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자 속의 양' 고레에다 감독 "AI 시대, 인간다움 보여주고 싶었다" [MD인터뷰]

마이데일리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미디어캐슬

[마이데일리 = 박로사 기자] '어느 가족', '괴물', '브로커' 등 한국 관객들에게 친숙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신작을 들고 한국을 찾았다.

지난 10일 개봉한 '상자 속의 양'은 죽은 아이를 대신해 집에 들어온 AI 휴머노이드 로봇 카케루(쿠와키 리무)가 비로소 가족이 된다는 것의 기쁨과, 다시 버려질지 모른다는 불안을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돼 큰 화제를 모았다.

이날 고레에다 감독은 "인간이 마지막으로 지니게 될 인간다움이 무엇인가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 생각을 계속하면서 영화를 만들었다. 관객들도 '인간다움은 무엇일까' 생각하면서 보게 될 것"이라고 운을 뗐다.

"누군가 해준 이야긴데, 제가 만든 영화에는 반드시 죽은 사람이 나오고 아이가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또 죽은 사람의 시선과 아이의 시선이 나온다는 얘기도 해줬는데 그걸 듣고 수긍할 수밖에 없었습니다(웃음)."

'상자 속의 양'은 '가족'이라는 주제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 온 고레에다 감독이 가족의 문제를 또 다른 방식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관객들에게 '휴머노이드 로봇이 가족이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미디어캐슬

고레에다 감독은 죽은 이를 AI로 되살리는 서비스가 중국과 일본에서 확산되고 있다는 기사를 본 뒤 이 영화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저도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셨어요. 아버지가 눈앞에 나타날 수 있다면 정말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하고 싶은 말이 있거든요. 물론 원한다고 돌아가신 분을 살릴 수 없지만, 앞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잖아요. 이런 감정을 영화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감독은 AI 휴머노이드 로봇의 비주얼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고 밝혔다. 피부 질감과 시선의 초점, 움직임의 속도까지 여러 단계의 테스트를 거쳐 균형점을 찾아갔다고. 고레에다 감독은 "외관은 인간처럼 보이길 원했다. 메이크업을 통해 피부 질감을 매트하게 만들어서 기계 느낌이 날 수 있게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상자 속의 양'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쿠와키 리무./미디어캐슬

고레에다 감독은 야기라 유야('아무도 모른다'), 쿠로카와 소야, 히이라기 히나타('괴물'), '상자 속의 양' 쿠와키 리무까지 다양한 아역 배우를 발굴한 바 있다. 특별한 비결이 있는지 묻자 그는 "재촉하지 않고 기다려주는 것"이라고 답했다.

"아역 배우의 연기를 이끌어내기 위해선 절대 재촉하면 안 돼요. 특히 쿠와키 리무 연령의 아이들은 갑자기 졸리고 배고프다고 하죠. 그럴 땐 반드시 이유가 있어요. 억지로 무리해서 진행시키지 않고 아역을 기다려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스태프에게도 철저하게 '아이를 기다려줘'라고 얘기해요."

휴머노이드 로봇을 소재로 한 탓에 스태프들에게 챗 GPT를 사용해 보라는 권유도 받았다는 감독은 "평소엔 전혀 쓰지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챗 GPT를 통해 각본 작업을 해봤어요. 처음엔 아주 훌륭한 각본이라고 칭찬해 주더라고요. (어떻게 쓸지) 조언도 해줬는데 재미가 없었어요. 그걸 각본에 다 반영시키면 옳기만 한 각본이 됐을 거예요. 모두가 똑같은 영화를 만들 것 같았죠. 챗 GPT랑은 이 영화를 끝으로 끝이에요(웃음). 앞으로는 인간들의 힘만 써서 영화를 만들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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