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경제] 글로벌 공급망 마비와 식량안보 위기가 전 세계적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세계은행그룹(World Bank Group)이 개발도상국의 물류 난제를 해결할 열쇠로 한국의 첨단 물류 시스템을 지목했다. 도로와 항만 등 하드웨어 중심의 원조를 넘어, AI와 로봇이 이끄는 소프트웨어 혁신 기술을 개도국에 이식하겠다는 구상이다.
CJ대한통운은 세계은행그룹 및 아시아·아프리카·태평양·중남미 10여개국 교통·물류 정책 책임자 100여명을 대상으로 자사의 첨단 물류 기술을 시연하고, 개도국 공급망 혁신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번 소통은 세계은행그룹이 한국교통연구원, KDI국제정책대학원과 공동 운영하는 ‘글로벌 교통·물류 역량 강화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성사됐다.
현재 세계은행그룹은 대륙별 주요 거점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는 ‘경제회랑(Economic Corridor)’ 전략을 추진 중이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각국 정책 담당자들은 선진 물류 표준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으며, 그 핵심 동선으로 CJ대한통운의 거점을 택했다.
군포·인천 스마트 거점서 로봇·AI 기술 체감
세계은행그룹 방문단은 지난 16일부터 25일까지 4차례에 걸쳐 군포 스마트 풀필먼트센터와 인천GDC(글로벌 권역물류센터)를 방문했다. 이들은 로봇과 빅데이터가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는 운영 프로세스를 집중 점검했다.
군포 센터에서는 작업자 대신 상품을 나르는 126대의 AGV(고정노선 운송로봇)가 눈길을 끌었다. CJ대한통운은 데이터 기반의 자동 검수·포장 시스템과 물류 흐름을 실시간 제어하는 관제 시스템을 선보이며 고효율 물류의 표본을 제시했다.
인천GDC에서는 인간과 로봇의 협업 시스템이 공개됐다. 주문에 맞춰 상품을 스스로 찾아오는 피킹 로봇 ‘오토스토어’ 140대와 AI 비전 기술로 상자 크기를 인식해 출고 물품을 분류·적재하는 ‘이동형 로봇 팔레타이저’의 움직임에 방문단은 높은 관심을 보였다. 특히 해외 직구 물량을 인천에 모은 뒤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재배송하는 ‘권역형 풀필먼트’ 모델은 개도국의 허브 물류망 설계에 적용 가능한 대안으로 꼽혔다.
식량안보·공급망 컨설팅까지…협력 외연 확대
지난 19일에는 기술 견학에 앞서 실무적인 협력 논의도 긴밀하게 진행됐다. 니콜라 펠티에-티베르주 세계은행그룹 글로벌인프라 전략운영국장은 서울 종로구 CJ대한통운 본사를 찾아 경영진과 대담을 나눴다. 양측은 글로벌 주요 국가에서 진행된 공급망 컨설팅 성공 사례를 공유하며 실질적인 협업 가능성을 타진했다.
니콜라 국장은 현장을 둘러본 뒤 "물류 인프라와 운영 시스템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효율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높인 현장이 인상적"이라며 "개도국을 대상으로 한 공급망 진단부터 물류 거점 설계, 수송 체계 구축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협력이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안정적인 공급망은 국가 무역 활성화는 물론 식량안보와 산업 성장을 떠받치는 핵심 뼈대"라며 "그동안 축적한 기술과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개발도상국의 물류 인프라 고도화를 지원하고,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 기반을 다지는 데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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