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김무열이 넷플릭스 시리즈 ‘참교육’의 글로벌 흥행 중심에 섰다. 공개 전 원작을 둘러싼 논란 속에서도 전 세계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으며 글로벌 흥행에 성공했다. 김무열은 “배우는 작품으로 말하는 존재”라며 “각자의 방식으로 작품의 의미를 고민해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참교육’은 선을 넘는 학생과 교사, 학부모로 인해 무너진 교육 현장에 맞서는 교권보호국의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지난 5일 공개 후 3일 만에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비영어 쇼 1위에 오른 데 이어 2주 차에도 정상을 지키며 흥행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김무열은 극 중 교권보호국 감독관 나화진 역을 맡았다. 폭력과 갈등이 반복되는 학교 현장에 투입돼 문제를 해결하는 인물로, 김무열은 통쾌한 액션은 물론 사건을 바라보는 화진의 복합적인 감정까지 담아내며 캐릭터에 무게감을 더했다.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김무열은 뜨거운 반응에 대한 소감부터 나화진을 구축한 과정, 그리고 자신이 생각하는 ‘참교육’의 의미까지 솔직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해당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공개 후 반응이 뜨겁다. 소감은.
“글로벌 1위를 했다는 소식을 감독님께 가장 먼저 전화로 전해 들었다. 감독님이 계속 ‘우리 어떡하냐, 정말’이라고 반복하시더라. 그만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기쁘고 감사한 마음이다. 어찌할 바를 모르겠지만, 한편으로는 무겁고 진지하게, 또 신중한 태도로 이 반응을 바라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큰 반응을 얻고 있다. 글로벌 시청자들의 반응은 어떻게 보고 있나.
“작품 공개 전에는 많은 분들이 재미있게 봐주실 것 같다는 기대 정도는 있었다. 하지만 국경을 넘어 이렇게까지 반향을 일으키고 공감을 얻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프랑스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고, 독일과 미국에서도 놀라울 정도로 닮은 사례들이 많더라. 그러면서 부모의 입장, 학생의 입장, 선생님의 입장이 결국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교육이라는 건 결국 사람과 사람이 만나 이루어지는 것이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문제들 역시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뜻이 아닐까 싶다.”
-가족들의 반응도 궁금한데. 아내 윤승아는 어떤 이야기를 해줬나.
“재미있다고, 잘될 것 같다고 이야기해 줬다. 원래 ‘잘될 것 같다’는 말을 잘하지 않거든. 나 역시 아내가 항상 냉정하게 평가해 주길 바라고, 실제로도 그렇게 해준다. 그렇다고 내가 상처를 많이 받는 스타일도 아니다. 혹시 상처를 받더라도 집에서 받는 게 낫지 않나.(웃음) 그런데 이번에는 ‘잘될 것 같다’고 이야기해 줘서 큰 용기를 얻었다.”
-홍종찬 감독과 ‘소년심판’ 이후 재회했다. 어땠나.
“‘소년심판’ 이후에도 간간이 연락을 주고받으며 지냈다. 당시 감독님과 작업했던 기억이 워낙 좋아서 꼭 다시 한번 함께 작품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 정도로 호감과 신뢰가 있었다. ‘소년심판’ 때도 느꼈지만 감독님과 잘 맞는 부분은 작품에 대한 열정과 작품을 대하는 자세인 것 같다. 어떤 아이디어나 생각이 있으면 계속 제안하는 편인데 감독님은 한 번도 힘들어하거나 어려워하지 않고 매번 진지하게 이야기를 들어주셨다. 덕분에 나도 더 편하게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었다. ‘소년심판’ 때도 소년범죄라는 소재를 진지하고 예민하게, 또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려는 감독님의 모습을 보며 믿음을 갖고 시작했다. 이번 작품 역시 그런 태도로 임했고, 오히려 ‘소년심판’ 때보다 더 정제하려고 노력했다.”
-만화적인 표현부터 학생들과의 교감까지 다양한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가장 고민한 지점은.
“에피소드를 함께한 배우들의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다. 나름대로 많은 준비를 해갔지만, 현장에서는 그걸 다 버리고 다시 해야 하는 순간도 많았다. 그럴 때마다 배우들이 유연하게 받아주고 함께 만들어줬다. 오히려 나는 그분들이 준비해 온 것들을 받아먹고 골라 먹는, 마치 뷔페에 간 사람처럼 작업했던 것 같다. 덕분에 훨씬 수월하게 작업할 수 있었다. 특히 어려웠던 건 액션이나 코미디처럼 상대 배우와 호흡을 맞춰야 하는 부분이었다. 감정 연기는 혼자 감내하며 만들어갈 수 있지만, 액션과 코미디는 결국 상대 배우와의 호흡이 중요하다. 그런 부분에서 배우들의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다.”
