유 자사주는 약 1억3000만주 수준으로 늘어난다. 다시 말해 향후 소각 대상이 될 수 있는 자사주 물량이 약 1억3000만주에 이르는 셈이다.
◇ '잠자던 1억주' 깨우나…상법 개정이 바꾼 자사주 전략
업계에서는 미래에셋증권이 이 가운데 합병 자사주 대부분을 소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물량은 과거 KDB대우증권과의 합병 과정에서 회사가 보유하게 된 자기주식으로, 보통주 기준 약 19%에 해당한다. 실제 소각이 이뤄질 경우 국내 증권업계에서도 역대 최대 수준의 주주환원 사례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합병 자사주 소각이 주목받는 이유는 일반 자사주보다 자본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합병 과정에서 취득한 자기주식을 소각하면 회계상 이연법인세자산이 감소해 자기자본이 줄어들 수 있다. 자본적정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충분한 자본 여력을 갖춘 회사만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카드로 꼽힌다. 이런 이유로 합병 자사주는 그동안 사실상 '잠자던 주식'으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 상법 개정으로 기업들의 판단도 달라지고 있다. 개정 상법은 회사가 취득한 자기주식을 원칙적으로 취득일부터 1년 이내 소각하도록 했다. 법 시행 이전부터 보유한 자기주식에는 1년 6개월의 경과규정이 적용된다. 이에 따라 미래에셋증권이 보유한 합병 자사주도 소각 대상에 포함되면서 시장에서는 합병 자사주 소각 논의에도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고위험자산 13조에도 '이상 무'…10조 자본이 버팀목
시장에서는 미래에셋증권이 이 같은 대규모 주주환원을 추진할 수 있는 배경으로 탄탄한 자본력을 꼽는다.
최근 신용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3월 말 기준 약 13조원 규모의 고위험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기업여신과 대출·출자약정 확대 등으로 총위험액은 증가했지만, 실적 개선에 따른 이익 유보와 총 61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 등을 통해 자본을 지속적으로 확충했다.
실제로 미래에셋증권의 자기자본은 10조4139억원으로 업계 최상위권이다. 순자본비율은 3534.3%로 주요 증권사 평균(2202.3%)을 크게 웃돌고, 수정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은 177.4%를 기록하며 자본적정성도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자본시장 변동성 확대와 해외 대체투자 손실, 주주환원 확대에 따른 자본관리 부담이 존재한다"면서도 "실적 개선에 기반한 자본 축적이 이어지고 있어 자본적정성은 양호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앞서 보통주 2000억원, 1우선주 100억원, 2우선주 900억원 등 총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해 전량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창사 이후 최대 규모다. 회사는 이번 자사주 취득이 실적 대비 저평가된 주가를 정상화하고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증권 주가는 지난 5월 6일 장중 8만7800원까지 상승한 뒤 조정을 거쳐 26일 장중 3만8750원까지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단기간 주가가 절반 이상 하락한 상황에서 회사가 역대 최대 규모의 자사주 취득·소각을 결정한 것은 저평가 해소와 주주가치 제고 의지를 시장에 보여주기 위한 신호라는 해석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최근 스페이스X 공모주 배정 무산 이후 흔들린 투자심리 속에서 미래에셋증권이 대규모 자사주 소각과 합병 자사주 소각 검토를 잇달아 내놓은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투자심리 회복과 주주환원 의지를 시장에 보여주기 위한 행보로 해석하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스페이스X 공모주 배정 무산으로 단기적으로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역대 최대 자사주 소각과 합병 자사주 소각 검토를 통해 '주주가치에는 흔들림이 없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전달하려는 성격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이번 공모주 배정 무산과 관련해 금전적 보상 방안에 대한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회사 측은 “검토 중”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 최대주주도 91만주 장내매수…박현주 회장 간접 지배력도 커지나
주주환원과 함께 최대주주의 지분 확대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공시에 따르면 최대주주인 미래에셋캐피탈은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사흘간 장내에서 미래에셋증권 보통주 91만5572주를 추가 매수했다. 이에 따라 미래에셋캐피탈의 보통주 지분율은 33.92%에서 34.08%로 높아졌으며,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전체 지분율도 27.60%에서 27.73%로 상승했다.

미래에셋증권의 최대주주는 미래에셋캐피탈이다. 미래에셋캐피탈의 최대주주는 지분 34.32%(871만2036주)를 보유한 박현주 회장으로, 미래에셋증권은 '박현주 회장→미래에셋캐피탈→미래에셋증권'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자사주 소각은 발행주식 수 자체를 줄이는 만큼 기존 주주가 추가 매수에 나서지 않아도 상대 지분율이 자동으로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현재 발행주식 총수를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약 1억주의 합병 자사주만 소각하더라도 미래에셋캐피탈 등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27.73%에서 32%대로 상승할 수 있다. 여기에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 약 1억3000만주가 모두 소각될 경우에는 33%대 후반까지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이는 현재 발행주식 총수를 기준으로 한 단순 시뮬레이션으로, 실제 상승 폭은 소각 대상이 되는 보통주와 종류주 구성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시장에서는 대규모 자사주 소각이 현실화될 경우 주주가치 제고와 함께 박 회장 측의 미래에셋증권에 대한 간접 지배력도 자연스럽게 강화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역대 최대 규모 자사주 소각에 이어 합병 자사주 소각까지 현실화될 경우 해당 밸류업 전략도 한층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상법이 바뀌었으니 합병 자사주 처리 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면서 “자사주 소각은 모든 주주의 지분가치 제고를 위한 것이지 특정인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 목적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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