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양식 김’ 내년 식탁 오른다…CJ·대상·풀무원 상용화 물밑 작업 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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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CJ제일제당 블로썸파크에서 연구원들이 배양 중인 육상양식 김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CJ제일제당

[마이데일리 = 방금숙 기자] 김이 라면에 이은 차세대 K-푸드 주자로 떠오르면서 육상 양식 기술 개발 상용화 주도권 경쟁이 뜨겁다.

22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전통적인 해상 양식 환경이 위협받자, 주요 식품기업은 사계절 내내 균일한 품질을 생산할 수 있는 ‘육상 스마트팜’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고 각기 다른 전략으로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당장 내년 육상양식 김 상업화를 앞두고 가장 큰 변수는 경제성 확보다. 대규모 냉난방 설비와 전력 비용, 초기 투자비 등이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사계절 생산과 품질 관리, 위생 측면에서 강점이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초기 생산 원가는 해상 양식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며 “육상양식 김이 안정적인 원초 공급과 품질 표준화라는 장점이 있는 만큼 대량 생산 체계를 갖췄을 때 경제성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대상의 김 육상양식 파일럿 연구시설. /대상

CJ제일제당은 육상 김 상용화 선두주자다. 오는 8월 충남 천안에 식품업계 최초로 인가를 받은 ‘육상양식 김 상업화 생산 시설’ 착공에 들어간다. 경쟁사가 연구개발(R&D) 센터 중심의 실증 실험에 머물러 있다면, CJ제일제당은 실제 판매가 가능한 상업화 시설을 먼저 구축해 속도전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전략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내년 하반기에는 대량 생산까지는 아니더라도 국내외 일반 소비자가 접할 수 있는 규모로 상용화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라며 “장기적으로는 ‘비비고 김’ 등 글로벌 수출 제품에 단계적으로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상은 국책 연구개발 사업을 기반으로 기술 확보에 나섰다. 국내 최대 김 생산지인 전남 고흥군 및 현지 어가와 손잡고 육상양식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해양수산부가 주관하는 총사업비 350억원 규모의 ‘지속가능한 우량 김 종자생산 및 육상양식 기술개발사업’에서 생산·양식 분야 핵심 연구개발기관으로 참여 중이다.

자연 해수와 태양광을 최대한 활용해 대량 생산에 유리한 ‘부착식’ 양식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지난해 1차 시범 양식 결과 김 원초를 40~50㎝ 크기로 키우는 데 성공했고, 이를 토대로 현재 2차 시범 양식을 위한 시설을 조성 중이다. 식품 대기업 중 유일하게 ‘김 품질등급제’도 시행하고 있다.

대상 관계자는 “육상 양식 기술을 통해 겨울 한 철만 일하던 어민들이 비시즌(5~11월)에도 김을 키울 수 있도록 어가 소득 증대와 동반성장 모델을 구축 중”이라며 “2030년 상품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풀무원이 '2026 Pre 완도 국제 해조류 박람회'에서 육상양식 김 기술을 소개하고 있다. /풀무원

풀무원은 2021년부터 첨단 바이오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팜 표준화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김 육상양식으로 물김 생산에 성공했고, 이달 초에는 전북 새만금 국가산업단지에 9473㎡(약 2800평) 규모의 ‘김 육상양식 R&D센터’를 착공했다. 핵심 무기는 대형 수조 안에서 김의 생육 환경을 정밀 제어하는 ‘바이오리액터’ 시스템이다.

양식부터 전처리, 가공까지 한 곳에서 이뤄지는 원스톱 생산 체계를 구축 중으로, 일반 해상 양식 대비 최대 100배 높은 단위면적당 생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실증 연구와 기술 표준화 작업을 거쳐 내년 육상양식 김 제품을 발 빠르게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동원F&B도 제주도 용암해수를 활용한 김 육상양식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10월 천연 미네랄 성분이 풍부한 용암해수 활용을 위해 제주테크노파크 용암해수센터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프리미엄 원초 개발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김 산업 경쟁 구도가 바뀌면서 정부 지원도 본격화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이달 초 김을 정책 관리 산업으로 규정하고, 오는 2030년까지 연 1억8000만속(1속은 마른김 1000장 한 묶음) 이상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공급망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AI 기반 마른김 등급제 도입, 스마트공장 구축, K-김 스마트 가공거점센터(가칭) 조성 등을 추진하고, 한국 김 영문 브랜드 ‘GIM’ 확산 등을 통해 김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10년간 김 수출액 추이. /그래픽=방금숙 기자

이처럼 업계와 정부가 육상양식 김에 주목하는 배경에는 성장하는 글로벌 시장과 불안정해지는 생산 환경이 동시에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김 수출액은 약 11억3000만달러(약 1조5000억원)를 돌파하며 역대 최대 규모로 성장했다. 전체 수산식품 수출 품목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김이 라면에 이은 차세대 K-푸드 주자로 주목받는 이유다.

그러나 증가하는 글로벌 수요와 달리 성장 기반인 바다가 흔들리고 있다. 국내 해역의 표층 수온은 지난 55년간 약 1.36도 상승했다. 이로 인해 김 생육에 접합한 수온 유지 기간이 짧아지면서 겨울철 중심의 전통 양식 방식만으로는 안정적인 공급을 장담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현재 국내 김 생산 가능 기간은 연간 약 150일 수준이나, 기후 변화가 지속될 경우 2100년에는 100일 이하로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해양에서 김을 양식할 수 있는 기간이 짧아지고 생산량이 줄면서 공급망 안정화가 산업의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

풀무원이 새만금산업단지에 건설하는 김 육상양식장 조감도. /풀무원

이렇자 식품업계는 일제히 ‘바다 밖 김 생산’에서 해법을 찾고 있다.

일정한 온도와 영양 조건을 유지할 수 있는 육상 스마트팜 방식은 사계절 내내 15일 단위로 연중 김 수확이 가능하다. 해양 오염이나 미세 플라스틱, 적조나 고수온 등의 기후변화 영향을 받지 않아 위생적이고, 맛과 질감 역시 해상 김과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기술력이 올라왔다.

업계 관계자는 “육상양식의 핵심은 기후변화 대응을 넘어 1년 내내 균일한 품질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중국, 일본도 아직 하지 못한 사계절 글로벌 김 공급망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원가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기술 고도화에 총력을 쏟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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