-다양한 액션 작품을 선보여왔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어떤 점을 중점적으로 표현하려 했나.
“영화 ‘범죄도시4’에서는 웃음기를 최대한 빼고 살인병기 같은, 기계적이면서도 폭력에 중독된 인물의 모습을 표현하려고 했다. 반면 이번 작품에서는 나화진이라는 인물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를 고민했다. 학생과 액션을 할 때와 성인과 액션을 할 때도 결을 다르게 가져가려고 했다. 2화에서 학생들과의 액션에서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 상대하거나 딱밤을 때리는 식으로 조금 더 유쾌하게 표현하려 했고, 성인 조직폭력배가 학교에 침입하는 장면에서는 자비 없는 모습을 보여주며 대비를 만들고자 했다. 초반에 그런 흐름을 잘 만들어야 이후에도 그 결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표현했다. 또 에피소드가 진행되면서 나화진이 사건에 어느 정도까지 감정 이입을 할 것인지도 계속 고민했다. 나화진은 편견 없이 객관적인 상태를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인물이다. 동시에 피해자에게는 깊이 공감하고, 가해자를 대할 때는 감정에 치우치지 않으려 한다. 그런 태도를 액션에도 담아내고 싶었다.”
-특히 공감하거나 인상 깊게 본 에피소드가 있다면.
“많은 분들이 공감해 주시던 5화 에피소드가 기억에 남는다. 우진 엄마 역의 박지연과는 ‘소년심판’도 함께 했는데, 당시에는 임신한 상태인 항상 차분하고 조용한 역할을 맡았다. 실제도 굉장히 차분한 사람이다. 그래서 이번 역할을 맡았다고 했을 때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가 컸다. 함께한 첫 촬영이 카페 장면이었다. 내가 다른 학부모들과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다가 우진 엄마가 등장해 내게 화를 내는 신이었다. 그 장면을 함께 연기하는데 정말 무섭더라. 촬영이 끝나고 박지연에게 ‘너무 끔찍하다, 너무 좋다, 너무 무섭다, 정말 상대하고 싶지 않은 느낌이 든다’고 극찬했을 정도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지금은 밈까지 생길 정도로 많은 분들이 열광적으로 반응해 주시고 계시더라.”
-진기주, 표지훈과의 호흡은 어땠나.
“두 배우 모두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 만났다. 진기주는 고등학생 시절을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정말 놀랐다. 달려가는 장면을 모니터로 봤는데 너무 생생하더라. 몸의 형태나 표정, 감정이 모두 진짜 같았다. 그만큼 많은 고민을 한 흔적이 보였다. 그 장면을 찍을 때 나를 올려다보며 도와달라고 했던 눈빛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큰 감명을 받았다. 감정 연기부터 시작해서 현재의 임한림에 이르기까지 독특하고 독보적인 캐릭터를 굉장히 재미있게 표현하는 모습을 보며 정말 대단한 배우라고 생각했다.
표지훈도 인상적이었다. 실제로 친구들과 함께 극단을 운영하며 꾸준히 공연을 올리고 있을 정도로 연기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남다르다. 그 부분이 굉장히 놀라웠다. 현장에서는 기발하고 재치 있는 아이디어를 많이 냈다. 상상력이 필요한 연기에서도 독특한 모습을 보여줬다. 촬영 현장에서 볼 때도 좋았지만 모니터로 확인했을 때 그 연기가 더 좋게 보여서 한 번 더 놀랐다. 두 배우 모두 너무 잘해줬고 함께 작업하는 내내 즐거웠다.”
-에피소드마다 신인 배우들과 단역 배우들이 많이 출연했다. 최근 그들에게 보낸 메시지가 공개되면서 미담이 퍼지기도 했다. 어떤 마음이었나.
“제작발표회 때 함께한 배우들에 대한 감사 인사를 제대로 못 드린 게 아직도 마음에 남는다. 그래서 꼭 말씀드리고 싶다. 함께한 배우들 모두 너무 고맙고 감사하다. 정말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인연이 있는 친구들도 있었다. 경민을 괴롭히던 무리 중 한 명으로 나온 김도건은 벌써 세 작품째 함께하고 있는 친한 동생이다. 또 2화에서 자동차과 대장 역을 맡은 유태주는 예전에 영화 현장에서 보조출연으로 만난 적이 있다. 당시 함께 사진도 찍고, 본인이 배우를 열심히 하고 있다고 이야기해서 ‘다음에는 꼭 작품 현장에서 만나자’고 서로 격려를 주고받았는데 이번 작품에서 실제로 다시 만나게 됐다. 그들을 보면서 과거 내 모습이 투영되곤 했다. 그래서 더 마음이 갔다. 무엇보다 그 배우들이 작품 안에서 진짜처럼 반짝이고 살아 숨 쉬어야 작품도 살아난다고 생각했다.
