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두완 기자 민심이 천심이다.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표직 사퇴와 함께 당권 경쟁에 뛰어든 직후 발표된 여론조사는 의미심장한 결과를 내놨다. 최근 한 달 동안 당원주권론과 1인1표제, 친명 경쟁력 등을 강조해 온 정 전 대표와 달리 민주당 지지층의 선택은 김민석 국무총리 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권에서는 정 전 대표가 던진 일련의 정치적 메시지가 실제 민주당 지지층의 기대와 얼마나 부합하는지 되묻는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 민주당 지지층, 국정 성과 뒷받침에 무게추
최근 한 달간 발표된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적합도 여론조사 흐름을 살펴보면 변화가 감지된다. 5월까지만 해도 정치권에서는 정청래 우세론이 적지 않았다. 지난달 6일에 발표된 조원씨앤아이 조사에서는 정 전 대표가 25.4%를 기록해 김 총리(16.6%)와 송영길 의원(16.4%)을 앞섰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정 전 대표는 38.8%로 김 총리(22.7%)와 송 의원(24.5%)보다 높은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6·3 지방선거 이후 분위기는 달라졌다. 최근 발표된 복수의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층은 정 전 대표보다 김민석 총리를 더 적합한 당대표 후보로 평가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 12일 발표된 리서치웰 조사에서는 전체 응답자 기준 김민석 26.3%, 정청래 17.4%, 송영길 12.7%로 나타났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김 총리가 47.9%를 기록했고, 정 전 대표는 21.6%에 머물렀다.
또 23일 발표된 비전코리아 조사에서도 민주당 지지층은 김 총리 쪽으로 기울었다. 3자 대결에서 민주당 지지층은 김민석 47.1%, 정청래 24.1%, 송영길 21.3%로 응답했다. 양자대결에서도 김 총리는 민주당 지지층에서 57.6%를 기록해 정 전 대표(25.5%)를 크게 앞섰다.
그리고 25일 발표된 미디어토마토 조사 역시 같은 흐름을 보여줬다. 전체 응답자 기준으로는 정청래 30.0%, 김민석 25.5%, 송영길 14.2%로 정 전 대표가 앞섰지만 민주당 지지층으로 범위를 좁히면 결과는 달라졌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김민석 46.1%, 정청래 26.5%, 송영길 18.8%로 김 총리가 정 전 대표를 큰 폭으로 앞섰다. 양자대결에서도 김민석 57.9%, 정청래 29.8%로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정 전 대표는 전날(24일) 대표직 사퇴를 공식화하며 사실상 연임 도전을 선언했다. 그는 사퇴 과정에서 이재명 대통령과의 정치적 일체감을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정부 성공을 뒷받침하겠다는 메시지 역시 빠지지 않았다. 그러나 정작 민주당 지지층이 보내는 신호는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나타났다. 현재까지 여론조사 흐름만 놓고 보면 정 전 대표가 기대했던 ‘당심 결집 효과’는 확인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정 전 대표를 둘러싼 논란은 단순히 여론조사 수치에만 있지 않다. 최근 한 달 동안 정 전 대표는 당원주권론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개혁 정신과 연결해 설명했다. 대표직 사퇴 직후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친노·친문 정서와 민주당의 개혁 정통성을 정 전 대표 자신에게 연결하려는 행보라는 해석도 나온다.
물론 정치적 자산을 계승하려는 시도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 민주당 역시 김대중·노무현·문재인으로 이어지는 정치적 역사와 전통을 중요한 가치로 평가해 왔다. 다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지금 민주당 지지층이 원하는 것이 과거 정치적 상징의 계승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지난 현재 민주당 지지층이 직면한 과제는 과거의 적통 경쟁보다 국정 성과와 민생 회복에 가깝다. 최근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관심 역시 누가 노무현과 문재인의 정치적 유산을 이어받느냐보다 누가 이재명 정부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느냐에 집중하고 있다. 민주당 지지층 여론이 정 전 대표보다 김 총리 쪽으로 움직이는 배경에도 이러한 현실 인식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정 전 대표는 최근까지 당원주권과 당심을 강조해 왔다. 지난 16일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스스로를 “당원파”라고 규정하며 당원이 민주당의 주인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전당대회를 앞둔 상황에서 권리당원 표심을 의식한 메시지라는 평가도 뒤따랐다. 그러나 최근 여론조사가 보여주는 장면은 역설적이다. 정 전 대표가 강조한 당심이 오히려 자신에게 기대만큼 우호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최근 여론 변화를 단순한 후보 경쟁 결과로만 보지 않는 시각도 있다. 6·3 지방선거 이후 민주당 내부에서는 “승리했지만 승리라고 말하기 어려운 결과”라는 평가가 나오면서 지도부 책임론과 선거 평가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졌다. 그러나 당의 진로와 쇄신 방향을 둘러싼 논의보다 전당대회와 당권 경쟁이 먼저 부각됐고, 계파 간 갈등 역시 더욱 격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8·17 전당대회가 가까워질수록 당내 공방은 더욱 거칠어졌다. 후보 진영 간 신경전과 지지층 충돌이 반복됐고, 지방선거 패배 원인과 향후 진로를 둘러싼 논의는 상대적으로 뒷전으로 밀렸다. 이 과정에서 정 전 대표 역시 당내 갈등을 조정하는 대표보다 당권 경쟁의 한 축으로 비쳐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치권은 흔히 당심을 말하지만 결국 선거를 결정하는 것은 민심이다. 특히 집권 여당일수록 더욱 그렇다. 당원들의 지지를 얻는 것과 국민의 신뢰를 얻는 것은 다른 문제다. 최근 민주당 지지층 여론 변화는 정 전 대표 개인에 대한 평가를 넘어 민주당 전체를 향한 메시지일 수도 있다. 당권 경쟁에 몰두할 것인지 아니면 국민이 부여한 책임에 먼저 답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다. 민심이 천심이라는 말이 여전히 유효한 이유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조원씨앤아이(5월 6일 발표), 리서치웰(6월 12일 발표), 비전코리아·올리서치(6월 23일 발표), 미디어토마토(6월 25일 발표)가 실시한 민주당 당대표 적합도 조사 결과를 종합한 것이다. 조사는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표본수는 1000명 안팎에서 2002명,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2~3.1%포인트다. 자세한 조사 방식과 질문 문항, 응답률 등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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