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포커스] “런던에서 시작해 다시 런던으로”...우리은행 ‘아픈 손가락’ 비이자, 정진완의 해법

마이데일리
정진완 우리은행장/ 그래픽=최주연 기자

[마이데일리 = 최주연 기자] 정진완 우리은행장이 새로운 수익원 찾기에 나섰다. 우리은행은 최근 영국 금융당국으로부터 런던트레이딩센터 인가를 획득하면서 외환·채권·파생상품 사업 확대의 발판을 마련했다. 대출을 늘리지 않고도 수익을 낼 수 있는 비이자 사업 역량 강화가 핵심 목표로 꼽힌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인가가 단순한 해외 거점 확대를 넘어 글로벌 수익구조 다변화 전략의 상징적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우리은행의 비이자이익 감소와 해외 사업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가 절실해졌다는 분석이다.

◇ 20년 만에 다시 런던…정진완의 글로벌 승부수

정 행장과 런던의 인연은 2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 행장은 1995년 한일은행 입행 이후 2003년 우리은행 런던지점 과장으로 근무하며 글로벌 금융시장과 외환 업무를 경험했다. 주영국대사관 참사관 겸 영사로 영국에 파견돼 있던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과도 업무상 교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며 행장 내정 당시 '런던 인연'으로 회자되기도 했다.

이후 우리아메리카은행 부장, 중소기업전략부장, 본점영업부 본부장, 중소기업그룹 부행장 등을 거쳐 은행장에 오른 정 행장은 최근 글로벌 사업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 결과물이 바로 런던트레이딩센터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1월 센터 설립에 착수한 뒤 같은 해 7월 영국 금융당국에 인가를 신청했고, 약 10개월간의 심사를 거쳐 지난달 최종 승인을 받았다.

다만 우리은행 측은 이번 사업이 정 행장의 개인적 인연보다 글로벌 금융시장 환경과 더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설명이다. 런던은 여전히 세계 최대 외환시장 가운데 하나로 꼽히며 국내 주요 은행들도 외환·파생상품 사업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 비이자이익 37% 감소…대출만으로는 성장 한계

이번 런던트레이딩센터 인가가 주목받는 이유는 우리은행이 직면한 현실과 맞닿아 있다. 우리은행의 올해 1분기 비이자이익은 1610억원으로 전년 동기(2540억원) 대비 36.6% 감소했다. 지난해 3분기 2880억원 수준이었던 비이자이익은 이후 2120억원, 1610억원으로 줄며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우리은행 비이자이익 1년 추이 /그래픽=최주연 기자

반면 수익 구조는 여전히 대출 중심에 머물러 있다. 우리금융이 생산적 금융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결국 대출 공급이 핵심인 만큼 예대마진 의존도를 낮추고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와 경기 둔화 우려도 이런 필요성을 키우고 있다.

해외 사업 역시 부담 요인이다. 우리은행 해외법인은 올해 1분기 63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관련 실적 집계 이후 처음으로 적자 전환했다. 인도네시아 우리소다라은행 충당금 적립 영향이 컸지만 글로벌 사업의 수익성 개선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은행들이 성장 한계에 직면하면서 해외 사업과 비이자수익 확대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며 "외환과 자본시장 사업 역량이 향후 은행 경쟁력을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외국인 원화투자 유치 거점…"수익 기반 다각화"

우리은행은 런던트레이딩센터를 통해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외환·채권시장 접근성을 높이고 글로벌 수익 기반을 다변화한다는 계획이다.

핵심은 원화 국채 투자와 환헤지 거래를 결합한 패키지 서비스다. 외국인 투자자가 보유한 외화를 원화로 환전해 국채 등에 투자하고, 만기 이후 다시 외화로 환전하는 과정까지 통합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외환 거래와 환헤지, 파생상품 거래 수요가 발생한다. 은행권에서는 이 같은 외환·채권·파생상품 사업을 대출 확대 없이도 수수료와 운용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대표적인 비이자 사업으로 평가한다.

우리은행 측은 단기간 수익 확대보다는 새로운 고객 확보와 장기적인 사업 기반 구축에 의미를 두고 있다. 향후 런던트레이딩센터를 통해 외국인 원화 투자 유치와 외환·파생상품 영업을 확대하고 비이자 수익 기반을 넓혀간다는 방침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해외 투자자와 기관을 대상으로 신규 거래가 발생하는 만큼 수익 기반 다각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며 "규모가 당장 크지는 않더라도 장기적으로는 비이자수익 확대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alert

댓글 쓰기 제목 [MD포커스] “런던에서 시작해 다시 런던으로”...우리은행 ‘아픈 손가락’ 비이자, 정진완의 해법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