그건 ‘소년심판’을 하면서 김혜수 선배에게 배운 부분이기도 하다. 선배는 칭찬을 정말 아끼지 않으셨다. 처음에는 너무 대놓고 칭찬을 해주니까 몸 둘 바를 모르겠더라. 그런데 돌이켜보면 그 덕분에 용기를 얻었고 정말 신나게 연기할 수 있었다. 나중에 이정은 선배와도 그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상대 배우를 북돋아 주는 김혜수 선배의 태도는 정말 배워야 할 점이라고. 그런 모습을 보며 많이 배웠다. 그래서 현장에서도 후배들과 조금이라도 가까워지려고 노력했다. 준비해 온 것이 있다면 함께 구현해 내기 위해 노력했고, 아이디어를 이야기할 때도 선배가 후배를 가르치는 방식이 아니라 같은 눈높이에서 함께 좋은 방향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작업하려 했다. 다들 너무 잘해줬다.”
-원작을 둘러싼 논란으로 인해 공개 전 부정적 여론도 많았다. 이에 대한 생각은.
“사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았다. 그 부분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고 문제를 모르고 있었던 것도 아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결국 말뿐이라고 생각했다. 팬분들께 죄송한 마음도 있었지만, 감사함을 표현하고 보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작품과 연기라고 생각했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고, 사실상 유일한 방법이기도 했다. 이번에도 말할 것은 많았지만 배우는 작품으로 말하는 존재라고 생각했다. 작품을 보시고 진심을 알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시청자분들이 작품을 보고 각자가 생각하는 ‘참교육’의 의미를 한 번쯤 고민해 주신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다. 그렇게 된다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해냈다는 자부심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드라마든 공연이든 배우와 스태프들이 작품을 만들지만, 결국 작품을 완성하는 것은 관객이라고 생각한다. 열 분이 보면 열 개의 ‘참교육’이 나올 것이고, 천 분이 보면 천 개의 ‘참교육’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며 작업했다.”
-사회적 이야기를 하는 작품의 역할은 어디까지라고 생각하나.
“앞서 ‘참교육’의 의미는 각자 한 번쯤 생각해 보면 좋겠다고 했는데 그 정도의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교육 현장의 문제는 각자의 이해관계가 명확하고, 또 매우 첨예하게 대립하는 문제다. 실제로 현직에 계신 분들이나 오랫동안 이 분야를 고민해 온 전문가들조차 쉽게 결론에 도달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이 작품을 했지만, 자연인 김무열은 이제 막 아이 교육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 초보다. 그래서 어떤 정답을 이야기할 수 있는 위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런 첨예하고 어려운 문제의 여러 실상을 많은 분들이 볼 수 있도록 보여주고, 그 논쟁의 한가운데에 작품을 올려놓은 것 자체를 좋게 봐주셨으면 한다. 결국 답을 낼 수 없는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을 단순한 사이다 판타지나 재미 요소로만 소비되지 않도록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 정도가 우리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한다.”
-‘소년심판’과 ‘참교육’을 경험하면서 소년범을 바라보는 시선에 변화가 생긴 부분이 있다면.
“더욱 확고해진 믿음이 있다. 나화진이라는 인물을 연기하면서 스스로 위안을 받은 부분이기도 하다. 작품은 처벌이나 교권보호국의 행위에서 멈추지 않고 그 이후를 바라보려고 노력했다. 소년법의 목적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실수할 수 있고 잘못할 수 있지만, 다시 올바른 길로 갈 가능성은 남아 있다는 희망에 대한 믿음이다. 이번 작품을 통해 그런 생각을 하게 됐고, 그렇게 믿고 싶다. 결국은 용서하는 방법밖에 없는 것 같다. 물론 ‘다시 해보자’는 말은 쉽지 않다. 하지만 어렵다고 해서 포기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사실 마지막에 나오는 ‘다시 해보자’는 대사는 내가 감독님께 꼭 넣고 싶다고 요청했던 거다. 화진은 가윤이 죽기 전 어떤 말을 했을지 궁금했을 거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듣고 싶지 않은 말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화진은 가윤이라는 사람이라면 분명 그렇게 말했을 거라고 믿는다. 작품에도 그런 마음을 담고 싶었다. 개인적인 바람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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