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일자리는 단순히 일하는 자리를 넘어 사람이 머물고 공동체가 지속되는 힘이 될 수 있을까.'
광주 광산구가 그 답을 찾기 위한 새로운 실험에 나섰다. 청년 주거와 돌봄, 기후위기 대응, 마을공동체 경제를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한 '지속가능 일자리 모델'이 본격적인 실행 단계에 들어가면서 전국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다.
광산구는 지난 12일 15개월간 시민 숙의를 거쳐 마련한 '지속가능 일자리 모델 실행계획 청서(靑書)'를 최종 확정했다. 청서는 시범사업 실행 전략은 물론 지속가능 일자리특구 조성을 위한 법제화와 장기 확산 전략까지 담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제도와 재정 지원 방향을 함께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하반기부터는 청년 노동자 주거 지원, 1313 마을돌봄지원가 운영, 에너지전환 마을 시민참여 일자리, 광산형 마을일자리 지원 등 네 가지 시범사업이 순차적으로 추진된다. 청년 노동자 주거 지원은 제조업 등 지역 산업현장에서 일하는 청년 100명에게 주거비를 지원하는 사업으로, 일자리와 주거 안정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사회임금형 정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나머지 세 사업은 더욱 새로운 시도다. 그동안 봉사와 공익 영역으로 인식됐던 돌봄과 공동체 활동, 기후 대응 분야를 지속 가능한 일자리로 전환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1313 마을돌봄지원가는 이웃의 위기 상황을 살피고 돌봄 서비스를 연계하는 지역 안전망 역할을 수행하며, 에너지전환 마을 일자리는 주민이 직접 탄소중립과 에너지 절감 활동의 주체가 되는 기후 대응형 일자리 모델이다. 광산형 마을일자리는 지역의 문제를 주민 스스로 해결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경제활동과 고용을 창출하는 공동체 기반 일자리로 추진된다.
이번 사업은 내년 말까지 1차 시범 운영을 거친 뒤 연차별 평가와 분석을 통해 현장성과 지역성을 반영한 지속가능 일자리 모델로 정착시킨다는 계획이다. 광산구는 지속가능 일자리특구를 위한 제도 정비와 지속가능 일자리 기금 조성, 사회임금 체계 구축 등을 병행해 정책의 지속성과 실효성을 높여나갈 방침이다.
광산구의 이번 실험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정책의 출발점이 행정이 아닌 시민이었다는 점이다. 지난해 7월 광산시민지속가능일자리대토론회 선언 이후 시민들이 직접 던진 질문은 1436개에 달했다.
이후 시민과 기업, 노동자, 전문가가 참여한 사회적 대화를 통해 1만여 건의 정책 제안이 도출됐고, 이를 토대로 23개 일자리 모델이 백서에 담겼다. 그리고 올해 실행계획인 청서가 완성되면서 녹서(질문)·백서(답변)·청서(실행)로 이어지는 전국 최초의 시민 참여형 일자리 정책 체계가 구축됐다.
민선 8기 출범 이후 박병규 광산구청장은 현장 중심의 소통 행정과 지속가능 일자리 정책을 핵심 군정 과제로 추진해왔다. '찾아가는 경청구청장실'과 시민 숙의형 정책 설계 등 참여 행정을 통해 지역 문제를 시민과 함께 해결하는 지방자치 모델을 구축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지속가능 일자리와 통합돌봄 정책'은 지방소멸과 청년 유출, 돌봄 공백 등 지역사회의 복합 위기를 해결할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으며 전국적인 확산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박병규 광산구청장은 "네 개 시범사업이 지역 일터와 시민 삶터의 뿌리로 자리 잡아 청년이 돌아오고 오래 머무는 광산구의 미래를 열겠다"며 "지속가능 일자리가 전국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광산구가 확고한 기초를 다져나가겠다"고 말했다.
지방소멸과 저성장, 기후위기와 돌봄 공백이라는 시대적 과제 앞에서 광산구는 일자리를 단순한 고용의 문제가 아닌 지역의 지속 가능성을 지탱하는 새로운 사회적 자산으로 재해석하고 있다.
시민이 묻고, 시민이 답하고, 시민과 행정이 함께 실행에 나선 광산구의 지속가능 일자리 실험이 대한민국 지역 일자리 정책의 새로운 이정표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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