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대한민국의 안방극장에 따뜻한 밥 한 끼의 온기를 전하며 오랜 시간 자리를 지켜온 두 거장이 건강 문제로 연이어 마이크를 내려놓았다. '국민 아버지' 배우 최불암에 이어, '국민 만화가' 허영만 화백까지 건강 이상으로 장수 프로그램에서 하차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방송계와 대중의 안타까움 섞인 응원이 쏟아지고 있다.
17일 소속사 주식회사 허영만은 공식 입장을 통해 “최근 허영만 화백에게 건강상의 문제가 발생하여 의료진의 권고에 따라 치료와 회복에 전념하고 있다”라며 당분간 모든 대외 활동을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19년부터 7년간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소박한 동네 밥상의 가치를 소개해 온 TV CHOSUN의 간판 장수 예능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도 시즌1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됐다. 곧 여든을 바라보는 허 화백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제작진 역시 아름다운 쉼표를 찍기로 뜻을 모은 것이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에는 KBS 1TV '한국인의 밥상'을 14년간 이끌어온 배우 최불암이 허리디스크 수술 이후 거동이 불편해져 재활 치료를 위해 정들었던 프로그램에서 하차한 바 있다. 대한민국 지도 곳곳에 숨겨진 고향의 맛과 서민들의 삶을 조명하며 시청자들을 안심시키던 두 '식객'의 부재는 안방극장에 적잖은 씁쓸함을 남기고 있다.
이들이 남긴 굵직한 족적을 기리기 위한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TV CHOSUN 측은 갑작스러운 종영을 아쉬워할 시청자들을 위해 오는 21일 스페셜 특집 '우리가 사랑한 백반, 7년의 맛있는 기록'을 전격 편성했다. 2019년부터 2026년까지 허 화백과 한 끼를 나눈 365명의 초대 손님들과 발로 뛰며 발굴해 낸 전국 팔도 2,131개의 동네 밥상을 총망라해 시청자들에게 묵직한 여운을 배달할 예정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역시 병상에 있는 거장을 찾아 예우를 갖췄다. 최휘영 문체부 장관은 지난 11일 모은영 한국영상자료원장과 함께 최불암이 입원 중인 병실을 찾아 문안 인사를 전했다. 최 장관은 SNS를 통해 "선생님께서 특유의 '파하' 웃음으로 반갑게 맞아주셨다"라며 "퇴원하면 막걸리 한잔하자고 하셨다"라고 정겨운 병문안 일화를 소개해 많은 이들을 안심시켰다.
최불암과 허영만, 두 거장이 이끌던 프로그램들은 평범한 맛집 소개나 먹방이 아니었다. 이들은 빠르게 변하는 디지털 시대에 속도를 늦추고, 할아버지의 나직한 목소리로 우리네 어머니의 손맛과 사라져가는 로컬의 역사, 그리고 인간미를 배달하는 문화적 완충지대 역할을 해왔다. 그렇기에 이들의 동시 하차 소식은 단순한 진행자 교체나 종영을 넘어, 세대를 연결하던 든든한 '큰어른'들의 빈자리를 실감케 한다.
비록 한 시대의 막이 잠시 내렸지만 대중은 이들이 남긴 찬란한 유산을 기억하며 한마음으로 쾌차를 바라고 있다. 수많은 팬과 네티즌들은 "선생님들의 따뜻한 목소리 덕분에 위로받았던 날들이 많았다", "아무 걱정 마시고 치료에만 전념해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무대 뒤에서 웃어달라"라며 따뜻한 격려를 아끼지 않고 있다. 전국의 맛있는 지도를 그리며 국민의 지친 영혼을 달래주었던 두 거장이 전해온 온기가, 이제는 이들의 쾌유를 바라는 대중의 거대한 응원 풍선이 되어 병실을 채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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